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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오마이뉴스 팟캐스트)'라고 프로그램명을 정확히 밝혀주십시오.

■ 방송 :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
■ 채널 : 팟캐스트(+아이튠즈 http://omn.kr/adno +팟빵 http://omn.kr/fe10)
■ 진행 :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
■ 출연 :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 28일 국회에서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 28일 국회에서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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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있는 인터뷰>

-문학살롱이 된 필리버스터. 역사와 인문학을 넘나드는 한 편의 명강의. 이번 필리버스터로 일약 시 읽어주는 남자. '시읽남'으로 등극한 스타 정치인이 있습니다. 바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신데요. 이학영 의원님을 만나 뵙고 필리버스터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시로 감동을 주신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는 데요. 어제 무려 192시간 27분간의 필리버스터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오늘은 다소 한산한 모습입니다. 필리버스터, 어떻게 평가하세요? 
"저희는 뜨거운 국민적 열망이 필리버스터를 통해서 솟구치고 있는 걸 몰랐어요. 우리는 국회 안에 있어서. '어떻게 하면 저 법안을 지연시킬까'하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일로 (필리버스터를) 접했지. 국민에게 감동을 줄 거란 생각을 못 했죠. 정치가 너무 매도되고 있어서. (사람들이) 잘 보지도 않는 국회방송에, 사람도 없는 곳에서 외롭게 외치는 우리의 소리를 누가 봐주겠느냐. 그런데 우리 국민이 얼마나 진실한 정치에 열망하고 있었는지를 나중에서야 (반응을 보고) 알았는데 깜짝 놀랐어요."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의원님들이 이런 주문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쓰러질 때까지 내려오지 말아라'. (웃음)
"'당신은 잘못해서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합니다. 그것은 진심으로 끝까지 국민 앞에 죄송하단 이야기를 하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소상하게 진실을 밝혀 줘야 일이 끝납니다. 끝까지, 쓰러질 때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이 우리의 진심을 겨우 알까, 말까 할 겁니다'. 근데 쓰러지지 않으시더라고요."

-(이종걸 원내대표가) 무려 12시간 31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하셨어요. 
"저는 양에 안 찼어요. 마음을 다해서 쓰러지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의원님도 10시간 33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하셨어요. 이게 준비된 게 아니었습니다. 국정감사라든가, 1년에 한 번 열리는 정기국회 때는 의원님들이 많은 준비를 해서 국민을 위해 상임위에서 활동하시는데. 이번 필리버스터는 단 한 번도 한 적 없었고, 처음 (필리버스터를) 하는 거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이 되셨을 것 같아요. 어떤 마음가짐으로 (필리버스터를) 준비하셨습니까. 
"처음에는 반대했고요. 우리가 필리버스터라는 것을 역사 기록에서만 보고, 외국 사례에서만 봤지. 한 번도 해본 적도 없어서 역사 속의 이야기로만 알았죠. 우리가 필리버스터를 할지 상상도 못 했고요. 그것이 갖는 효과라는 게 별로 없다고 봤거든요. (법안 처리를) 지연시켜도 결국, (표결이) 끝나게 돼 있고. 패배할 텐데. '이미 다 예견된 것 일찍 철수하자', '정말 무도하게 이 법을 통과시키려는 저들의 실상을 혼자 외롭게 자기들끼리 의결하게 두자'. 필리버스터를 하다가 워낙 언론 환경이 안 좋으니까 우리가 말실수할 수도 있잖아요. 그럼, 종편이 우리의 진실은 없애 버리고 그것만 가지고 공격하면 감당할 수가 없을 거다. 대부분 (국회의원들이) 반대를 했어요. 저는 (필리버스터를) 안 하고 싶었어요. 준비 전혀 안 했고요. (테러방지법이) 정보위 법이거든요. 필리버스터라는 게 주제를 벗어나지 말라고 해서. 이 법 내용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얘기해야 하는데 정보위 아니면 잘 몰라요. 몇 사람이 얘기하면 충분한 시간으로 설명된 거거든요. 이걸 굳이 몇 명이 할 필요가 있느냐. 며칠 지나면 새누리당과 협상이 일어나서, 어느 정도 수정안이 나와 타협이 될 줄 알았지. 이렇게까지 새누리당이 할 줄은 차마 생각을 안 했죠. 그래서 준비도 안 했고. 하루, 이틀 전에 와서 보니까 계속되는 거예요. 보니까 누군가 (필리버스터를) 해야 하는 거예요. 의무감으로 신청했고, 이틀 정도 준비했는데 황당했죠. 국회의원 되고 나서 그렇게 떨린 적이 처음이었어요. 떨리는 이유가 '실수하지 말아야겠다', '언론에 책잡히면 안 되겠다' 이거 하나 때문에 조마조마하고."

