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경북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2015프로야구 롯데 대 삼성 경기에서 400호 홈런을 친 삼성 이승엽이 특별제작 유니폼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6월 3일 경북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2015프로야구 롯데 대 삼성 경기에서 400호 홈런을 친 삼성 이승엽이 특별제작 유니폼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연합뉴스


이승엽과 이동국, 언뜻 야구와 축구라는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같지만 공통점이 많다. 두 선수 모두 '라이언 킹'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으며 해당 종목에서 각종 역대 기록을 보유한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두 선수 모두 어느덧 리그에서 손꼽히는 베테랑이 되었음에도 녹슬지않은 기량과 끝없는 도전정신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타자'라는 별명도 있는 이승엽은 올해로 개인통산 10번째 황금장갑을 품에 안았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이승엽은 지명타자 부문에서 총 유효표 358표 중 246표를 받아 롯데 최준석(77표)과 NC 이호준(35표)을 제쳤다.

이미 지난해 프로야구 역대 골든글러브 최다 수상 기록을 갈아치웠던 이승엽은 올해 2연패에 성공하며 KBO 최초의 두 자릿수 골든글러브 수상이라는 또 하나의 대기록을 수립했다(1루수 부문 7회, 지명타자 3회). 39세 3개월 20일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수상기록도 또다시 경신했다. 골든글러브 역대 2위가 이미 은퇴한 한대화와 양준혁의 8회이고, 현역 1위가 LG 이병규의 7회인지라 당분간 이승엽의 아성에 도전할 만한 경쟁자는 보이지 않는다.

1976년생인 이승엽은 우리 나이로 올 시즌 불혹에 접어들었음에도 12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2(7위)에 26홈런, 90타점, 장타율 0.562(8위)를 기록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지난 6월3일에는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개인 통산 400홈런의 금자탑을 쌓기도 했다.

이승엽은 일본 무대 진출로 인한 8년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통산 416호 홈런으로 독보적인 누적 홈런 1위에 올라 있다. 일본 무대에서 기록한 159개의 홈런을 합산하면 프로 경력 동안 총 575개의 홈런을 기록한 이승엽은 25개만 더 추가하면 한일통산 600홈런을 달성하게 된다.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기록은 아니지만 야구사에 남을 이정표임에 틀림없다.

최근 이승엽은 삼성과 2년 총액 36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하며 친정팀에서 현역 생활 유종의 미를 기약하게 됐다. 현재로서 한일통산 600홈런과 2천안타(현재 1860안타) 기록 달성은 충분히 가능할 전망이다.

트로피에 키스하는 MVP 이동국 지난 1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에서 열린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어워즈에서 전북 현대의 이동국이 MVP에 선정된 뒤 트로피에 키스하고 있다.

▲ 트로피에 키스하는 MVP 이동국 지난 1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에서 열린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어워즈에서 전북 현대의 이동국이 MVP에 선정된 뒤 트로피에 키스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박이 아빠' 이동국은 올시즌 K리그를 제패했다. 이동국의 소속팀 전북은 지난해에 이어 K리그 2연패에 성공했다. 주장이자 간판 공격수 이동국은 13골 5도움의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우승을 앞장서서 견인했다. 1979년생으로 골키퍼가 아닌 K리그 필드 플레이어로는 최고령인데다 가장 견제가 심한 공격수 포지션임을 감안하면 이동국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수 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일 열린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에서 이동국은 K리그 사상 최초로 MVP 2연패에 성공했다. 이동국은 2009년부터 전북에서만 4차례나 MVP를 수상하면서 역대 최다수상 기록을 세웠고, 올해는 최고령 MVP 기록까지 경신했다. 이미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K리그 역대 개인통산 최다골(180골)과 공격포인트(246포인트) 기록도 매경기마다 꾸준히 경신중이다.

이승엽과 이동국은 각각 해당 종목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면서 '오뚝이'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두 사람 모두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누구보다 많은 시련을 극복하면서 재기를 거듭해온 인물들이기도 하다.

이승엽은 2003년 메이저리그 진출이 좌절된 이후 일본으로 눈길을 돌렸다. 한때 일본의 최고 인기구단 요미우리의 4번타자를 맡는 등 승승장구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2008년 이후부터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며 2군을 오가는 수모를 겪었다. 요미우리에서의 후반기와 오릭스 시절은 이승엽의 야구 인생에서 흑역사에 가까웠다.

이승엽은 2012년 친정팀 삼성을 통해 다시 국내로 복귀했다. 자신을 믿어주는 감독과 팬들, 동료들이 있는 곳에서 이승엽은 심리적인 안정과 함께 예전 기량을 되찾았다. 이후로도 2년째인 2013년 또 한번 극도의 부진에 빠지며 은퇴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이승엽은 거듭된 비판과 조롱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 지난 2014년 최고령 30홈런-100타점 타자에 이름을 올리며 화려하게 부활한 이승엽은 올해도 꾸준히 자기 몫을 다해내며 삼성의 정규시즌 5연패 대기록과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기여했다.

이동국은 10대 후반 프랑스월드컵 최연소 국가대표를 시작으로 각급 연령대별 대표팀을 두루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고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당한 무리한 혹사의 후유증과 불운 속에 2002-2006 월드컵에서 2회 연속 본선 엔트리에 낙마하는 아픔을 겪었다. 독일과 영국에서 두 번이나 해외 진출에 실패하고 '국내용'이라는 조롱을 당하기도 했다. 2007년에는 아시안컵 음주 파문에 연루되어 국가대표 자격이 정지되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동국은 K리그 복귀 이후에도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성남에서 방출 당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 전북에 입단해 은사 최강희 감독을 만나면서 화려하게 재기한 이동국은 K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다시 거듭났다. 이동국의 K리그 통산 기록 중 116골과 37도움, 개인통산 4번의 MVP는 모두 전북 유니폼을 입고 30대 이후에 세운 기록들이기도 하다. 전북 또한 이동국과 함께하는 동안 리그를 4번이나 제패하는 '왕조'를 구축하며 이동국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이승엽과 이동국은 어느덧 리그의 최고참급 선수가 되었지만 여전히 성실한 자기관리와 투철한 프로의식, 나무랄데 없는 인성 등으로 프로 선수의 모범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30대 중후반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리그 최고의 선수로 건재한 이들의 '장수'는, 그 자체로 후배들의 귀감이 될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이승엽이 역대 최다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던 날, 이동국은 소속팀 전북과 재계약 소식을 전해왔다. 이동국은 전북과 2년 계약 연장에 합의했다. 이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스포츠 팬들에게는, 이승엽과 이동국이라는 두 살아 있는 전설을 2017년까지 그라운드에서 계속 볼수 있다는 것만으로 큰 축복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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