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아들의 전쟁' 유승호, 정혜성-박민영 사이에서 긴장백배! 3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드라마스페셜 <리멤버-아들의 전쟁>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정혜성, 유승호, 박민영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리멤버-아들의 전쟁>은 아버지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변호사가 된 진우(유승호 분)의 활약상을 바탕으로 긴박함, 스릴, 인간애,가족애, 진실, 정의 등을 담은 '천재 변호사의 휴먼 멜로 드라마'다. 9일 수요일 밤 10시 첫 방송.

▲ <리멤버-아들의 전쟁> 지난 2015년 12월 3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드라마스페셜 <리멤버-아들의 전쟁>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정혜성, 유승호, 박민영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 된 아버지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변호사가 된 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리멤버>. 이 드라마는 긴박감 넘치는 내용과 연기자들의 호연에 힘입어 같은 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

주인공인 서진우(유승호 분)에게 닥치는 시련은 녹록지 않다. 처음에는 박동호(박성웅 분)의 변호를 믿었지만 남규만(남궁민 분)이 가진 돈과 권력 앞에 무릎 꿇은 그로 인해 아버지는 사형수가 되었고, 이후 변호사가 되어 재심을 신청하려 하지만 살인을 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쓸 뻔 한다. 이후 가까스로 진행된 재심에서조차 그는 함정에 빠진다. 이 와중에 그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아버지는 무관심 속에서 목숨을 잃는다.

겨우 일이 해결되려고 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야 마는 이야기 속에서 시청자들은 답답함을 느낀다. 그러나 사실 어쩔 수가 없다. 가장 궁극적인 악역인 남규만이 쉽게 무너지면 드라마 역시 결말로 치달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종영까지 스토리는 이제 절반을 걸어왔을 뿐이다. 아직 결말을 보여주기엔 지나치게 이른 시점이다. 내용이 해결은 되지 않고 점점 더 수렁으로 빠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남은 회차의 양을 생각해 봤을 때, 아직 주인공이 헤쳐나가야 할 것은 더 많을 것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영화식 내러티브를 따르는 드라마 <리멤버>

문제는 남규만에 관련하여 지금 나올 수 있는 절정 포인트가 너무 많이 나왔다는 점이다. 재판으로 사형수가 된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구하기 위한 재심, 그 안에서의 음모, 그리고 재심에서의 승기, 그리고 또 좌절. 문제는 앞으로도 이 패턴에서 크게 다른 구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일단 드라마는 하나의 사건, 즉 극 중 서진우의 아버지인 서재혁(전광렬 분)의 누명을 벗기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이미 그 사건을 둘러싸고 기승전결이 세 차례나 지나갔다. 서재혁이 누명을 쓰고 재판을 받아 사형수가 되는 것, 서진우가 재심을 신청하다 살인범으로 몰리고 누명을 벗는 것, 재심 과정에서 다시 유죄가 확정되는 것이 그것이다. 한 사건을 두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가 결국 그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다시 가로 막히는 것에 시청자들은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이런 답답함은 <리멤버>가 드라마가 아닌 영화적 내러티브를 따르고 있는 데서 기인한다. <리멤버>를 집필하고 있는 윤현호 작가는 영화 <변호인>의 작가로 알려졌다. 그 탓인지 <리멤버>의 기승전결 방식은 영화에서 보여준 그것과 비슷하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 된 후(기) 변호사가 된 아들이 4년 만에 그를 구하기 위해 돌아온다(승). 우여곡절 끝에 재판이 열리고(전) 결국 아버지의 누명을 벗긴다(결)는 뻔하다면 뻔한 구성이다.

윤현호 작가는 이 구성에 양념을 치고 여러 캐릭터를 만들어 흥미롭게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그래도 너무 길었다. 영화라면 길어야 세 시간 만에 끝날 이야기가 드라마로 넘어오니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주인공에게 더 큰 절망을 안겨주는 일뿐이고 그 과정에서 이야기는 점점 답답해지고야 마는 것이다.

악한 재벌에게 대항하여 승리한다는 비슷한 소재로 천만을 기록한 <베테랑>을 예로 들어보자. 최종 악인은 조태오(유아인)이고 그에게 통쾌한 승리를 이루는 것이 목적이다. 그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길에는 갖은 어려움이 있지만, 그 어려움은 두 시간이라는 런닝타임에 영향을 받는다. 아무리 답답한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시청자들은 마지막의 통쾌함을 보며 그간의 답답함을 다 잊어버릴 수 있다.

그러나 드라마는 다르다. 전체적인 기승전결도 중요하지만 하나의 시퀀스가 갖는 기승전결 역시 중요하다. 일단 영화와 비교할 수 없이 길이가 길기 때문이다. 같은 적에게 대항하여 계속 절망의 늪에 빠지는 장면이 반복되는 것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그림이 아닐 수 있다.

힘을 너무 많이 써버린 건 아닐까

 <리멤버>, 드라마의 내러티브보다는 영화에 가깝다

<리멤버>, 드라마의 내러티브보다는 영화에 가깝다 ⓒ SBS


같은 법정 드라마로 성공을 거둔 <너의 목소리가 들려>(아래 <너목들>)는 민준국(정웅인 분)을 처단하는 것이 최종 목표지만 그 최종 목표를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기승전결을 만드는 대신 여러가지 사건을 만들어 여주인공인 장혜성(이보영 분)의 변호사로서의 성장스토리를 내세웠다. 중반 이후 민준국을 본격적으로 다시 등장시키면서 갈등을 고조하고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솜씨는 드라마를 명작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을 만큼 뛰어났다.

<리멤버>는 초점을 단 하나, '남규만 처단' 에 맞추면서 오히려 드라마적인 매력을 반감시키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서진우가 변호사로서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그가 복수를 위해 어떤 준비를 치밀하게 했는지를 좀 더 파고들었어도 됐을 법한데 서진우는 거대 권력 앞에 너무나도 무력하고 계속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런 이야기 전개는 초중반보다는 중후반에 집중하고 초반에는 다채로운 재판 모습을 통해 주인공의 능력을 보여주며 서서히 사건에 접근해가는 신중함을 묘사했다면 어땠을까 싶은 것도 사실이다. 초반부터 상대를 잡기 위한 힘을 너무 많이 써 버린 <리멤버>가 후반부로 갈수록 다시 시청자를 끌어모을 만한 힘을 다시 발산할 수 있을까. 중반에 도착한 지금 똑같은 패턴의 반복이 아닌 돌파구를 찾을 때가 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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