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만능통장 ISA가 14일부터 전국 은행과 증권사 등에서 일제히 출시됐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ISA 가입서류들.
 만능통장 ISA가 14일부터 전국 은행과 증권사 등에서 일제히 출시됐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ISA 가입서류들.
ⓒ 전은정

관련사진보기


준비는 했지만 초대 손님은 드물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 첫날인 14일 시중은행들은 ISA 전용창구를 만들고 전문 상담인력을 배치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지만 정작 손님들의 발길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ISA는 하나의 계좌로 예금, 적금, 주가연계증권(ELS),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운용하면서 자신의 투자전략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것이다. 하나의 계좌로 편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만능통장'이라고 불린다.

ISA가 유독 화제가 되는 까닭은 비과세혜택 때문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은행에서 세제혜택을 주는 상품이 나온다니 고객들의 눈이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수수료가 있어 비과세를 상쇄한다는 비판과 함께 그동안 예·적금에는 없었던 수수료 체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높았다.

ISA 출시 첫날, 실제 상담은 극히 적어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국민은행 여의도지점을 방문했을 때 전체 창구 13개 중 상담 고객은 5명이었다. 하지만 대다수는 대출상담이나 공과금 납부 등 다른 업무를 보고 있었다.  잠깐의 기다림 후 창구 끝 편에 신설한 ISA 전용창구에 앉을 수 있었다.

심우성 국민은행 여의도지점장은 "총 13개의 상담창구 중 4개를 ISA 전용창구로 신설해놓았으며 추후 분위기를 봐서 VIP상담창구도 ISA 창구로 전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의도지점의 경우 상부의 지침은 따로 없었지만 창구가 붐빌 것을 대비해서 만들어 놓았다고 했다.

그는 "ISA 창구에도 일반 고객을 들이고 있다"며 "ISA 창구가 지점 입구 쪽에 배치돼 있고 일반 고객들도 한 지점 안에서 용무를 봐야 하기 때문에 유동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신한·하나은행 여의도 지점도 창구는 비교적 한산했다. 이제 ISA를 직접 개설할 수 있게 됐지만 지난주에 ISA 상담을 위해 방문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전 시간대라 그런지 썰렁함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들 은행 역시 창구 직원이 고객과의 상담을 통해 ISA 계좌 개설을 진행하고 있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직원용으로 만들어진 ISA 매뉴얼을 보며 상담을 해주었다. 우리은행은 서민형 3년에 ELS 등 파생상품을 추가로 담는 것을 권유했다.

우리은행 여의도중앙지점 직원은 "예금은 아무래도 금리가 적은만큼 예금에 ELS나 DLS(파생결합증권)를 추가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좋다"며 "이들 파생상품은 원금보장이 안 돼 손실이 있지만 투자성향이 다소 공격적이고 큰 거부감이 없다면 나쁘지 않다"고 했다.

직전 과세기간 총급여가 5000만 원 이하 근로자나 종합소득 3500만 원 사업자는 250만 원까지 비과세가 되며, 200만 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9% 분리과세가 된다.

직접 ISA 계좌 개설해 봤더니...복잡한 금융상품에 이해하기 어려워

ISA 출시 첫날 한 시중은행 창구. 해당은행은 ISA 상담창구를 별도로 마련했으나, 실제 이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거의 없었다.
 ISA 출시 첫날 한 시중은행 창구. 해당은행은 ISA 상담창구를 별도로 마련했으나, 실제 이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거의 없었다.
ⓒ 전은정

관련사진보기


기자는 이날 직접 ISA 계좌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기자의 주거래 은행인 국민은행 창구에 앉았다. 주거래은행에서 계좌를 만들면 크진 않지만 수수료면제나 외환우대 등의 혜택이 있고 여러 은행에 정보를 주는 것보다는 한 곳에서 거래를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입 과정은 가입자격 확인-신탁신규거래신청서 작성-투자성향 분석(투자정보 확인서 작성)-상담 등으로 진행됐다. 우선 직장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직전년도 원천징수영수증과 신분증을 제출하고 신탁신규거래신청서를 썼다. 지난해 이직을 한 직장인의 경우 원천징수영수증은 최근 것만 내면 된다.

신탁신규거래신청서에는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등 간략한 신상정보와 함께 상품명, 예금 금액 등을 기입하게 돼있다. ELS에 관심이 있다고 하자 투자성향 확인을 위한 투자정보 확인서를 보여줬다. ELS나 ELB 등 파생상품의 경우 손실위험성이 커 확인서 작성은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투자정보 확인서에 들어있는 항목은 총 7개다. 고객 연령대, 수입 발생 현황, 투자성향(예적금·국채·회사채 등), 원금보장여부 상품(일부 또는 비보장),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이해도, 원금손실시 감수할 수 있는 손실 수준 등에 대한 질문이 적혀 있었다.

기자는 '중위험'으로 투자성향을 진단 받은 뒤 파생상품 관련 전문 직원과 상담을 통해 상과 손실 위험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강금원 신탁부 팀장은 중위험 성향에서는 KB투자증권의 파생결합증권(원금비보장형)과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원금보장형)을 각각 추천했다.

KB투자증권의 파생결합증권은 연 수익률은 5.4%로 원금비보장형이다. 기초자산은 유로스탁스(EURO STOXX) 50과 코스피(KOSPI) 200이다. 같은 증권회사의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는 연 수익률이 1.5~7.5%이며 원금보장형이다. 기초자산은 코스피 200이다.

고객에게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 상담을 해주려면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한다. 국민은행 여의도 지점의 경우 점포직원 절반 가량이 파생상품 투자상담사 자격증이나 파생·부동산·증권펀드 투자상담사 3종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었다.

정미향 국민은행 여의도지점 차창은 "지난해부터 ISA에 대한 말이 나와서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며 "대부분 직원들이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한다"고 했다.

금융소비자원, 제대로 된 설명없이 불완전판매 경고

시중은행들의 ISA 설명서
 시중은행들의 ISA 설명서
ⓒ 전은정

관련사진보기


가입 과정에서 가장 민감하게 다가왔던 건 비과세와 수수료다. ISA의 강점은 세제혜택인데 약점은 기존에는 없던 수수료가 붙는다. 최근 언론에서는 ISA를 개설하면 비과세 혜택이 있지만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현재 갖고 있는 통장과 큰 차이가 없다고 떠들고 있다. 금융소비자원은 금융사들이 수수료에 대한 언급도 없이 예약 판매를 하는 등 불완전판매가 횡행하고 있다며 ISA 불가입 운동에 나섰다.

은행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모르지 않았다. ISA 수수료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자 국민·신한·농협·우리은행은 신탁형 ISA에 계좌 수수료 대신 상품별 수수료만 붙이기로 부랴부랴 방침을 정했다.

신한은행 여의도 중앙금융센터지점 직원은 "고객들의 수익향상을 위해 ISA의 펀드 수수료를 인하할 수 있도록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입한 고객들에게는 예금·대출금리나 기타 수수료를 우대해 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ISA가 국민의 실질적 재산 형성을 위해 만들어진 계좌인 만큼 수수료 수익보다는 많은 고객들이 가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은행권의 정책이 '박리다매'로 우회했음을 시사했다.


태그:#ISA, #은행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