-김광진 의원과도 인터뷰했어요. 진보 언론은 그래도 양해를 하겠지만, 보수 언론들. 특히, 종편들이 책잡으려고 할 것 같아서 정말 발바닥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짝다리 한 번 짚지 못하고, 손 한 번 주머니에 넣지 못하고. 자유로운 자세를 취하지 못한 자세에서 연설했다는 얘기를 했을 때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우리 언론의 현주소가 얼마나 작은 걸 가지고 침소봉대를 해왔으면... 
"가슴 속이 위축돼서 사는 거에요. 자기를 밝히지 못하고. 왜냐하면, 정해진 것만 이야기하고. 자유롭게 상상하지 못하고. 언론자유가 없는 거예요. 언제 (종편이) 공격할지 모르니까."

-왜 (필리버스터가)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셨어요?
"우선, 딱딱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이 법이 '1조는 어떻고', '2조는 어떻고'가 될 텐데. 재미없는 드라마도 젊은 분들은 안 보시잖아요. 얼마나 방송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요. 국회에서 계속 이야기만 하는 것을 누가 한 시간 이상 들을 수 있겠어요? 아마 이건 가장 최악의 프로그램이죠. 끝없이 이야기만 하는데. 백 분 토론도 아니고요. 그런데 7일 이상을... 저희 아내도 잠을 자면서도 방송 켜놓고 있더라고요. 우리 국민이 얼마나 답답하게, 정치에 대한 갈구가 있었는지 이전에는 미처 몰랐어요."

-(이학영 의원님이) 1984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인 줄 몰랐습니다. 
"저는 시인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때는 사람들이 죽어가고, 싸우다 감옥 가고. 독재 정권과 투쟁의 시절이었거든요.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쓴다는 것,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부끄러웠던 시절이었어요. 처음에는 시도 제 이름으로 발표하지 못했어요. 조카 이름으로 (시를) 발표를 했고. 한동안 시를 쓴다는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못하고 살았어요. 그만큼 험악한 시대를 살았던 거죠. 시도 제대로 쓸 수 없었던 시절."

-홍종학의 스케치북. (웃음) 한 명, 한 명 네이밍이 생겼는데. 의원님은 '시읽남'이라는 네이밍이 생기셨습니다. '문학적으로 필리버스터를 해야겠다', '문청의 기질을 살려 줘야겠다'는 생각을 원래 하셨습니까? 
"저도 '어떻게 하면 시간을 보낼까. 최소한 5시간은 지켜줘야 시간을 벌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에 막막했어요. 내가 잘 알지도 못한 다른 상임위 법을 이제 공부해서 제대로 알려줄 수도 없고. 자료도 없고요. 어떻게든 해보려 하는데 서해성 작가님께서 전화가 왔어요. '선배님답게 하셔야 합니다. 선배님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셔야 합니다. 정치에서 사람에 대한 뜨거움을 보여 주셔야 합니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진실을 보여줘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하세요. 선배님만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거로 필리버스터를 하세요'라고 하는 거예요. '그게 뭡니까' 물어보니 '시로 하세요. 선배님이 가장 좋아하는 시, 가장 좋아하는 시인. 그분들의 시를 통해서 마음을 전하세요'. 제가 그때 힘을 얻었어요. 이렇게 하면 나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김남주 시인을 택했고. 또 하이네, 네루다, 푸시킨의 시집을 찾을 수가 없는 거예요. 책이 많으니까. 방은 좁으니 이사 다니면서 버린 거에요. 내 시집도 찾을 수가 없고. 집에 시집이 없는 거예요. 집에 단출하게 필요한 것만 쌓아 두고 사니까. 페이스북에 김남주 시인의 시집 제목도 생각 안 나는데 뭐냐고 올렸더니 페이스북 친구가 책 표지를 보여줘서. 보좌진들에게 '그 책 좀 찾아줘'라고 하고. 내 시집도 찾았더니 집안 어디선가 나오더라고. 일요일에 내 앞에 4, 5명이 그 전날 저녁에 잠들 때 기다리고 있어서. 순번이 일요일 저녁쯤 되겠다. 일요일 저녁쯤 되면 아침까지는 해야겠다. 처음에는 다섯 시간 하려고 했어요. 분량을 밤늦게, 사람들 안 볼 때, 별로 할 것도 없으니까. 내 의무만 하자. 아침에 준비하고 있는데 전화가 온 거에요. 우리 직원이 '의원님, 어디 계세요?'라고 해서 '나, 집에서 (필리버스터) 자료 좀 읽고 있는데'라고 하니까. '의원님, 곧 시작입니다'해서 자료도 못 읽고 부랴부랴 (국회로) 쫓아 왔죠. 자료도 다 간추리지 못하고. 책 옆에 두고 이야기하면서 찾고. 중요한 새누리당 법조문은 끝까지 못 찾았어요. 성경처럼 읽어야 할 저들의 법조문을 가지고 대조해가면서 읽어야 하는데... 거기에 문제 되는 부분은 밑줄을 그어 놨었는데."

