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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 화정에 있는 울산과학대학교 정문 앞 모습. 청소노동자들이 600여일 째 파업 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중이던 청소노동자가 대학내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려다 오히려 폭행혐의로 고발당한 데 대해 전국의 인권단체들이 인권유린이라며 규탄하고 나섰다
 울산 동구 화정에 있는 울산과학대학교 정문 앞 모습. 청소노동자들이 600여일 째 파업 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중이던 청소노동자가 대학내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려다 오히려 폭행혐의로 고발당한 데 대해 전국의 인권단체들이 인권유린이라며 규탄하고 나섰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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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 중이던 울산과학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화장실 사용 문제로 대학 측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다 폭행 혐의로 고발당한 것과 관련,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인권행동 등 전국 11개 인권단체가 27일 성명을 냈다. 이들은 "울산과학대 동구 캠퍼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노동 반인권 상황에 대해 연대의 힘으로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 인권단체들은 "심각한 인권유린과 노동탄압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기에 현대학원과 울산과학대학교 당국을 엄중히 항의하고 규탄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울산지역 여성단체들도 이를 인권유린으로 보고 대학 측의 사과와 고소 사태를 책임질 것으로 촉구한 바 있다. (관련기사 :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인권 유린 사과하라")

"반인륜적인 사태에 분노"

인권단체들은 "2016년 희망과 안녕을 기원하는 덕담을 나누어야 할 새해 벽두부터, 우리는 울산과학대 동구 캠퍼스에서 들려온 도저히 현실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반인륜적인 사태로 인해 참담함과 서글픔, 그리고 분노를 가눌 수 없다"며 "울산과학대의 비인간적, 비상식적 행태에 분노한다"고 지적했다.

인권단체들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울산과학대 동부캠퍼스 정문에는 2014년 6월 16일부터 최저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천막농성이 600일 다 되도록 진행되고 있다"며 "108만 원 월급으로는 생활이 안 되니 빚이라도 덜 지도록 시급 6000원, 월급 126만 원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나 상식적인 요구가 600일을 넘기는 싸움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임금 몇 푼 올려달라고 한 것뿐인데, 울산과학대는 아예 일자리를 빼앗아갔다"며 "농성장은 세 번이나 강제로 철거되었고 청소노동자들은 힘없이 쫓겨났다"고 덧붙였다.

또한 "청소노동자들은 그동안 온갖 회유와 탄압에도 포기하지 않고 농성장을 세우고 또 세웠다"며 "대학 본관 안에서 처음 시작된 농성은 법원의 퇴거 명령에 따라 본관 밖으로, 지금은 아예 대학 밖으로 밀려나 정문 옆 모퉁이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단체들은 이어 "대학 측이 지난해 6월 청소노동자들을 고용했던 청소용역업체 2곳과 계약을 해지하고 새 업체와 계약했는데 농성자들의 고용승계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청소노동자들이 십수 년을 울산과학대학교에서 일하면서 용역업체가 몇 번이 바뀌더라도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적은 없었다. 2007년에 울산과학대 총장이 사인한 고용승계 합의서까지 있지만 학교는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청소노동자들을 용역 경비를 내세워 폭력적으로 탄압해 온 울산과학대가 화장실 사용마저 막으며 비인권적 행위를 서슴지 않더니, 급기야 급성 장염에 걸려 화장실을 가려던 60대 여성 청소노동자마저 매몰차게 막아섰다"며 "더구나 적반하장 폭행 혐의로 고소한 일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인권단체들은 "울산과학대는 하루 수백 명이 이용하는 학내 체육관 화장실을 청소노동자들만은 출입하지 못하게 하고 있고, 그 때문에 청소노동자들은 추운 겨울에도 정문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공원에 있는 옥외 간이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며 "이들은 '불편함은 견딜 수 있지만 인간으로서 가장 본능적이고 기본적인 욕구마저도 해결할 권리를 빼앗긴 존재가 되었다는 모멸감이 가장 큰 고통으로 다가옵니다'고 절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인권단체들은 "1월 15일 울산 동부경찰서는 '김순자 지부장이 회사 직원을 폭행하여 전치 4주의 진단을 받았다며 고소가 들어왔으니 조사받으러 오라'는 통보를 했다"며 "1년 7개월의 노숙농성으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64세의 늙은 여성에게 30대의 건장한 청년이 폭행당해 전치 4주의 상처를 입었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로써 일련의 상황들이 우연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건 당일 용역직원은 '당신이 들어가면 내가 해고된다'고 했다"며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용역직원을 해고로 압박하며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을 탄압하라고 지시해 온 울산과학대가 있음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전국의 인권단체들은 지난 1월 12일 발생한 청소노동자 인권 유린 사태에 대해 대학 측이 사과하고, 적반하장 고소 사태를 대학 측이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공동성명을 낸 인권단체들은 광주인권센터, 다산인권센터,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중심 사람, 전북인권교육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울산인권운동연대, 한국인권행동 등이다.


태그:#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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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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