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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이 추진 중인 신당이 총선 100일을 앞둔 시기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약진하고 있다. '신당'의 컨벤션효과(이벤트에 따른 일시적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과 접전을 벌이거나 일부 지역에서 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것에 안 의원 측은 상당히 고무돼 있다. 오는 7일 국민공모를 통해 당명을 발표하고 10일 창당발기인대회 개최를 예정하고 있어 당분간 기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 3일 탈당한 김한길 의원의 신당 합류가 유력한 상황이다. 김 의원은 전날 안 의원을 만나 탈당 사실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탈당 기자회견에서도 신당 합류를 묻는 질문에는 "의논해 보겠다"라고 답했다. 김 의원의 신당 합류가 확정될 경우, 수도권에 더민주 비주류 의원들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원과 정치적 노선을 함께 했던 더민주 소속 의원들의 탈당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 안 의원 측은 신당의 세력화 방법을 놓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독자적인 세력화를 이루는데 있어 기존 정치세력의 흡수도 필요하지만, 그것이 과도할 경우 안 의원이 주장하는 '새정치'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기존의 더민주 소속 의원들이 대거 합류한 상태에서 '현역 의원 교체'를 원하는 여론이 높게 형성되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안 의원 역시 기존 정치세력과 신진 세력의 조화를 고민하고 있다.

"신당 참여할 사람, 3자구도 각오해야"

신당 창당을 추진중인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이희호씨와 대화하고 있다.
▲ 안철수,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씨 예방 신당 창당을 추진중인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이희호씨와 대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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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의원은 4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동교동계 더민주 인사들의 탈당과 신당 합류에 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소식은 듣지 못했다. 특별하게 드릴 말씀이 없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신당은)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많은 분들이 함께하는 정당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명망가는 낡았다고 생각하고, 참신한 인물은 처음 들어 본 사람이라고 인정을 안 하는 분위기다. 그 둘을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또 기존에 이미 탈당해 신당 세력화에 나선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과의 통합이나 연대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광주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공통된 의견은 쉬운 길로 가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라며 "이미 갖춰진 세력과 손 잡지 말고, 전국정당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순서로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당분간 기존 신당 세력과도 거리를 두겠다는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한길 의원이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당 합류 계획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한길 의원이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당 합류 계획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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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한길 의원 등 일부 인사들의 합류에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안 의원은 같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로운 정치질서 구축에 헌신하겠다는 (김 의원의) 말에 공감한다"라며 "오랫동안 정치를 한 분이어서 왜 정치를 하는가 무엇을 이룰 것인가 고민을 많이 한 분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의 신당 합류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결론을 내리면 존중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안 의원의 태도는 당 대표로 거론되고 있는 정운찬 전 총리, 과거 신당 창당을 함께 준비했던 윤여준 전 장관과 김성식 전 의원 등에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그는 정 전 총리의 합류를 묻는 질문에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뜻에 동의하는 많은 분들과 함께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과 김 전 의원에 대해서도 "나보다 훨씬 더 자격이 많으신 분들이 계신다"라며 "두 분과도 계속 말씀을 나누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결국 자신과 과거 정치적으로 함께했던 인사들에게는 신당 합류 가능성을 열어놓고, 동교동계 등 과거 정치세력과 다른 신당세력에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안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더민주와 연대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 신당 합류 인사들에게도 "신당에 참여하실 분들은 3자구도 하에서도 당당하게 싸울 각오를 가지고 들어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무나 신당에 합류 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다.

천정배 "곤혹스럽다", 박주선 "통합 약속하자"

통합신당추진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선 의원은 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8일까지 신당 세력이 한자리에 모여 통합을 약속하는 신당통합 연석회의를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통합신당추진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선 의원은 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8일까지 신당 세력이 한자리에 모여 통합을 약속하는 신당통합 연석회의를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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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발길이 급해진 건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 기존 신당추진 세력이다. 안 의원의 신당이 호남과 수도권에서 큰 지지를 얻게 되면서 이들의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특히 '호남정치 복원'을 앞세우며 안 의원의 탈당을 종용하기도 했던 천 의원은 오히려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그는 최근 간담회에서 "새정치연합(현 더불어민주당)과 경쟁하겠다는 게 공약이었는데,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탈당을 하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곤혹스럽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안 의원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일까지 신당 세력이 한자리에 모여 통합을 약속하는 신당통합 연석회의를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우선적으로 신당 추진 세력 간의 통합을 선언하자는 것이다. 그는 이어 "창당 후 통합논의는 매우 안이하고 비현실적인 자세"라며 "신당 추진세력이 과거 기득권, 패권의 낡은 행태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문재인 더민주 대표는 김한길 의원의 탈당에 안철수 신당과의 경쟁을 예고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3일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의 입당 기자회견 자리에서 김 의원 탈당과 관련해 "우리당을 더 새롭게 만드는 계기로 삼겠다"라며 "탈당해서 비게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대한민국 정치를 물갈이하고, 우리 당을 더 젊고 새로운 정당으로 만들어나가는 계기로 삼아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태그:#안철수, #문재인, #천정배, #박주선,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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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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