-필리버스터를 한 의원님들끼리 공통점이 있어요. '집단지성의 힘', 전부 그분들이 페이스북에 (자료를) 요청한 거에요. '제가 이제 필리버스터 시작합니다. 여러분 의견 주세요', '어떤 내용으로 (필리버스터를) 하면 좋겠습니까'. 은수미 의원님 경우 논문 자료까지도 페이스북 친구분들이 보내 준 거에요. 
"저도 그랬어요. 전남도의원 한 분이. 제가 도에서 결의문을 냈다는 거예요. 그걸 꼭 읽어 달라고 해서. 경북 영주 고등학생은 '제가 어디에 누구냐는 건 밝히지 마시고, 제가 쓴 글을 꼭 읽어 주세요' 이런 글들을 직원 통해서 받아 놨는데 다 못 읽어 드렸어요."

-(필리버스터에서 말했던) 작품들을 선택할 때 '이건 꼭 얘기해야겠다'는 특별한 기준이 있으셨습니까.
"이번에 제가 읽었던 시들은 아마 이번 필리버스터를 보셨던 분들 마음속에는 '내가 살아갈 세상이, 내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이 이대로는 안 되겠다. 조금 더 자유롭고, 정의로운 세상이 돼야겠다. 가난과 굶주림, 폭력으로부터 해방된, 안정적이고 따뜻한 사회에 살고 싶다'는 열망이 있으셨을 거에요. 사람은 누구나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그런 세상이 사실은 너무 힘들거든요. 힘을 가진 사람, 권력을 가진 사람,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게 자기 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누군가가 불만을 느끼고 그걸 변화시키려고 하면 억누르려고 하고. 역사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더 힘이 컸고요. 내려올수록 사람들 권리의식이 높아져서 저항하니까 조금씩 그 권력의 힘이 무너진 거죠. 그래서 왕정에서 공화정이 된 거 아니에요? 누구나 선거에서 권력을 쥐게 되는데. 선거에서 뽑은 권력도 어때요? 5년도 안 되고, 10년도 안 됐는데. 대통령이 마치 황제처럼 모든 것을 하려고 하잖아요. 국회도 장악하려고 하고. 책상을 치면서 국회를 야단치고. 이게 황제 아니에요? 대통령이 아니에요. 이미 황제가 됐어요. 그러니까 국회와 당을 꾸짖죠. 국회는 국민의 대변자예요. 국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온 사람이란 말입니다. 감히 어떻게. 똑같이 대통령도 선거로 뽑혔는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에게 '이 법 통과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겁박하는 일이 벌어진 것은... 사람들이 거기에 못 참는 거에요. 이때 저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건 뭘까. 우리 역사에서 그렇게 살다간 사람의 이야기, 그들의 꿈을 시로서 들려주자. 절망하지 맙시다. 이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우리 함께 갑시다. 이런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

특히, 브레히트 시는 나치 시대에 수많은 사람이 죽어 갔는데 자기는 살아남아 있다는 게 고통스럽다는 거죠. 내가 얼마나 이리저리 피해 다니고, 내 것만 생각했으면 희생당하지 않고 살아남았을까 하는 자기 자책과 비겁함과 먼저 가신 분들에 대한 사죄. 이런 마음이 있었던 거 아니에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죠. 그게 자랑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백 년 역사를 보시면요. 눈물겨워서 볼 수가 없어요. 할아버지 때부터 아버지 때처럼 전쟁과 식민지 시대에 감옥에 끌려가고, 굶주리고, 수없이 죽어 가거든요. 그런데 그때 친일했던 사람들은 독립운동 지사를 고문하고, 잡으러 다녔으면서도 재산을 물려받아서 그걸로 부를 쌓아서 군사정부와 결탁해서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의 부와 권력을 쥐고 있는 것 아닙니까. 이걸 이길 수가 없는 거예요. 이미 권력이 너무 거대해져서. 이걸 그대로 인정하면 우리 평범한 시민들의 자녀들은 어떠한 미래가 있겠어요? 직업이 있어도 비정규직으로 겨우 단칸방에서 밥 세 끼 먹는 정도. 그나마 운이 없어서 직업도 없으면 정부에서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돼서, 그게 안 되면 굶어 죽는. 세상에 우리가 독립했고, 열심히 일했고, 세계 10대 무역국이 됐는데 지금도 먹고사는 게 걱정스러운 사회가 됐으면 뭔가 잘못된 거죠. 사람들이 이걸 바꾸고 싶어 하는 데 혼자 힘으로는 너무 거대한 거죠. 그래서 국회의원이 필요한 거고, 여러 시민단체가 필요한 거고, 함께 하는 모임이 필요한 거고... 이번의 법은 그런 사람을 옥죄는 거거든요. 변화를 꿈꾸는 사람을 통제하는 거에요. 국회의원도 할 말을 못 하고 사는 거에요. 종편에 찍힐까 봐서."

