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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압승한 버니 샌더스 민주당 대선경선후보
 뉴 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압승한 버니 샌더스 민주당 대선경선후보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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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여덟 번째 승리를 거두었다. 샌더스는 6일(현지시간) 치러진 메인주 코커스에서 64% 이상의 득표율로 승리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이러한 승전보에도 불구하고 힐러리 대세론에 큰 영향은 없다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미 대선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의 선전은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연일 이슈가 되고 있다. 어쩌면 미국의 주류사회는 버니 샌더스의 선전이 불편할 것이다. 레이건 이후 신자유주의의 득세를 통해 대기업과 부유층에게 특혜를 주고, 노동자와 서민의 권리를 지속적으로 빼앗아 온 결과 현재 미국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른 어떤 주요 선진국보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스로 '민주사회주의자'라고 일컫는 샌더스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은 미국의 주류로 지내온 대기업과 보수기득권에게는 상상하기 싫은 악몽의 상황임이 분명하다.

미국의 정유회사, 제약회사, 월가의 은행들 그리고 기타 이익집단들은 지속적으로 정치권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이들은 선거전에 기부금을 제공하고 자신들에게 이익이 될 정책을 만들 사람들을 당선시켰고, 불리한 정책은 거부하도록 조종했다. 이들은 미국 전체 경제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미국 정부를 소유하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버니 샌더스가 만일 대통령이 되더라도 지금의 소득과부의 불평등 구조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대통령 한 사람이 수십 년간 쌓아온 기득권과 불평등의 구조를 바꾸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또한 그러한 사회변화와 개혁을 눈 뜨고 지켜보고만 있을 집단들이 아니다. 헌법과 교과서에 존재하는 민주주의는 아름답고 정의롭게 보이지만 현실에 작동되고 있는 민주주의는 그다지 정의로워 보이지도 않고 상식적으로 보이지도 않다.

<버니 샌더스의 모든 것> 책
 <버니 샌더스의 모든 것> 책
ⓒ 조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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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의 모든 것>의 내용은 간단하다. 2010년 12월,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사이에 부시 행정부의 핵심적인 감세조치들을 2년 연장하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소득세율을 인하하고 배당금 및 자본이득에 대한세율인하를 연장하고, 원래 2011년부터 100만달러 이상의 유산에 55%의 상속세를 매길 예정이었으나 이를 대폭조정하여 500만달러 이상의 유산에 35%의 상속세를 매기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이러한 법안 합의를 막기위해 샌더스는 그해 12월 10일 8시간 37분에 걸쳐 필리버스터를 행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상위 1%가 전체소득의 23%를 벌어들이며 하위 50%보다 많은 소득을 버는 현실에서 이러한 소득세율 인하 연장합의는 모든 국민들에게 세금 인하를 주는 것처럼 보이나 이는 부유층에게 훨씬 더 많은 세금혜택을 주는 실질적인 부자감세정책이었던 것이다.

또한 상속세 논란은 상위 0.3%에게만 적용되고 대부분의 국민에게는 아무런 상관없는 법안이지만 공화당과 주류세력을은 교묘한 여론조작으로 마치 일반 국민에게 세금폭탄을 안기는 것처럼 인식하게 하였다.

이러한 미국의 상속세 논란을 보면서 2005년 1월 제정된 우리나라의 종합부동산세 논란이 떠올랐다. 종합부동산세 제도는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하여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여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의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지방재정의 균형발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이 목적이었다.

납세의무자는주택분 공시가격 6억 원 초과, 토지분 공시가격 3억 원 초과에 해당하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06년 당시 종부세에 해당하는 주택은 모두 23만7000가구로 전 국민의 1.3%에 해당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조중동 보수언론을 포함한 각종 언론에서 세금폭탄론을 들며 정부가 세금을 통해 국민들 편을 가르고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들을 못살게 군다고 떠들었다.

