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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인생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디서 들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작가의 생각이 그렇다는 것만큼은 분명할 듯싶다.

<은하철도의 밤>은 미야자와 겐지가 쓴 몇 편의 글을 한 묶음으로 엮어낸 책이다. 책 제목을 따온 중편 분량의 동화 <은하철도의 밤>과 또 다른 중편 <바람의 마타사부로>, 그리고 <고양이 사무소>,<주문이 많은 요리점>과 같은 우화적이고 괴담인 듯도 한 단편들이 책에는 함께 실려있다.

미야자와 겐지 <은하철도의 밤>
 미야자와 겐지 <은하철도의 밤>
ⓒ 소와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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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책 제목을 두고 어른들은 만화영화 <은하철도999>를 연상하곤 한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은하철도999>는 이 한 편의 동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그 밖에도 우주나 환상을 소재로한 수많은 일본의 작가와 창작물들이 미야자와 겐지의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첼로켜는 고슈>도 미야자와 겐지가 쓴 동명의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책은 처음 출간되었을 때의 시각적인 질감을 복원하고자, 고전적인 세로쓰기에다가 초판의 삽화도 그대로 실었다. 출판사는 소와다리인데, 일본식으로 표기해놔서 이것도 '복원'인줄 알고 국내 발행처를 찾느라 책표지를 여러 번 들추게 만들었다.

<은하철도의 밤>의 줄거리는 이렇다. 병든 엄마와 단둘이 사는 소년 '죠반니'는 가난때문에 마을 축제에 참가할 수가 없다. 아이들의 따돌림과 소식이 끊긴 지 오래인 아빠 때문에 상심한 소년은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드러눕는다. 그때 홀연히 밤하늘을 가로질러 나타난 열차에 소년은 이끌린 듯이 몸을 싣는다.

북십자성에서 출발한 열차가 은하수를 가로질러 남십자성을 향해 달려가는 가운데 죠반니는 마을에서 유일한 친구 '캄파넬라'와 함께 다양한 승객들을 만나며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건네는 메시지는 그가 삶을 통틀어 추구해왔던 것과 같다.

작가의 삶

미야자와 겐지는 일본의 농촌교육자, 동화작가, 시인이다. "나라고 하는 현상은 가정된 유기적이고 육체적 존재로서 하나의 파아란 조명입니다."라는 그의 싯구는 의무교육을 마친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한국에서 윤동주 <서시>의 한구절처럼 말이다. 400여편의 시를 쓴 시인이지만 한국에서는 동화작가로서만 부각되어 알려져있다.

미야자와 겐지는 일본의 농촌교육자, 시인, 동화작가이다.
 미야자와 겐지는 일본의 농촌교육자, 시인, 동화작가이다.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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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와 겐지의 삶은 작품에 담긴 주제의식과 마찬가지로 타인을 위해 헌신하고자 노력했던 삶이었다. 그의 이름과 연관된 글을 볼때 마다 한 문장을 떠올린다.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인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농민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을 위해 노력했지만, 농민들은 겐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야자와 겐지의 이타심은 평생을 독신으로 살게 하는데도 영향을 끼쳤다. 체질적으로 병약했고, 늑막염을 앓았을 때는 '내 인생도 앞으로 15년 정도일거야'라며 쓸쓸히 읊조렸다. 그리고 슬픈 예언은 적중해서 37살 나이로 요절했다.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지만 본인이 죽고나면 혼자 남겨질 것을 우려해 독신을 선택했다는 의견이 많다.

밤하늘과 나의 난독증

아름답게 살았기 때문에 밤하늘을 그린 동화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작가는 별자리를 오가는 기차여행을 실제로 본 것처럼 써내려갔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단순히 무식해서인지, 은하수처럼 현란한 단어들의 운행에 감동에 앞서 피로감을 얻었다.

"그 깨끗한 강물은 유리보다도 수소보다도 투명하고, 눈의 착각일까, 때때로 어른어른 보라색 작은 물결을 일으켰다가 무지개처럼 반짝반짝 빛났다가 하면서 소리도 없이 천천히 흘러갔고, 들판 여기저기에는 빛을 내뿜는 삼각표가 아름답게 서 있었습니다"

소년은 차창 밖으로 부터 쏟아지는 별천지에 넋을 잃고 말하는데, 나는 대학 전공책을 읽는 것 보담도 이해를 못 해서 몇 번을 거듭 읽었다. 이제 나는 실제로 주변에서 볼 수 있는게 아니면 상상해낼 수 없게 된 것일까. 연료가 되어줄 동심이 한 줌도 남아있지 않은 것만 같다.

위에 인용한 문장을 읽고 소년이 목격한 일들이 궁금해진 사람이라면 이 책을 집어도 좋을 듯하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읽는다면 은하계 한복판에서 길을 잃거나, 또는 지난 세월 어딘가에 중요한 것을 두고 왔음을 깨닫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 나는 이 책을 이불 속에서 읽었다. 직접 임상체험에 들어가 본 결과, 적어도 수면효과에 대해서 만큼은 확실히 보증할 수 있다.

글을 마치면서 별자리가 그려진 책 표지를 다시 들춰봤다. 밤하늘색 표지에는 '4번째'라고 쓰여진 열차가 그려져 있었다. 은하열차는 한 대만 있는 것이 아닌가보다. 오늘 밤에는 내게도 열차가 찾아와 줄까? 아니, 헛된 개꿈만 꿀 것 같다.


은하철도의 밤 (한국어판) - 1934년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

미야자와 겐지 지음, 김동근 옮김, 소와다리(2015)


태그:#은하철도의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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