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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동물원 안에 있는 동물병원으로 향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안에 있는 동물병원으로 향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류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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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유기견 새삶과 청소년 동물사랑실천단이 함께 사용하는 사무실로부터 28km정도 떨어진 곳에 서울대공원이 있다. 지난 22일 청소년 동물사랑실천단이 서울대공원을 방문한 이유는 바로 동물원 동물병원 견학! 미처 모든 단원들이 올 수 없었지만, 나름 '어벤져스' 12명을 선발해 경기도 수의사회의 도움을 받아 견학을 시작했다.

서울대공원 코끼리열차 옆, 유기견이 있다

안에 있는 페키니즈 한마리가 사진기를 바라보고 있다.
▲ 누구냐멍? 안에 있는 페키니즈 한마리가 사진기를 바라보고 있다.
ⓒ 김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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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공원은 전국 각지에서 많은 방문객이 모이는 장소다. 이런곳에 이런 유기견 센터가 있다는 것을 누가 알고 있을까. 반려동물 입양센터는 사원 4명, 팀장 한 명, 주무관(주임이라는 용어로 아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주무관은 주임과 같은 의미) 한 명이 꾸려나가고 있는 조그마한 입양센터다.

이 입양센터에서는 월 20~25마리의 아이들이 들어오고 평균 10마리가량이 입양된다고 한다. 10일간의 유예기간을 주는 다른 곳과는 달리 6개월이라는 긴 유예기간도 시선을 끈다. 무엇보다 입양자 전원(가족)에게 일일이 설명해주고, 입양 보낼때 중성화 수술과 마이크로 칩을 넣어 보내는 것을 봤을 때 철저한 관리가 이뤄진다고 볼 수 있겠다.

아이들이 밤에 들어가 생활하는 방이라고 한다. 온도 조절이 가능한 타입.
▲ 아이들이 밤에 지내는 따뜻한 방 아이들이 밤에 들어가 생활하는 방이라고 한다. 온도 조절이 가능한 타입.
ⓒ 김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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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란 사원에게서 직접 입양하는 사람에게 시행되는 설명을 들어봤다. 동물원 근처에 있는 데다가, 서울대공원 동물원에만 있는 종도 있으니 무턱대고 아이들 들여오기 보다는 치사율이 높은 홍역과 심장사상충에 걸려있지 않은 아이를 우선 데려온다고 했다. 설명을 시작하자마자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질문을 섞어가면서 능숙한 설명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처음에 집에 오면 마킹(여기저기 볼일을 보면서 이곳이 자신의 구역임을 표시하는 행위)을 할 수가 있어요. 나중에 배변 훈련이 잘 되고 난 후에도 마킹을 계속 할 수 있는데, 이건 배변훈련이랑은 다른 거에요. 본능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따라다니면서 닦아줄 수는 없는데,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삼시세끼> 나온 귀여운 치와와 있죠? 그런 치와와들의 50%가 겪는 질병이 있는데 이게 뭔지 아나요?"

답을 이야기 하자면, 아이가 마킹을 하는 위치에 배변패드를 까는 것과 두개골이 닫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건 세세히 설명해주지 않으면 알기 힘들다. 이 아이는 나이를 먹으면 이런 질병이 올 수 있고, 이런 행동을 하면 마구 혼내는 것보다는 마킹하는 위치에 패드를 깔아주는 게 좋다. 아이들의 세세한 점까지도 조심조심 모두 언급해줘 마음이 놓였다.

교육 이수 이외에도, 아이에게 좋은 가족이 돼줄 수 있는지 체크하며 입양처를 꼼꼼히 걸러낸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단계속에서도 높은 입양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해서 아이들과의 만남은 관계자에게만 허락하고 있다고 한다.
▲ 서울대공원 옆 유기견 센터의 철저한 방역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해서 아이들과의 만남은 관계자에게만 허락하고 있다고 한다.
ⓒ 김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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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이라면 더 잘 보이는 곳이었다면 어떨까 싶다는 것. 너무 구석에 있어 잘 보기는 힘들 것 같았다. 또 코끼리 열차와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어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걱정됐다.

같이 갔던 류연주(15)양은 "반려동물 입양센터에 들어가서 간단한 사전 교육을 해주셨는데, 이곳에 대한 설명과 새로운 주인분이 생기면 어떻게 하는지 알게 되서 너무 좋았다"라고 말했다.

넌 모르지? 처음이지? 여기가 얼마나 힘든지↗

모두 집중해서 설명을 듣고있는 모습이다. 펜필기나 휴대폰등 여러 기기로 필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 설명을 듣고있는 청소년 동물사랑실천단 어벤져스 모두 집중해서 설명을 듣고있는 모습이다. 펜필기나 휴대폰등 여러 기기로 필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 김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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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 방문한 곳은 서울대공원 동물원 내에 있는 동물병원이었다. 흔히들 동물병원하면 강아지나 고양이가 치료를 받는 것을 생각하지만…. '왠열'.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이 치료받고 치료하는 수의사분들이 계신 곳도 동물병원이다. 여기서는 서울대공원에 대한 이야기와 수의사, 사육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서울대공원의 역사는 과거 일제 강점기 창경궁을 무너트리고 창경원이 있던 것을 1984년 과천으로 옮겨온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창경원 당시 150종이 있었고, 지금은 350종이 넘는 다양한 종이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있다. 그중에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에만 있는 특이종도 존재하고, 다른 동물원에서 기부받거나 기업체가 기부한 동물들도 함께 지낸다. 첫 설명은 유머에서부터 시작됐다.

