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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브라질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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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각) 브라질 주요 도시에서 300만 명 이상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같은 시각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20여 개 국에서 거주하는 브라질인도 시위를 벌였다.

브라질 전역 400여 개 도시에서 쏟아진 시민들은 사법 당국의 철저한 정·재계 부패 수사를 지지하며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과 부패 의혹에 휩싸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처벌을 촉구했다.

브라질은 룰라 전 대통령이 이끄는 노동자당(PT)이 집권하면서 시장경제와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동시에 가동, 빈민층과 실업률을 대폭 줄이고 세계 원자재 시장의 호황을 누리며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 성장을 이뤘다.

노동자당은 룰라 전 대통령의 후계자 호세프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로 다시 정권을 잡았다. 하지만 브라질 경제가 침체기로 돌아섰고, 정·재계의 부패 사건까지 연달아 터지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브라질이 원자재 시장 폭락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8%로 25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고, 기업과 가계 수입은 낮아지는 반면에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면서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개혁의 상징으로 불리던 룰라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국영기업의 인사에 개입하며 거액의 뇌물을 받았고, 일부가 노동자당의 선거 자금으로 쓰였다는 검찰의 수사 발표가 나오면서 불만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1984년 반군부 시위 넘어서는 규모"

브라질 언론은 이번 시위가 과거 군사 정권을 몰아냈던 1984년 시위를 넘어서는 규모라고 전했다. 또한 2013년 대중교통요금 인상에 대한 반발로 시작되어 정치 개혁과 복지 확대를 요구했던 시위처럼 거대한 국민적 저항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에서 시위에 참여한 한 남성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호세프 대통령은 탄핵당해야 한다"라며 "대통령 선거에서 부정한 자금으로 승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정부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자 연립정권이 붕괴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노동자당과 연립정권을 이루며 부통령, 연방 상·하원 의장을 맡고 있는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은 앞으로 30일간 연방 정부 각료직을 맡지 않기로 했다.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은 성명에서 "우리는 브라질의 가치를 되찾을 준비가 돼 있다"라며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당하거나 사임하면 자신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정부를 이끌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호세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나는 탄핵 당할 이유가 없다"라며 사임을 거부했고, 룰라 전 대통령은 오는 2018년 대선에 출마해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면서 반정부 시위대와의 갈등이 악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동자당을 지지하는 국민들도 친정부 이날 시위를 벌어질 예정이었으나 만약의 사태를 우려해 오는 18∼20일로 일정을 늦췄다. 하지만 여전히 물리적 충돌의 불씨가 남아 있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태그:#브라질, #반정부 시위, #지우마 호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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