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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하일성 선생님!

저 학현이예요. 김학현. 아마 기억이 안 나실 거예요. 선생님께서 김포 양곡종합고등학교 체육 선생님으로 근무하실 때 제자랍니다. 그때 저는 인문과 3학년이었죠. 한창 진학 공부하느라 여념이 없을 시기에 선생님께서 막 경희대학교 체육과를 졸업하시고 첫 부임지로 우리 학교에 부임하셨던 걸로 기억됩니다.

'범생이' 중에 '범생이'었기에 아마도 괄괄한 성격의 선생님 맘에는 그리 탐탁지 않은 아이였을지 모릅니다. 더군다나 운동이라면 자다가도 경기(驚氣)하는 학창시절을 보냈으니까 체육 선생님인 선생님은 꿈에도 기억하지 못 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기억력이 그리 좋지 못한 편이라 우리 학교가 선생님의 첫 부임지인지는 정확하지 않군요. 하여튼 그때 팔팔한 총각이셨던 선생님은 제게 접근할 수 없는 '카리스마'였답니다. 항상 길고 잘 다듬어진 지휘봉(그냥 이리 말하고 싶습니다. 회초리인지 몽둥이인지로 인식되긴 했지만)을 들고 우리를 진두지휘(?)하셨죠.

사제지간으로 만난 하일성 선생님

하일성 전 KBO 사무총장, 능숙한 입담으로 야구해설의 지평을 열었다.
 하일성 전 KBO 사무총장, 능숙한 입담으로 야구해설의 지평을 열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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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야구 이야기를 하실 때의 그 자신감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때만 해도 야구가 무언지도 모를 때였습니다. 선생님 때문에 야구를 알았고 고교야구에 한동안 관심을 가지고 살기도 했답니다. 이제는 다시 운동 문외한이 되어 살고 있습니다만.

참, 선생님! 강 사모님은 안녕하시죠? 그때 선생님께서 졸업하자마자 제 반 친구인 강 사모님과 결혼한다고 했을 때 우린 기절하는 줄 알았답니다. 결국 총각 선생님으로 부임하시더니 세기의 스캔들을 만드시는구나 생각했죠. 사제지간의 결혼, 뉴스감이잖아요. 당시엔. 여기까지였습니다. 저는 졸업을 했고 선생님은 더 이상 학교에서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TV에서 선생님을 보게 된 거예요. 맛깔 나는 입심을 자랑하며 야구해설을 하시더라고요. 어느 샌가 선생님께는 "대한민국 야구해설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연 정확하고 명쾌한 예측해설의 달인, 2004년 스포츠부문 최초로 방송대상의 영예를 안았던 방송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습니다.

TV에서 오랜만에 만난 선생님은 보다 정화된 언어들을 구사하고 계셨습니다. 솔직히 체육 선생님 시절엔 좀 센 발음의 언어들도 가끔 사용하셨거든요. 실은 그래서 선생님이 더 무서웠습니다. 오랜만에 들춘 졸업앨범의 흑백사진 속 선생님은 참 젊기도 하십니다. 여전히 카리스마 가득하고요.

선생님의 매력 포인트인 긴 구레나룻은 그때나 TV화면에서나 여전하시구요. 선생님 때문에 야구에 관심을 가지려는 생각을 하면서 산 사람으로 화면에서 만나니 정말 날아갈 듯 기뻤습니다. 선생님께서 화면이 나올 때마다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랑하죠.

"저 분이 우리 선생님이야! 고등학교 때 체육 선생님!"
"정말? 그래 어떤 선생님이었어?"