-유독 이번 필리버스터에서 의원님께서 지금 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 중정 권력 오남용에 대해서도 많이 설파하셨어요. 어떤 기억을 강조하고 싶으셨던 건가요? 
"여러분들 역사책 보셨을 거에요. 민주주의 정착되기 전에 황제 시대에는 권력에 반대하는 사람들, 형제, 자식도 죽여요. 사도세자 보세요. 영조의 아들이잖아요. 구체적인 사실이 확실하진 않지만, 왜 자식을 죽였겠습니까. 자기에게 저항하는 다른 집단이 있어서 자기 자식을 왕으로 만들 거라는 추측이나 오해가 있었을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죽여버린 거죠. 역사 이래로 모든 권력은 법이라는 이름으로,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자기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을 전부 죽여왔어요. 권력의 속성은 왕정이나 공화정이나 똑같아요. (권력의) 칼을 많이 주면 그 칼을 써보고 싶은 거에요. 돈도 그렇잖아요. 많이 있으면 써보고 싶잖아요. 권력은 칼이거든요.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그래서 권력은 누군가가 견제하고, 비판해주지 않으면 자기 권력 강화 유지를 위해서 누군가를 누르고. 어떠한 이유를 붙여서 제거하고. 그 방법이 폭력에 의한 방법이에요. 무섭게 해야 할 것 아니에요? 대들게 하지 못하려면 제일 쉬운 게 '너 죽일 거야'라는 겁박과 공포죠. 그 방법이 실제로 죽이는 거에요.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 지금까지도 실종이에요. 어디에서 죽었는지도 몰라요. 박정희 정권의 2인자, 얼마나 재산이 많겠어요. 세계 곳곳에. 근데 그 사람은 여러 풍문이 있죠. '잡혀가서 우리나라 모처에서 죽었다', '프랑스 닭 사료 공장 기계 속에서 죽었다'니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제2인자도 저렇게 죽는데 내가 잘못하면 언제 나를 밤중에 혼자 걸어가는데 죽여도 알 수가 없잖아요. 일반 범죄로 처리할 수 있잖아요. 심지어 김대중 대통령도 70년 선거에서 목포 유세를 하고 올라오는데 트럭에 치여서 겨우 살아나서 그분이 장애인이 된 거 아니에요? 근데 지난 정권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두고 얼마나 비아냥거렸어요. 목발 짚고 다니는 장애인이라고. 그게 누구 때문이었겠어요? 왜 교통사고가 났겠어요. 그런 사례를 우리 국민은 너무나 많이 봐와서 권력의 무서움이 큰 거에요. 군사정권 시절에 살았던 사람들은 생각이 있어도 말을 못하고, 생각 자체를 안 하고 싶어 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중앙정보부가 됐건, 안기부가 됐건, 국정원이 됐건 이름만 바꿨지 권력이 집중돼있는 곳이거든요. 그 세력은, 그 기관은 끊임없이 수많은 정보를 쌓아 놓고, 수사권이 있잖아요. 이제 의심되면 이 법을 통해서 끌어다가 추적하고, 미행하고, 들여다보고, 잡아다 수사하고.

두렵지 않아요? 나도, 장 기자님도. 어느 날 밤에 걸어 왔는데 누군가 집을 '똑똑' 두드린다. 겁나지 않아요? 무섭죠. 우리 개인은 다 무섭습니다. 이 법을 통해서 그걸 하려고 하니까. 아무리 국정원의 이름은 바뀌었지만, 우리 국민은 권력 속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기관이 수사권까지 같이 가지고 있으면서 그 권력을 남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건지 예측되기 때문에, 그 속성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그걸 국민에게 알리고 싶은 거였어요. 이 법 없어도 그 사람들은 이미 그런 일을 해왔어요. 이제는 법이 귀찮으니까. 지난번에 (국정원) 댓글 달았더니 우리가 조사 들어가니까 그게 싫었던 거에요. 법에 대한 구속력이 없으니까 마음대로 하고 싶은 걸 할 거란 말이에요. 나중에 부르면 '의심이 돼서 그랬다. 저 사람이 길 가다가 혼자 서성이면서 보더라. 왜 저 사람이 밤에 혼자 건물을 쳐다보고 있었을까. 의심됐다'. 예전에 우리 배낭 메고 다니면 다 검사했잖아요. 의심돼서 뒤진 거거든. 불심검문. 검문검색 많았죠.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이 강남터미널 지나가면 경찰들이 지갑까지 다 봤습니다. 70년대에는. 우린 이런 기억이 있는 거예요.