"동물원 안에 낙타가 딱 한 마리 있어요. 단봉낙타. 근데 그 낙타가 이번에 메르스 때문에 인기도 뚝 떨어지고 사람들이 가까이 하지 않았는데. 걔…. 중동이 어디있는 건지, 먹는건지 몰라요."

동물원 내에는 동물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지만 그중에서 실제로 그 지역에서 온 동물은 몇 없다는 이야기였는데, 처음부터 위트있는 설명에 다들 웃으며 집중할 수 있었다.

그 뒤로는 여용구 수의사 선생님의 설명이 쭉 이어졌다. 보통의 소형동물은 어딘가가 아파서 치료하기 위해 마취하지만, 이곳의 동물들은 반대로 어디가 아픈지 몰라서 마취한다고 한다. 아직까지 야생성을 갖고 있어 말그대로 '죽을 만큼' 아프지 않는 한 아픔을 숨기기까지 해서 더욱 치료가 힘들다고 했다.

일반 소형 동물과는 달리 주사기가 아닌 블로우파이프를 이용해서 아이들에게 마취제를 놓곤 하는데, 이때 아이들이 엄청나게 움직이는 데다가 만약에 마취가 됐다고 해도 후속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기린 같은 아이들이 마취제를 맞고 쓰러지는데, 머리를 잡아주지 않으면 머리에 충격이 가 죽기도 한다고. 게다가 조그마한 소동물들과 달리 마취제가 많이 개발되지 않아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고충을 설명해주셨다(육식동물보다 초식동물이 더 힘들다고 한다). 이러한 치료의 어려움을 타파하기 위해 아이들과 교감하며 치료에 도움이 되는 훈련을 하고있다고 한다.

실제로 아시아 코끼리가 자신의 발을 내밀고 발을 치료받는 영상을 봤을 때는 감격스러웠다. 근무 중인 사육사들도 그럴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도 말했다. 동물원이라는 좁은 곳에 있기는 하지만 아이들에게 야생성을 잃어버리게 하기는 싫다고 한 영양사들은 꼼꼼한 식단 관리와 함께 그릇이 아니라 이곳 저곳에 음식을 뿌려 야생성을 남겨둔다고 설명해줬다. 관람객들은 그냥 보고 나가는 것이지만 그런 사소한 것까지 신경써서 좋은 상태의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 일하는 분들 대부분은 서울시 공무원이라고 한다(서울대공원은 과천에 있지만 서울시가 관리하고 있다). 동물원의 사육사가 되려면 동물이 아파하는것을 마치 나의 반려동물이 아픈 것처럼 슬퍼하면 모든 동물을 돌봐줄 수 없다면서 냉철한 이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처음에 딱 들어왔을때는 가리지 말고 여러 곳에서 경험을 쌓은 뒤 원하는 기관에서 전문적인 일을 하는 것'이라면서 보여지는 멋진 모습보다 위험하거나 힘든 면이 더 많으니 고된 노동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이 지내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무슨 문제가 있구나!'라고 인지하는 건 반드시 갖춰야 할 소양이라고. 동물원이 크다 보니 아침 일찍 출근하시는 분들도 많다며 성실성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셨다.

수의사의 경우에는 수의학과를 나오는 것이 꼭 필요하며, 서울시 공무원으로써 여러 경험을 쌓고 난 후 대공원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한다. 이날 견학에 참가한 우리 일행 중에서도 동물전문기자, 사육사, 애견미용사 등 동물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거나 희망 중인 사람도 많아 모두들 집중해서 설명을 들었다.

'어벤져스'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동물원 내의 동물병원 방문 후 동물원을 둘러보던 중 찍은 단체사진이다.
▲ 단체사진 김-치! 동물원 내의 동물병원 방문 후 동물원을 둘러보던 중 찍은 단체사진이다.
ⓒ 길가던 할아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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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동물원과 동물병원을 방문하고 난 뒤 동물원을 둘러보면서 우리 일행이 공통적으로 좋다고 꼽은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사육사가 돌보는 중인 동물의 특성을 정리해놓은 ' 사육사 노트'.

사육사가 얼마나 동물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지가 보였고, 또한 그런 사랑 속에서 동물들이 관리되는구나라는 마음이 들었다. 덕분에 사육사 노트를 보는 내내 엄마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사육사를 희망하는 신대용(20)군은 "견학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았고, 모두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알고 있는 점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라면서 "동물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사육사 노트를 보면서 원하는 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고민할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동물사랑실천단 염수진 대표는 "생각을 나누고 공감과 교감하는 것이 이렇게 좋은 일이구나,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체험이었다"라면서 "앞으로도 다른 아이들과 정예멤버를 꾸려 자주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청소년 동물사랑실천단, 다음엔 어디로 가볼까?


태그:#유기견, #수원시 동물 보호 센터, #청소년 동물사랑실천단, #입양, #유기견 새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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