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온스타일 '채널 소녀시대'의 이미지컷. 위 사진의 방은 방송에서 연출된 공간이다.
 온스타일 '채널 소녀시대'의 이미지컷. 위 사진의 방은 방송에서 연출된 공간이다.
ⓒ 온스타일

관련사진보기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집돌이, 집순이라 자처하는 연예인이 부쩍 늘었다. 심형탁이나 태연, 아이린은 꽤 유명하다. 여기에 조승우, 이승기, 박보영 등 유명 배우들까지. 특이한 건 이들을 집돌이·집순이라 소개할 때 붙는 꼬리표다. 대부분의 기사에선 '사실은..', '알고 보니...'라는 표현이 따라온다. 뭔가 대단한 비밀을 알려주듯이.

하지만 집돌이와 집순이는 어느 시대든, 어디에나 존재했다. 이들은 아무런 사회생활도 하지 않고 집에만 '처박혀' 있는 히키코모리와는 다르다. 사회생활은 열심히 하되, 퇴근 후나 주말 동안 주로 집에 머물 뿐이다. 단지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의 차이인 것이다. 집돌이·집순이가 부쩍 늘어난 이유만 물어선 안 되는 이유다. 늘 존재했던 이들이 왜 스스로를 드러내기 시작했는가 또한 물어봐야 한다.

물론 비자발적 집돌이·집순이가 많아지면서 의외의 동지가 늘어난 것도 있다. 일상이 바빠 밖에 나갈 기운도 시간도 없다. 쉴 새 없이 울리는 카톡 알림음 때문에 인간관계에 지친다. 나가는 것 자체가 비용이다.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전국의 성인 남녀(만 19~59세) 2000명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6.9%)이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점점 늘고 있다'고 답한 까닭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수치에 자발적인 집돌이·집순이가 섞여 있다는 점이다. 같은 조사에서 전체의 81.9%가 집에 가만히 있을 때 가장 마음이 편하다고 느낀다고 답했고, 전체의 89.2%는 집이 행복을 주는 공간이라고 봤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제멋대로 흘러가는 삶에 회의를 느껴, 집에 있는 시간을 힐링의 계기로 삼는 '예비' 집돌이·집순이도 적지 않다.

동지가 늘면서 자연스레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역시 그들이 스스로를 드러내기 시작한 중요한 이유다. '내성적'인 성격과 '내향적'인 성격을 구분하고, 외향성과 내향성을 상호보완적인 것으로 보는 것이다.

 집은 이제 사회생활의 긴장과 불안을 풀어주는 나만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성인 2천명을 대상으로 한 통계.
 집은 이제 사회생활의 긴장과 불안을 풀어주는 나만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성인 2천명을 대상으로 한 통계.
ⓒ 김형조

관련사진보기


애덤 그랜트 펜실베이니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직원들이 업무에 적극적이라면 내향적인 점주가 더 많은 수익(14%)을 내는 대신, 직원들이 업무에 소극적이라면 외향적인 점주가 더 많은 수익(16%)을 냈다고 한다. 다양성이 단순히 이상적 가치가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직결되는 가치가 된 것이다.

경제구조의 변화 또한 이러한 분위기에 기여했다. 한국도 이제 연간 성장률 2~3% 대의 저성장기에 접어든 지 오래다. 저성장기일수록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이 중요해지고, 이러한 산업은 무엇보다 창의성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창의성은 구성원이 다양할수록 더 쉽게 발휘된다. 앞서의 사례처럼 외향적인 사람들과 내향적인 사람들이 조화로워야 한다. 외향성과 내향성은 이제 우열 관계가 아니라 동등하며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된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집단주의 사회다. 사교적 능력과 사회성을 중시하고, 외향적인 사람에 대한 선호가 여전히 남아있다. 만약 내향적인 사람이 집돌이·집순이 대신 부정적 단어로 표현됐다면, 연예인이 너나나나 자신을 내향적인 사람이라 자처하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내향적인 사람들이 목소리를 더 내야 하는 이유다. 이젠 "왜 주말에 집에 혼자 있어?"라는 물음에 "그냥 그게 편해서"라고 얼버무리지 말고, 단지 나와 너는 다른 것이라고 차분하되 당당히 말해주자.


#집돌이#집순이#집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