이 법 때문에 법을 없애주면 그들이 '감사합니다. 저희 아무 짓 안 할게요. 가만히 있을게요' 그럴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과거를 보면 미래를 볼 수 있어요. 이 기관은 어떻게든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 제가 그랬잖아요. 수사권과 정보수집권은 분리해줘야 한다. 어떻게 정보수집 하는 사람이 수사까지 하면 되느냐. 검찰이 있잖아요. 검찰이 수사하니까 정보수집만 하시라. 국내 정보는 하지 마시라. 그건 경찰이 할 수 있다. 국외, 대외 정보는 국정원이 하시고. 참여정부 때 검찰 혼자서 수사를 하니까 어떤 것은 봐주고, 내부에 봐주고 싶은 사람 봐주고. 괘씸한 사람은 억지로 데려다 수사하고 그러니까 '검찰도 단독수사 기소권을 경찰과 나누자'는 검경 수사권 분리로 권력을 쪼개자. 검찰이 잘못한 게 있으면 경찰이 수사하고 기소하고, 경찰이 잘못하면 검찰이 수사하고 기소하고. 이렇게 권력을 한 기관에 막강한 칼을 한꺼번에 10자루씩 주는 게 아니라 해외 정보수집은 국정원, 국내 정보수집은 경찰, 기소권은 검찰. 일반 범죄 기소권은 경찰. 이렇게 네 개로 나눠 주자. 이게 칼이거든요. 역대 권력은 폭력으로 지배한 거에요. '너 죽일 거야. 말 안 들으면', '가둬둘 거야', '재산을 뺏을 거야'. 역대 황제들 보세요. 거대한 부를 쌓은 공신들도 반란의 기미가 보인다고 예측되면 죽이고, 재산을 몰수합니다. 우리가 지금 법이 있어서 안 하지만, 일신에 대해 겁박은 하고 있다는 거죠."

-'어쩌다가 우리나라가 이 지경이 됐는지. 민주정부 10년이 그립다'는 분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대통령부터 우리가 직접 뽑자', '뽑지 않으니 오만해진다', '뽑아 놓고 5년만 하자'고 했는데도 5년씩 사람만 바꿔 가면서 집권을 하니까 이제 왕정 시대로 돌아가는 듯한... 겉만 민주주의지, 내용은 독재로. 왕정 시대로 회귀하는..."

-법과 관련해서 하나만 여쭈겠습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묻겠습니다. '인권보호관이 있지 않으냐. 인권보호관을 통해서 야당이 염려하는 것은 20년, 30년 전 주장인데 이제 와서 똑같은 소리를 하면 어떡하느냐'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박정희 정권 때도 판사가 있었고, 변호사도 수도 없이 있었어요. 사법 체계가 있었어요. 그 거대한 권력 집단 속에 인권보호관 하나 넣어서. 이미 막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는데 나중에 '잘했어? 못했어?'. 이미 죄를 저지르고 있는데 인권보호관 하나로 돼요? 원천적으로 못하게 해야죠. 사태가 벌어지게 해놓고 조사관 하나로 막겠다고요? 4대강이 잘못 댐을 쌓았어요. 밑에 새고 있어요. 조사관이 나와서 날마다 '금이 하나 갔으니 시멘트를 바르세요'. 댐 자체가 문제인데, 그래서 밑에 물이 새고 파이는 데... 국가라는 댐이 무너지고 있는데 가서 일일이 검사해서 '오늘은 1cm 파였으니 이제 그러지 마세요'라고 하면 되냐고요. 근본적으로 못하게 해야죠."

-이런 질문도 드리고 싶었어요. 그날 필리버스터 하실 때 두 가지 장면이 겹쳐져 보였습니다. 하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방해, 훼방이 있었고. 또 다른 장면은 시민들이 그거에 항의하다가 끌려나가는 장면이 있었어요. 두 장면을 연단에 서서 지켜보셨을 때 심정이 어떠셨을까 궁금합니다. 
"저는 국회의원들끼리 시끄럽게 하는 것은 그것도 민주주의니까 봐줄 수 있다. (국회) 방호과 직원분들 친절하시거든요. 우리한테는 친절했는데 딱 가서 (시민들을 잡아) 끄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그냥 두세요. 손뼉 치지 않았어요' 그랬잖아요. 보고 있었으니까. 잡아끌리는 모습이 옛날의 제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아, 방호과도 권력이구나. 제복은 모두 권력인 거에요. 시민들에게는 끌려나갈 수밖에 없는 권력인 거죠. 국민이란 주인을 섬기는 사람이 아니라 권력의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구나. 내가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잡아끄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직도 국회에서도 저런 일이 남아 있구나. 이 권력은 어쩔 수 없구나. 우리는 아직 주인 대접받지 못하고 있구나, 민주주의가 안 되어 있구나. 제 (학생운동 시절) 생각이 나서 '그냥 두시라'. 손뼉 좀 치면 잠시 경고만 하고. 그걸 끌고 나가면 안 되잖아요. 시끄럽게 하지 말라는 취지지. '조용히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한 번 하고, 세 번 경고하고 안 되면 밖에 가서 얘기하면 될 일을... 권력은 여전히 국민을 주인이 아니라 약자로 보는구나."

-무제한 토론도 본회의 중이라 봐야 하는 거잖아요. 국회의원으로서 본회의 참석 의무가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자리를 비운 것을 너무 당연한 것처럼. 이걸 민주주의라 할 수 있는가? 어떻게 보십니까.

