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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주민들이 10일 오전 부산시청 앞을 찾아 해수담수화 공급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부산 기장군 주민들이 10일 오전 부산시청 앞을 찾아 해수담수화 공급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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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 담수화 시설을 둘러싼 기장군 주민의 불안이 여전한 가운데 부산시가 세금을 들여 민감한 시기에 민간 수질평가기구의 해외 연수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마이뉴스>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부산시의 국외 상수도 시설 방문계획과 결과보고를 살펴보면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올해 4월 수돗물평가위원회(아래 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해외 연수를 진행했다.

수도법 30조에 따라 운영하는 위원회는 대학교수와 시민단체 관계자, 시의원 등 민간이 참여해 상수원과 수돗물의 검사를 담당한다. 수질관리와 수도시설의 운영에 대한 자문 역시 위원회의 주요 기능이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위원회에서 우리 시 수돗물을 검사, 평가하므로 시민들께서는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런 위원회가 당시 일본을 찾으며 밝힌 사유는 '해외 상수도 시설(해외 담수 시설) 및 물 재이용시설 운영 벤치마킹'. 당시 한창 논란이 일던 해수 담수화 시설 견학이 주목적이었다. 이는 시기적으로 예민할 때였다.

반대 여론 높던 시점 공급 앞두고 해외연수 지원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가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광주과학기술원, 두산중공업과 공동으로 기장군 기장읍 대변리에 건설한 해수담수화플랜트시설. 이 사업에는 1954억원이 투입됐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가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광주과학기술원, 두산중공업과 공동으로 기장군 기장읍 대변리에 건설한 해수담수화플랜트시설. 이 사업에는 1954억원이 투입됐다.
ⓒ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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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의 해외 연수가 있기 전인 지난 2월 기장군에서는 주민들의 해수 담수화 수돗물 반대 집회가 이어지고 있었고, 3월은 기장군까지 나서 동의 없는 수돗물 공급 반대를 천명한 시점이었다. 그런데도 부산시는 5월 급수를 목표로 우호적인 여론 조성에 힘쓰고 있었다. 

이 시기에 떠난 해외연수는 이례적이었다. 그동안 위원회의 해외연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위원회는 지난 3년간 유럽, 동남아, 호주, 뉴질랜드 등지로 해외 연수를 다녀오곤 했다. 하지만 대학교수들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위원회 특성상 방학을 이용한 2월에 모든 해외연수가 진행됐다. 앞서 지난 2월도 위원회는 한차례 호주와 뉴질랜드를 다녀온 상태였다.

위원회가 일본 연수를 다녀온 뒤 남긴 보고서에는 부산시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이 투영됐다. 일본 후쿠오카의 해수 담수화 시설을 방문한 보고서는 이 시설이 "10년째 안정적으로 처리 공급하고 있으며 취수원 다변화에 큰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부산시가 기장군에 조성하려다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산 경정장도 방문지에 포함됐다. 후쿠오카 경정장을 방문한 뒤에는 "사행성 조장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로 정착시키고 해양도시 부산을 알리는 도구로서 필요성이 제기되며 수익금을 교육 및 기타 공공시설에 투자하는 수익 재분배 사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상수도본부 "연례적 해외방문" - 대책위 "해수 담수 홍보전략"

오규석 기장군수가 지난 7일 오전 해수 담수화 수돗물 공급에 반대하며 시청 로비에서 연좌농성에 들어간 지역 주민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규석 기장군수가 지난 7일 오전 해수 담수화 수돗물 공급에 반대하며 시청 로비에서 연좌농성에 들어간 지역 주민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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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부산시는 지난 6월 다른 위원들과 상수도사업본부 공무원을 상대로 견학결과 발표회도 열었다. 이후에는 "해수 담수화 수돗물은 이미 120개국 8500여 개소에서 사용 중인 검증된 시설"이라며 "시판 생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우수한 수질을 가지고 있다"는 위원회 측의 입장을 받아 언론에 해수 담수화의 품질을 보증까지 했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팀 관계자는 "다소 오해를 살 수 있는 시기인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위원회와 해수 담수화를 연관 지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연례적으로 해외방문을 해왔고 해수 담수화 시설이 국내에 처음이니까 사전에 시설을 보러 간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경정장을 방문한 점에 대해서는 "낙동강을 개발하거나 유흥시설이 만들어지면 계류장도 봐야 해서 가본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해수 담수화 공급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부산시의 해명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김용호 해수 담수화 주민 반대 공동 대책위원장은 "해수 담수 공급을 위한 당위성과 이들을 앞세워 해수 담수를 홍보하려는 전략이 아닌가 의심된다"면서 "시가 시민에게 믿음을 주지 않고 다른 단체를 내세워 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못마땅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부산시의 행동이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용우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 해수 담수화대책특위 위원장은 "시기적으로 해수 담수화 공급 강행을 위한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더군다나 원전 주변도 아닌 해수 담수화 시설을 시찰하고 온 것으로 여론을 호도하려 하는 것은 명문상으로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편 해수 담수화 공급과 관련해서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가 공급 찬성 주민을 매수하고 부적절하게 예산을 지원했다는 의혹도 지역 언론을 통해 불거졌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이와 관련해 사실무근이라고 맞서고 있다.

○ 편집ㅣ정민규 기자



태그:#해수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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