'카리스마 작렬하는 선생님', 제 대답은 항상 그랬습니다. 야구에 관한 한 열정이 대단하셨잖아요. 고등학생 때 선수를 지내셨고 이어 체육대학에 진학하신 체육인이시잖아요. 결국 그 외길 인생이 선생님을 세계적인 야구 해설가가 되게 하셨고요. 2006년 KBO(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이 되셨을 때는 참 제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하일성 사기혐의 입건... 부인하고 싶어요

양곡종합고등학교 1975년 졸업앨범에 수록된 하일성 선생님(왼쪽)과 글쓴이 김학현 학생(오른쪽) 모습이다. 하일성 선생님의 구레나룻이 멋지다.
 양곡종합고등학교 1975년 졸업앨범에 수록된 하일성 선생님(왼쪽)과 글쓴이 김학현 학생(오른쪽) 모습이다. 하일성 선생님의 구레나룻이 멋지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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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하일성'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죠. 항상 선생님이 제 스승이란 게 자랑스럽습니다. 심근경색으로 수술을 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참 안타까웠습니다. 또 공황장애로 정신과를 찾은 경험이 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요즘에도 TV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하시며 그 특유의 입담을 자랑하시는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갑자기 건강을 잃으시면서 기독교에 귀의하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뛸 듯이 기뻤답니다. <인생은 1%의 싸움이다>(2007년)라는 책을 기독교 서적 전문출판사인 생명의말씀사에서 출판하시는 걸 보며 저와 같은 기독교인이 되었다는 게 그리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 선생님! 이제야 말이지만 선생님께서 가르친 양곡고등학교 1975년 졸업생 중에 목사가 많답니다. 그러니까 제 친구들인 거죠. 저도 역시 목사가 되었고요. 지금도 하 선생님의 신앙이 튼실하길 위해 기도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하 선생님! 1년 전 11월 선생님께서 사기사건에 연루되었다는 뉴스가 떴을 때 적잖이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업자 조씨를 믿었다 발생한 일이라는 해명을 하셨습니다. 사채업자에게 시달리고 빚 때문에 고생한다는 보도를 접하고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그런데 27일 또 그런 뉴스가 TV에 등장하는군요. 이럴 수가? 제가 잘못 본 거죠? 부산 강서경찰서가 선생님께서 프로야구단에 아들을 넣어주겠다고 약속하고 5000만 원을 학부모로부터 받은 혐의로 입건했다고 보도했군요.

'하일성 사기혐의'라는 문장이 네이버 핫토픽 키워드에 오랜 시간 동안 떠 있기도 하고요. 그와 관련 방송에 출연하여 선생님께서 하신 말들이 이엉 엮이듯 줄줄이 인터넷에 회자하는군요. 속상합니다. 제 스승님께서 이런 구설수에 오르니 말입니다.

'한 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을 이렇게 사용하고 싶습니다. '한 번 스승이면 영원한 스승이다'로요. 참 스승 찾기가 힘든 이 때 카리스마 착렬했던 제 체육 선생님, 하일성 선생님! 두 번씩이나 사기사건에 연루되는 뉴스를 접하며 제자로서 마음이 아픕니다.

선생님께서는 빌린 돈이라고 하신다지만 경찰은 "갚을 의사가 없고 개인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FIFA(국제축구연맹)의 비리사건은 세계의 뉴스거리였습니다. 새로 뽑힌 인판티노 회장은 새롭고 깨끗한 지도력을 발휘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스포츠계의 전형적인 비리인가요? 야구계만의 이야기인가요? 아무튼 저는 선생님과 관련된 뉴스의 헤드라인을 믿고 싶지 않습니다. 사실이 아니길 간절히 바랍니다. 사실이라면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랍니다. 다시는 스포츠계에 이런 잘못이 없기를 소원합니다.

선생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스승이신 하일성 선생님! 신앙 동지이기도 한 하일성 선생님! '하일성 사기사건 입건' 이런 말은 안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계속하여 카리스마 넘치는, 제가 감히 접근하지 못할 근성을 지닌 제 존경할만한 스승으로 남아주시길 바랍니다. 늘 건강하세요.

2016년 2월 27일
선생님을 사랑하는 제자 김학현 올림


태그:#하일성 야구해설위원, #하일성 사기혐의 입건, #편지글, #사제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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