"처벌조항이 없죠. 그리고 특수한 시기죠.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어서. 사실 필리버스터 하는 곳에서 당번 서는 일이 손해죠. 지역구에 가서 사람 하나라도 더 만나는 시간이어서. 선거만 아니었으면 조금 더 많이 (국회의원들이) 있었을 거에요. 선거직들은 평상시에도 본회의 때 오래 앉아 있지 못해요. 본회의 때는 표결할 때가 중요하지. 표결 외에는 꼭 없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으니까."

-지역구 활동도 중요하지만, 국회의원으로서 이 법안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어떻게 하는지 알고 (표결에) 참여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사실 법안이 너무 많고. 대학 같으면 (의원마다) 전공이 다 있는 거예요. 자기 전공 아닌 것은 제목보고, 합의하죠. 예전에 국회선진화법이 없을 때는 다수결로 가니까 못된 법도 올릴 수 있으니 꼼꼼히 (법안을) 봐야 하는데 지금은 상임위에서는 양당이 합의를 못 하면 (표결로) 못 올라와요. 이번에는 직권상정을 해버렸지만. 상임위 의원님 결정을 믿고, (법안) 요지를 안 뒤에 투표에 임하는 거죠. 실제 모든 법안은 본회의 중심이 아니고, 상임위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본회의는 마지막 요식 절차 행위니까. 스스로 훈련이 돼서 지역의 선거직들은 사람들 만나는 게 일이어서. (그렇게) 안 하면 욕먹으니까. 지역에서 한 사람 뽑는 선거제도로 해버리니까 본연의 국회 일보다는 지역 시민을 만나는 일이 80%는 될 거에요. 저도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선거제도를 좀 바꿔야 하는 데 새누리당의 반대로 선거법도 못 고치고. 권역별 비례대표제, 연동형도, 석패율 제도도, 투표 시간 연장 문제도 (해결) 안 됐어요. 
"정치가 나아지려면 선거제도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현행처럼 해두면 국회의원들이 공부할 시간이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스스로 필리버스터를 중단한다', '비대위의 입장이다'란 속보가 나와서 놀랐어요. 이종걸 원내대표에 의하면 3월 10일까지 가는 줄 알았고, 의원님들이 계속 (필리버스터를) 하고 계셔서. 결정되는 과정이 석연치 않은 점도 있었어요. 실제 (필리버스터 중단이) 결정됐을 때 의원님은 어떠셨습니까.
"그날 피곤해서 12시쯤 잤는데요. 잠을 못 잘 정도로 전화가 와요. 받으니까 그 속보가 떴다고 하는 거예요. 사실이냐고. 저도 처음 들은 거죠. 저는 (필리버스터를)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테러방지법)도 중요하지만, 민주주의 기본은 선거잖아요. 선거를 통해서 우리 대변인을 뽑아야 이 제도가 유지되니까. 그것이 민주주의 절차 중 먼저죠. 법은 그다음인 거에요. 제도 자체를 없애 버리면 법도 통과할 수 없으니까. 선거는 치러야 하는 거고, 선거법은 통과시키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어요. 시간이 문제지, (필리버스터는) 끝낼 수밖에 없다. 필리버스터 끝나고 내려가면서 글을 하나 올렸어요. '참, 고민스럽다. 우리는 필리버스터를 해야만 하는 당위성도 있고, 요구도 있고. 그러나, 선거법을 통과시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 둘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지 고민된다'고 저도 걱정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갑자기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툭 자른다고 생각하니까. 이렇게 해서는 안 되는데. 정치는 결국 사람이 하는 거고요. 사람이 한다는 건 마음이 모여서 하는 거예요. 선거도 결국 마음이 모여서 어떤 정당에 마음을 주는 거잖아요. 투표장에서 찍는 게. 우리의 마음들이 아직 이것을 정리할 단계가 아닌데. 그 마음을 살피지 못하고 그냥 선거 공학적으로 '여론이 어떻게 되니까 이 정도에서 멈춰야 한다'고 툭 끊어 버리면 마음을 주려고 준비한 사람들은 준비가 안 됐는데, 설명이 안 됐는데, 정리할 시간도 안 줬는데.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어요. 에리히 프롬이 지은 '사랑의 기술'이란 책이 있는데 내용은 좀 심리학적이고, 사회학적인 내용이라 어렵지만, 그 책이 요구하는 것은 '사랑은 무조건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제가 봤을 땐 정치에도 기술이 필요한 거에요. 사람이 하는 게 정치라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하는데 (필리버스터를) 툭 잘라 버린 거에요. 그리고 수습할 시간을 줬어야죠.

