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로부터 고발당한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부산시로부터 고발당한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 부산국제영화제


부산시가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을 고발했다. 지난해 <다이빙벨> 상영 이후 부산영화제에 가해진 정치적 압박이 다시금 시작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영화계의 반발도 다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부산시는 14일 감사원 권고에 따라 이용관 공동 집행위원장 등 부산국제영화제 전현직 관계자 3명을 지난 11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앞서 감사원은 올해 2월 부산영화제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고, 영화제 전인 지난 9월 3일 감사 결과를 확정한 바 있다.

당시 감사원은 감사결과를 통해 부산영화제가 국고보조금을 협찬금 중개수수료로 지급하고, 중개 활동을 하지 않은 허위중개인에게도 중개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중개수수료 회계 집행을 허위로 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토대로 감사원은 부산시에 이용관 집행위원장 등을 고발할 것을 통보했다. 부산시의 이번 검찰 고발은 표면적으로 보면 감사원의 통보를 수용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부산영화제는 '이용관 몰아내기 재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영화제 측은 15일 '부산시의 고발조치에 대한 부산국제영화제 입장'을 발표하고, 부산시의 이번 고발조치는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에 따른 명백한 보복이라고 규정했다.

"<다이빙벨> 상영에 대한 명백한 보복"... 영화계-부산시 2차전 시작

부산영화제 측은 그동안 부산시가 영화제에 대해 여러 트집을 잡아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사퇴시키려 했다면서, 지난 9월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통보 받은 이후 부산시는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물러난다면 고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직간접적인 압력을 가해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보복을 위한 표적감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사퇴를 거부하자 검찰에 고발했다는 것이다.

또한 영화제 측은 감사원의 지적은 협찬을 유치하고 협찬 중계수수료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협찬 중계활동을 증빙하는 자료가 미흡하다는 것과 일부 행정 착오에 따른 과실을 지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찬 중계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용인된 관행인데, 일부 행정처리에 착오가 있었다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부산영화제 측은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비슷한 지적을 받은 기관이나 단체의 경우 시정요구나 관련자 징계 등 행정처분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유독 부산영화제에 대해서만 수사기관에 고발하라고 감사원이 요구했다면서, 이는 노골적인 보복의지라고 주장했다.

감사원의 표적 감사 의혹

실제로 이번 9월에 나온 감사원 감사(국고보조금 등 정부지원금 집행실태 감사결과 보고서)에서 고발을 명시적으로 요구한 곳은 오직 부산영화제 한 곳에 불과하다. 특히 일부 감사대상의 경우 담당자가 수 년 간에 걸쳐 최대 14억여 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징계 요구만 있었을 뿐이다.

문화관련 행사 중에는 거창국제연극제가 1억여 원을 근거 없는 중계 수수료로 지급했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시정 조치만을 요구했을 뿐 당사자에 대한 고발은 없었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의 경우 서울시와 영진위, 성북구 등의 보조금 8400여 만 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으나, 보조금 제한 등의 조치만 요구했을 뿐 고발하라는 통보는 없었다.

부산영화제의 경우 감사원이 회계 집행의 문제로 지적한 금액은 2013~2014년까지 6850만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감사원이 다른 기관이나 단체와 통보한 결과와 비교할 때 시정요구만으로 충분한 사안을 무리하게 고발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문예위 보조금은 후원자 세제 혜택 위한 목적일 뿐

특히 부산영화제가 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로부터 받은 국고보조금의 성격 또한 정부 예산으로 편성한 일반회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먼지털이식 표적 감사'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문예위의 한 관계자는 "부산영화제에 지급한 보조금은 명칭이 '목적성 기금'"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이나 단체가 문화예술위원회를 거쳐 특정 행사에 후원할 경우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쉽게 말해 개인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지정 기탁해 세제 혜택을 받는 형식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다만 "기업이나 단체의 후원금이 문예위로 전달되는 순간 성격이 국고보조금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기에 원칙적으로 중개수수료를 지급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산영화제가 중개수수료를 관행대로 지급하려면 문예위를 거치지 않고 바로 후원금을 받으면 된다"며 "그럴 경우 감사원의 감사 대상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후원금을 낸 기업들이 세제혜택을 받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부산영화제의 경우 이번 감사를 의식한 듯 문화예술위원회를 거쳐 후원금 유치하는 방법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계 '부글부글'

 지난 2월 부산영화제 탄압에 맞서 결성된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대책위원회'

지난 2월 부산영화제 탄압에 맞서 결성된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대책위원회' ⓒ 이정민


이번 부산시의 고발로 영화계는 다시 부글부글 들끓는 분위기다. 이용관 위원장에 대한 고발조치가 알려진 직후 지난 2월 결성된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 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데, 분위기가 격앙된 것으로 알려져 대정부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제 측은 한때 이용관 위원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는 방법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영화인들 역시 부산영화제에 대한 정치적 탄압 논란을 주시하고 있다. 부산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 나갈 때마다 상당한 격려를 받고 있다"며 "우리가 버틸 수 있는 힘은 영화인, 시민, 관객,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라고 말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화합을 제의해 놓고 영화계의 뒤통수를 쳤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서 시장은 올해 초 부산영화제 이용관을 사퇴시키려고 압박하는 과정에서 영화계와 갈등을 일으켰다. 하지만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 선임과 자신과 가까운 인사를 부집행위원장에 앉힌 이후 지난 7월말 영화계 관계자들을 초청해 만찬을 갖는 것으로 봉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이번 고발로 인해 영화계와의 관계가 다시 악화되는 모습이다. 영화계는 부산영화제 탄압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부산시에 불신을 보내고 있어 부산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종 영화관련 사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커 보인다. 부산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중계 수수료 부분은 부산시에서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며 불신을 나타냈다.

부산영화제는 공식 입장을 통해  "<다이빙벨> 상영 관련 논란 이후 거듭된 부산시의 부적절한 행태로 인해 20년간 쌓아온 부산국제영화제의 명예와 국제적인 위상이 크게 손상된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명예와 위상을 조속히 복원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에게도 "정치적인 고려를 일절 배제하고 부산국제영화제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제적인 문화행사로 굳건하게 도약할 수 있도록 공평무사하게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부산영화제를 지속적으로 흔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

부산영화제를 지속적으로 흔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 ⓒ 유성호



○ 편집ㅣ이병한 기자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다이빙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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