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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내줄 때 소득 심사를 한층 강화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이 수도권에선 내년 2월, 비수도권에선 내년 5월부터 시행된다. 사진은 1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부착된 아파트 오피스텔 담보대출 안내문.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내줄 때 소득 심사를 한층 강화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이 수도권에선 내년 2월, 비수도권에선 내년 5월부터 시행된다. 사진은 1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부착된 아파트 오피스텔 담보대출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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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계 빚 대책을 내놓았다. 내년부터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기가 까다로워진다. 대출 심사가 강화되고, 이자만 우선 갚아가는 방법도 어려워진다. 집이라는 담보와 함께 빚을 갚으려는 사람의 신용 등도 면밀하게 따지겠다는 것이다.

또 대출금 역시 원금과 함께 갚아나가도록 유도한다는 계획도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1200조 원을 훌쩍 넘어선 가계 빚 증가 속도를 줄이고, 향후 부채를 집중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대책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담보대출의 상당수가 신규 분양아파트의 중도금 대출이기 때문에, 가계 대출 증가세를 잡기란 쉽지 않을 거란 지적이다. 이 때문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직접적인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작년 8월부터 경기 부양차원에서 이들 금융규제를 완화했었다.

미국금리 인상에 맞춘 '뒷북성' 가계 빚 대책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14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금융위 기자실에서 가계부채 대응방향과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 라인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14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금융위 기자실에서 가계부채 대응방향과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 라인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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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금융위원회와 전국은행연합회 등이 밝힌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시행방안은 주택을 담보 빚을 낸 사람의 상환 능력을 강화하고, 원금과 함께 빚을 갚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빠르면 내년 2월부터 수도권에서 시행되고, 비 수도권은 내년 5월께부터 진행된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지난 7월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에 대한 후속 조처의 성격이 강하다. 당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정책당국은 1200조 원을 넘어선 가계 빚 문제를 관리하기 위한 대책을 공동으로 마련했었다. 요지는 미국 금리인상 등을 앞두고, 가계 빚 증가속도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내년부터 담보 대출때 은행 등에서 대출자의 신용도 등을 면밀히 파악하는 등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빚을 갚아가는 것 역시 3년 동안 이자만 내는 방식에서, 원금과 함께 갚아가는 형식으로 바꿔나가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방향은 이번 가이드라인에 그대로 적용됐다. 은행은 우선 대출자의 빚 상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소득을 면밀하게 파악한다. 자신의 소득을 증명하는 원천소득징수영수증(직장인 대상), 소득금액증명원(자영업자 등)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소득을 확인하기 어려울 경우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 신용카드 사용액 등으로 추정한 소득도 활용된다.

대출 심사를 통과했더라도, 빚을 갚아가는 방식도 원칙적으로 원리금을 함께 갚아나가야 한다. 그동안은 3년동안 이자만 낸 후에 원금과 함께 갚아가거나, 아예 만기에 한꺼번에 갚는 방식이었다. 이밖에 새롭게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별도의 '상승가능 금리(stress rate)'를 추가로 적용한다.

가계 빚이 과연 줄어들까

정부와 은행권의 이번 조치로 일단 내년부터 집을 담보로 빚을 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올 들어 증가세를 멈추지 않은 가계 빚이 줄어들 가능성도 높지 않다. 이미 최근 상당수 대출은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중도금 대출 등 집단대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집단 대출은 아파트 신규분양이나 재건축, 재개발아파트 입주(예정)자 전체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대출을 말한다. 일정 자격요건만 갖추면 집단으로 대출을 일괄적으로 승인해준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 9월 기준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 가운데 집단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27.3%나 된다. 특히 9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가운데 집단대출 증가액 비중이 38.2%, 2조3000억 원이나 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재 신규 분양시장에서 시행사 등과 함께 중도금 대출을 끼고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집단대출이 안되면 아파트 분양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집단대출은 DTI 등 금융규제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이번 은행권에서 마련한 가이드라인의 원금상환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최근 동탄을 비롯한 수도권 신도시 등의 대규모 신규 분양시장에선 정부의 가계 빚 대책이 먹혀들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가계 빚 증가세를 꺾기 위해선 LTV나 DTI 등 부동산 금융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작년 하반기에 이들 금융규제를 손질하면서,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써왔다. 정부 스스로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을 펴놓고, 뒤늦게 땜질식 처방책만 내놓는 꼴이 된 셈이다.

금융권의 한 임원은 "(정부가) 금융규제에 다시 손댈 경우 어렵게 살려놓은 부동산 시장이 다시 침체에 빠질까 두려운 것"이라며 "현재의 담보대출 구조에선 이번 가이드라인으로는 (빚 증가세를 꺾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 스스로도 금융규제 강화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현재로선 LTV, DTI 등 규제를 (과거처럼) 환원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손 국장은 이어 "정부의 금융규제 완화는 지난 10여년 전 주택경기 과열기에 도입된 정책을 합리적으로 보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가계 빚을 줄이기 위해선 결국 소득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최근 가계빚은 제2금융권 등 생계형 대출이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저성장과 경기침체에 따른 소득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한 대출심사 강화 뿐 아니라 재정확대와 내수경기 활성화를 통한 임금소득 증대에 맞춘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태그:#가계부채, #LTV, #D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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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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