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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토요일 고베 가나디안 아카데미 학생들이 지역 봉사활동 단체들과 더불어 고베시 산노미야 남쪽 오노하마 공원에서 노숙인들과 같이 점심을 지어 먹었습니다. 고베 가나디안 아카데미 학생들은 한 해 네 번 노숙자들과 더불어 밥을 지어서 먹은 일을 합니다. 이 행사를 위해서 학생들은 모금이나 과자를 만들어서 팔거나 주위 기업의 협찬을 받아서 자금을 마련합니다.  

           김치찌개는 담가놓은 김치를 자르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이번 행사를 위해서 배추 8 포기로 담근 김치 40리터 정도를 사용했습니다.
 김치찌개는 담가놓은 김치를 자르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이번 행사를 위해서 배추 8 포기로 담근 김치 40리터 정도를 사용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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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를 위해서 모아진 돈은 모두 2만5000엔이었습니다. 이 돈으로 한 달 전부터 배추 여덟 포기를 사서 김치를 담가두었습니다. 김치찌개를 만들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오전 10시부터 고베 가나디안 아카데미 1학년 학생들부터 12학년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와 학교 선생님들 20여 명이 참가했습니다.

학생들은 김치찌개를 만들기 위해서 미리 준비해놓은 여러 가지 먹거리 재료를 손질했습니다. 양파, 고기, 두부, 구약나물들을 잘랐습니다. 비록 서툰 손놀림이지만 설명을 들어가면서 신중히 칼질을 했습니다. 여러 학생이 참가하기 때문에 일은 금방 끝났습니다.

          김치찌개를 만들기 위해서 학생들이 돼지고기, 양파, 두부, 구약나물 따위를 잘랐습니다.
 김치찌개를 만들기 위해서 학생들이 돼지고기, 양파, 두부, 구약나물 따위를 잘랐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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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를 볶고, 뒤이어 돼지고기를 섞어서 볶은 다음 김치와 물을 넣어서 끓였습니다. 그리고 뒤에 구약나물과 두부를 넣고 끓였습니다. 간은 된장으로 맞추었습니다. 밥은 6kg들이 밥솥 세 개로 지었습니다. 대략 이 밥 솥 하나로 55명 정도 먹을 수 있습니다.

낮 12시부터 밥 위에 김치찌개를 얹어서 노숙인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바나나도 한 개 씩 나눠주었습니다. 밥과 김치찌개를 나눠주는 일은 15분 만에 다 끝났습니다. 대략 노숙인 130명이 찾아와서 밥과 김치찌개를 먹었습니다. 이제 학생들도 더불어 준비한 밥과 김치찌개를 같이 먹었습니다. 일부 서양 학생들은 매운 맛에 익숙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두 맛있게 먹었습니다.

           학생들과 노숙자들은 밥 위에 김치찌개를 얹어서 먹었습니다.
 학생들과 노숙자들은 밥 위에 김치찌개를 얹어서 먹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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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경기가 좋으면 줄기도 하지만 일본에 있는 노숙인 수는 대략 1만 명쯤이라고 합니다. 사회단체에서 운영하는, 노숙인 숙박시설도 있지만 노숙인에게 그닥 인기가 없다고 합니다. 식사를 하는 곳에 생활 상담을 하는 사회단체 직원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단지 2명만 상담을 하였습니다.

일본 노숙인들은 일본 사람이 그러한 것처럼 체면을 중요시하고,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끼치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역이나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그다지 눈에 띠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노숙인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또 한 가지 일본 노숙인들은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다니거나 자전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자전거에는 헌 책이나 빈 깡통들을 모아서 가지고 다닙니다. 헌 책이나 빈 깡통을 고물상에 팔아서 돈을 사용하기 위해서입니다.

학생들은 노숙인들과 더불어 점심밥을 준비하고, 같이 만들어서 먹었습니다. 그리고 설거지는 노숙인들이 자발적으로 참가합니다. 설거지를 할 때에도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쌀뜨물을 모아서 그릇을 초벌 씻고 다시 수돗물로 헹구었습니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지만 노숙자들과 더불어 밥을 지어 먹으면서 사회의 한 면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쌀뜨물로 그릇을 씻는 모습입니다. 노숙자 가운데 늘 적극적으로 밥을 짓는 일이나 설거지를 돕는 분들도 있습니다. 오른쪽 사진은 자전거를 끌고 밥을 먹기 위해서 찾아오는 모습입니다.
 쌀뜨물로 그릇을 씻는 모습입니다. 노숙자 가운데 늘 적극적으로 밥을 짓는 일이나 설거지를 돕는 분들도 있습니다. 오른쪽 사진은 자전거를 끌고 밥을 먹기 위해서 찾아오는 모습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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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누리집> 고베 가나디안 아카데미, http://www.canacad.ac.jp/, 2016.2.27.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일본 노숙자, #고베 가나디안 아카데미, #김치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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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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