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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차 민중총궐기에 참석했던 노동자, 농민, 시민 수만명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중태인 백남기 농민이 입원한 대학로 서울대병원까지 가면을 쓰거나 직접 준비한 피켓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차 민중총궐기에 참석했던 노동자, 농민, 시민 수만명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중태인 백남기 농민이 입원한 대학로 서울대병원까지 가면을 쓰거나 직접 준비한 피켓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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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열린 '제2차 민중총궐기' 집회가 끝났다. 주최 측의 평화시위 노력과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았던 경찰 측의 적절한 대처는 이번 시위가 11월 열린 1차 민중총궐기와는 달리 평화롭게 막을 내릴 수 있게 했다. 물대포나 차벽도, 각목이나 쇠파이프도 없었다는 기사들은 시위의 훈훈한 마무리를 대변해주는 듯하다.

그런데 뭔가 찝찝하다. 평화롭고 훈훈한 풍경은 굳이 시위에서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분명히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은 시위의 풍경을 묘사하는 것 외에는 시위에 대한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는다. 쇠파이프나 물대포와 같은 물건들이 시위에 쓰이는지 혹은 쓰이지 않는지가 그렇게나 중요한 것이었나? 이쯤 되니 시위가 평화로웠다고 열심히 설명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어진다. "평화로웠군요, 그래서요?"

모든 시위에는 목적이 있는 법이다. 주최 측이, 그리고 수만 명의 시민들이 두 차례의 '민중총궐기'시위에 참여하여 이루고자 했던 목표가 있다는 것이다. 분명 시위대의 목표는 자신들이 폭력적인지 혹은 평화적인지 밝히는 것은 아니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한중FTA,노동 관련법 개정 등 현 사회 이슈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그리고 이번 시위에서 언론과 대중이 주목해야 하는 것은 당연히 그들의 목소리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1차 민중총궐기 집회가 끝났을 때 여론과 언론의 시선은 오직 시위대 혹은 경찰의 폭력행위 여부에만 치우쳐 있었다. 경찰이 차벽을 세우고 시민에게 물대포를 쏘거나 일부 시위대가 철제 사다리로 경찰을 공격하거나 하는 자극적인 화면에, "경찰과 시위대 중 누구의 폭력이 먼저였나?" 하는 소모적인 논쟁에 말이다.

시위대의 요구사항과 같은 핵심적인 내용들은 뒷전이었다. 그렇게 몇 주에 걸쳐 지속된 '폭력 시위'논란 속에서 개최된 2차 민중총궐기 집회에 대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또다시 경찰과 시위대의 폭력행위 여부에만 몰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시위의 목적과 시위대의 목소리는 잊혔다. 의아하면서도 씁쓸한 상황이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이 차벽으로 세워진 경찰버스를 당기는 참가자들에게 물대포를 쏘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이 차벽으로 세워진 경찰버스를 당기는 참가자들에게 물대포를 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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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위나 진압 과정에서의 폭력 행위 여부는 '뉴스'로서 중요할 수 있다. 다만 더욱 중요한 것이 존재한다. 큰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민주국가의 주권자로서 역할을 다하려는 시위대에게 언론이 차려야 할 최소한의 예의는, 그들이 말하려는 것, 요구하려는 것을 들어주고 다른 이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그들의 목소리가 자신들의 가치관에 들어맞는지 따지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오는 19일, 3차 민중총궐기 집회가 예정이 되어있다. 우리가 아직까지 주목하지 못했던 시위의 목적과 의미를 다시 접할 기회가 생겼다. 이제는 언론이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시위대의 목소리를 듣고 전해주었으면, 그리고 대중들도 더 이상 '폭력 여부'에 얽매인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시위대의 목소리에 대한 생산적인 토론을 나누었으면 한다.


○ 편집ㅣ박정훈 기자

덧붙이는 글 | 경향신문과 한겨레에도 송고하였습니다.



태그:#민중총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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