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당초 부정부패 연루자와 강력범죄자를 공천에서 '예외 없이 배제'한다는 원칙과 달리 제도상으로는 공천이 가능하게 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관련 혁신안이 어렵게 당규로 제정됐지만, 이후 실제 후보자 검증에 적용되는 시행세칙을 만드는 과정에서 엄격한 심사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당규에 정한 예외 규정, 시행세칙도 그대로?

큰사진보기
▲  지난 20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지난 20일 당시 문재인 대표가 주재한 더민주 최고위원회는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후보자 추천·선출 시행세칙'을 의결했다. 이 시행세칙은 일단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에만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처음 제정된 후보자 선출 세칙이라는 점에서, 향후 지역구 출마 후보자들에게도 비슷한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시행세칙을 살펴보면 후보자 자격심사와 관련해 "당규 제13호 제12조를 준용하여 자격을 심사하되, 반인륜적 범죄행위 사실이 있는 자와 중대한 해당행위 전력이 있는 자 등 후보자로 추천되기에 명백히 부적합한 사유가 있는 자는 배제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전체 세칙 가운데 부적격 후보자 배제와 관련한 유일한 조항이다.

문제는 시행세칙이 '준용'하겠다고 돼 있는 당규에 있다. 당규 제13호 제12조 8항에는 부적격 심사 대상자와 관련해 "뇌물, 알선수재, 공금횡령, 정치자금법위반, 성범죄, 개인비리 등 국민의 지탄을 받는 형사범 중 예비후보자 신청 이전의 하급심에서 금고 및 집행유예 이상의 유죄판결을 받은 자"라고 규정해 놓았다. 혁신안이 반영된 내용이다.

그러면서 예외 조항을 두었는데, "부적격 기준에 해당하는 후보라도 해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의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행세칙이 당규를 준용한다면 뇌물, 공금횡령, 성범죄 등을 저지르고 후보 신청 전 유죄를 받았던 사람도 해당 기준만 충족한다면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당규-세칙 어디에도 '예외 없는 부적격' 없다

문제는 다시 시행세칙으로 돌아간다. 역시 같은 당규 10항에는 "제8항의 적용시효, 예외 없는 부적격 기준, 구체적인 심사적용기준 등 예비후보자 및 후보자의 자격심사 및 도덕성 검증의 기준과 방법은 규칙으로 정한다"라고 돼 있다. '예외 없는 부적격 기준'은 시행세칙 등과 같은 규칙으로 다시 정하게 해놓은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시행세칙에는 '반인륜적 범죄행위 사실이 있는 자', '해당행위 전력이 있는 자'만 언급이 돼 있다. 이들에 대해서도 '배제한다'고만 돼 있지 '예외 없는'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지 않다. 결국 당규는 시행세칙에서 '예외 없는 부적격'을 정하게끔 해놓았는데, 정작 그걸 정하지 않아 제도에 허점을 만든 것이다.

결과적으로 당 혁신위원회가 강조했던 '예외 없는 부적격'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혁신위원회는 지난해 9월 22일 11차 혁신안에서 강력범, 부정부패, 선거법위반, 민생범죄 등에 각 형량에 따른 부적격 기준을 제시했고, 성범죄 경우는 형량에 상관없이 부적격 처리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현재까지 마련된 제도에서는 이런 취지를 반영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혁신위원이었던 조국 서울대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　"당규에 따라 시행세칙을 통해 엄격하게 예외 없는 부적격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것이 이뤄지지 못한 것 같다"라며 "부정부패나 성범죄 등으로 하급심 유죄를 받았다면 공천에서 배제 되는 것이 맞다, 예외는 훨씬 더 좁게 적용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더민주 관계자는 "해당 규정에 문제가 있는지 다시 살펴봐야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노영민, 신기남 의원이 징계를 받아 총선 출마가 어려워진 것을 언급하며 "지금 범죄도 아니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례만으로 현역의원들의 당원자격정지가 이뤄지고 있는데, 의도적으로 범죄 행위를 구제하려고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