저 같으면 이랬을 것 같아요. 우리 지도부가 필리버스터를 하는 사람에게 이 현실을 누군가 얘기를 해줘라. 우린 이걸 끝낼 수밖에 없다. 제가 연설 중에 그랬잖아요. '이 법은 우리만으로 막을 수 없다. 국민이 도와주셔야 한다'. 이 말은 무슨 말이냐면 '우리는 끝낼 수밖에 없다. 이 법은 표결될 수밖에 없다. 표결시킬 순 없지 않으냐. 우리에게 표를 달라' 그러고 그다음 사람이 올라와서 '현재 상황이 선거법이 더 중요합니다. 이 민주주의 절차가 없으면 혼란에 빠지고, 독재로 회귀할 수 있는 빌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선거에서 치르고, 이겨서 이 법을 폐기합시다'라고 하면 마음에는 안 들어도 말은 되잖아요. 그럼 사람들이 준비하잖아요. '여기서 필리버스터를 정리하고, 선거해야겠구나. 친구들에게 (투표하자고) 얘기를 해야겠다'. 그런데 아직 뜨겁게 사랑하고, 불씨를 태우고 있던 거 아니에요? 그간 막혀 있던 정치에 대한 갈망, 욕구를 국회의원 입을 통해서. 내가 생각한 걸 국회의원이 똑같이 얘기하니까. 국회의원이 죽일 놈인 줄만 알고, 자기 권력만 취하는 줄 알았더니 그들도 나와 같은 욕망이 있구나, 꿈이 있구나. 나도 저들과 함께 가야지. 그런 준비를 시켜주고. 어제처럼 이종걸 원내대표가 마지막으로 나와서 '국민 여러분, 힘이 여기까지 밖에 없네요. 그렇다고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도와주세요'하고 끝냈으면 하는... 정말 아쉽죠."

-이런 결정을 한 비대위는 '선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 때문이라 했습니다. 그렇게 볼 수 있을까요? 
"아뇨. 저는 필리버스터가 선거에 더 힘을 줬다고 봅니다. 지역에 가보시면 일상적으로 뵙는 분은 나이 드신 분들이에요. 아파트도 한 채 가지고 있고, 지위도 있는 분들은 굳이 시끄러운 게 싫으신 거에요. 이대로 가도 당신 인생에 큰 지장 없으면 되는 거에요. 근데 20대, 이제 아이를 낳은 주부들은 앞으로 살아야 할 날이 길고, 답답하잖아요. 그럼 뭔가 새로운 것을 정치를 통해 만들어야 하는데. 맨날 정부·여당은 끌고 가고, 야당은 질질 끌려가고. 야당 믿어 봤자 해결해줄 것 같지 않고, 투표 안 하게 되죠. 절망하는 거죠. 질질 끌려가는 야당의 모습을 보다가 그들이 '나도 사람이야. 나는 새로운 세상을 꿈꿔. 이번에 바꿔야 해'라는 말을 하니까. '저 사람들도 나와 같은 열망이 있었구나' 확인하는 거잖아요. '저 사람들과 함께해야지'하고 선거를 치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에요. 20대 젊은 여성들, 주부들이. 그 사람들이 안 찍어 주면 저희 집니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40%는 항상 새누리당이 나와요. 우리는 20~25%가 나와요. 콘크리트 지지층이. 그럼 20%를 더 끌어와야 해요. 그게 누구냐. 젊은 학생들, 청년들, 주부들. 이런 사람 이거거든요. 그 사람들이 이제 야당 믿고 찍는다고 준비하는데. '저 사람 정말 보고 싶어'하는 정도인데 어느 날 연락도 없이 사라졌어. 다음에 와서 '한 번 만날까?'하면 만나 지겠어요? '배신자'. 사랑이 깊으면 증오도 깊은 거죠. 국민께 정말 죄송하고, 마음속에 생긴 분노와 증오를 일주일간 삭이시고, 다시 일상으로 오셔서.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사실 우리 야당이 늘 끌려다니고 하나도 결정 못 했던 이유는 있습니다. 설명하라면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겁니까?
"첫째로 국회는 합의해야 하고요. 아무리 하고 싶어도 새누리당이 합의 안 해주면 절대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습니다."

-협상의 여지도 있는 것 아닙니까?
"협상이 어떻게 되냐 하면, 저 사람들이 우리가 통과시키면 안 되는 법을 수없이 만들어 놔요. 노동개혁이라 해서 파견제법, 기간제법을 만들어 두고. 서비스활성화법이라고 해서 (병원을) 회사로 만들어서 원격으로 진료하게 하고. 의료산업을 하려 하고. 약사가 직접 약국을 하는데 이걸 대형법인들이 나서서 직업을 다 뺏어 버렸잖아요. 잘못된 제도를 상임위에 산더미처럼 내놓습니다. 그리고 통과시키라고 겁박합니다. 우리는 버티죠. 자기들 법안 한 10개 통과시키면 우리 법안 2개쯤 협상을 해줘요. 그래서 맞바꾸는 겁니다. 조문도 손봐서 누르게 하고."