종합부동산세는 고가 주택을 소유한 1%의 '혜택받은 사람'들에게만 물리는 세금이었다. 일반 직장인이나 서민, 생활보호 대상자 등 일반 국민들에게는 아무런 해당사항이 없었다. 결국 이명박 정부와 당시 한나라당에서 종부세 부과대상 부동산의 기준은 올리고 세율을 낮추는 감세안을 강행하여 종부세 부과대상자와 부과대상 부동산 규모, 그리고 종부세 납부액 모두 큰폭으로 줄어들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이 말한 편가르기의 '편'의 분류는 1%의 가진 자와 99%의 일반국민이었고, 그들이 대변하고 있는 집단은 1%의 가진 자들이라고 공공연하게 떠들었으나 국민들은 그 세금폭탄이 자기에게 떨어지는 줄 알고 착각하고 지금까지도 착각 속에 살고 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특별한 경제 변동이 없는 한 정부의 세입, 세출 구조는 거의 고정되어 있다. 미국의 감세정책이나 우리나라의 종합부동산세의 세율완화와 같이 세수가 줄어들면 국가부채는 증가되고 어느 한쪽의 예산은 삭감될 수밖에 없다. 또 이는 사회복지예산의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가진 자들의 세금을 감면해 주고 혜택을 주는 금액은 일반 대다수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지금 세대가 그 부담을 해결하지 못하면 다음 세대로 그 부담을 떠 넘길 수밖에 없다.

정치행위에 있어 법을 만들고 정책을 만들어 집행하는 과정에서 모든 국민들을 만족할 수 있는 법은 없다. 정치란 선택인 것이다. 국민들은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선택하고 선거에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은 법과 정책을 통해 국민들을 또 다시 선택한다. 좋은 정치란 다수의 국민이 최대한 행복할 수 있는 정치라고 배웠다.

하지만 미국이나 한국 같은 신자유주의가 판을 치는 나라에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가치는 희미해져 가고 있다. 돈과 권력을 가진 극소수의 국민이 더욱더 부유해지고 행복해져 가는 적자생존의 원리만 존재한다. 미국의 공화당이나 한국의 보수 기득권 세력은 함께 걸으며 서로를 돌보는 사회보다는 돈과 권력에 의해 불평등의사회를 더욱 고착화 하는데 힘을 쏟는다. 

버니 샌더스는 8시간 37분의필리버스터를 통해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었고, 결국 2년 뒤인 2012년 부시의 감세 연장법을 폐지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무소속 후보로 참여하여 소득과 불평등의 해소, 대학무상교육, 정계에서 거대 정치자금 추방, 인종평등 실현, 여성인권 실현, 사회보장 강화, 월가개혁 등의 공약으로 내세우고 대세로 굳어지던 힐러리 클린턴과 당당하게 경쟁하는 위치까지 올랐다.

한국에서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헌법에 명기된 주권재민사상을 누리는 유일한 시간이며 권위적인 국회의원들이 중산층이나 서민들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복면을 쓰고 노래하는 선거운동기간이다.

인상 좋은 얼굴로 웃으며 빨간색, 파란색, 연두색 점퍼를 입고 사거리에서 경로당에서 운동장에서 복면을 쓰고 노래를 할 것이다. 국민들을 위하는 낮은 정치를 하겠다고 하면서 선거사무실이 있는 건물에는 대통령과 유력 대선후보들과 함께 찍은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다.

도대체 누굴 선택해야 하는가? 1%의 소수의 이익을 위해 일할 사람인지 99% 대다수의 이익을 위해 정치를 할 사람인지 구별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또 편가르기를 한다고 비판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1%의 이익을 위해 정치를 하는 상당수의 정치인을 99% 국민들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으로 속아왔고 그들에게 투표했다. 그들이 내세운 건 언제나 '국민'이었다. 그 국민이란 단어 앞에 그들은 '1%'란 단어를 숨겨 놓았다.

선거운동 기간과 당선 이후 정치 활동을 할 때 최대한 복면과 실제 얼굴이 같은 사람을 찾아야 한다. 선거공약과 공약실천 여부를 감시해야 할 언론은 대한민국에 별로 없다. 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실천 여부를 점검하고 진행상황을 알려주는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나 기사를 거의 보지 못했다.

단지 청와대 스스로 잘했다고 자평하는 뉴스만 공중파와 종편에 나온다. 지금까지 정치인의 복면에 속아왔고 또 속을 수도 있다. 이제는 제대로 복면 아래 감춰진 진짜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nough is enough.(더 이상은 안된다)

덧붙이는 글 | 저의 블로그에도 똑같이 싣습니다.



버니 샌더스의 모든 것 - 99%의 희망을 위한 8시간 37분의 명연설과 철학.공약.정책

버니 샌더스 지음, 이영 옮김, 북로그컴퍼니(2015)


태그:#버니 샌더스, #버니 샌더스의 모든것, #조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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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에 행복과 미소가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대구에 사는 시민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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