-새누리당도 국민의 대표잖아요. 그렇게 되면 국민에게 불이익이 되는 걸 알고 있지 않습니까. 국민 표로 당선된 분들인데 국회에만 오면 정반대 결정을 하시는 건지...
"압도적으로 어떤 짓을 해도 당선되는 곳이 있잖아요. 어떤 분은 무작정 '나는 힘센 정당이 좋아. 저 사람은 뭘 해주잖아'라면서 뽑고. '저들이 더 잘 운영해줄 거다'라고 믿게끔 해서 찍게 하는 거죠. 우리가 민주주의 제도가 맞아요. 권력을 쥔 사람이 소수에요. 그 사람들과 이해관계가 다른 게 다수인데. 한 사람, 한 표는 엄청난 민주주의 제도에요. 왕이 지배하던 시대에서. 문제는 이 표가 다 제대로 가면 좋은데 이게 소수에게도 간다는 거죠. 이길 수 있다는 거죠. 그걸 너무 잘 아니까. 안 되면 댓글 달아서 여론을 만들어 버리고. 옛날에는 투표함을 바다에 빠트리고, 다른 투표함을 까고. 70년 선거가 그랬습니다. 박정희-김대중, 그때가 마지막으로 독재 권력과 싸운 시기인데 그러다 독재로 들어갔죠. 그때 전국에 있는 섬에서 풍문이 그래요. 참관인들이 투표함이 있으면 배 타고 따라가야 해요. 근데 총 들고 있으니까. 나중에 어부의 그물망에 (투표함이) 걸렸다는 신화 같은 이야기가 있잖아요. 얼마든지 다양한 방법으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거죠."

-모든 정보가 포함돼있어서 사실 (테러방지법은) 위헌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런 위험과 관련해서 또 다른 준비를 하고 계신 게 있는지 여쭐게요. 
"이제 20대 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면 저희 당은 먼저 이번에 통과된 테러빙자법을 국민을 위한 국민안전법으로 개정하거나 폐기하거나. 우리 당이 180석 넘으면 우리 당 출신의 국회의장을 뽑아서 똑같이 국회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직권상정해서 똑같은 방식을 보여주면 좋겠어요. 민주정부, 국민의 정부, 우리 참여정부는 사람이 다 좋잖아요. 자꾸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려고 하는데 비민주적인 절차로 직권상정해서 이 법 폐기하고 싶어요."

-끝으로 '시읽남'의 시 한 편 듣도록 하겠습니다. (웃음)
"미리 질문을 받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제가 쓴 시 하나 읽어 드릴까. 내 시보다 더 절절한 시가 있어서. 시만 생각나지, 시인 이름이 생각 안 나서 물어보고 검색해서 겨우 찾았습니다. 엘리엇 시인은 잔인한 4월이라 그랬어요. 잔혹한 겨울을 견디고, 잔혹한 뿌리에서 새로운 생명의 싹을 틔우는 4월. 그런데 우리나라의 4월은 잔인한 4월이었어요. 왜? 이승만 독재정권과 싸워서 젊은 학생들이 싸우다 총에 맞아 죽었어요. 수유리에 오시면 4.19 묘지를 꼭 가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5월에는 전두환 군사 독재 정권이 자기들의 권력을 합법화시키기 위해서 광주에서 폭도들이 폭동을 일으켰다고 총칼로 공수부대를 보내 진압을 합니다. 그때 저도 가족들이 광주에 살았는데. 어머니와 여동생이랑 남동생이랑. 젊은 청년을 다 끌어다 시위대라 해서 감옥에 집어넣고, 때리고. 그것도 5월 민주항쟁이라 쳐보시면 다 나올 겁니다. 꼭 읽어 보셔야 합니다.

책 장사 아닙니다. 한홍구 교수의 '유신'이란 책이 있어요. 그 책에 김대중 사건이 나옵니다. 그 이야기를 내가 못 했어요. 근데, 박정희 정권에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긴 김대중을 폭동을 사주했다고, 잡아넣기 위해서. 광주에 학생 데모가 있을 거란 걸 알고 공수부대를 침투시켜서 총칼로 죽인 사건입니다. 이때 수많은 사람이 많았던 충격, 어떻게 내가 만든 정부의 군인이 내 형제와 자매를 죽일 수 있느냐. 5.18이 지나고 나서 5월에 시 공모전을 했어요. 그런데 그 공모전에 시골 고등학생 한 명이 당선된 거에요. 저는 태어나서 내 슬펐던 기억 속에서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어떻게 그 고등학생이 이런 시를 쓸 수가 있을까. 수없이 세상의 변화를 추구하다가 쓰러져 간 사람을 위한 진혼가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이 절망하지 말고, 쓰러지지 말고. 그 죽음 속에서, 그 고통 속에서 다시 5월에 피어나는 꽃처럼 희망을 품고 일어나자. 그런 시입니다. 여러분, 함께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제가 시를 낭송하겠습니다. '목련이 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자/피었다 지는 것이 목련뿐이랴/기쁨으로 피어나 눈물로 지는 것이/어디 목련뿐이랴...(중략)'."

-5.18 광주 민중 항쟁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한 편의 시였습니다. 의원님, 오늘 감사드립니다. 

<끝>


태그:#팟짱, #이학영, #시읽남, #필리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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