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런 헤인즈의 슛시도 지난 1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삼성 과 고양 오리온즈 경기에서 고양 오리온즈의 애런 헤인즈 가 슛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11월 1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삼성 과 고양 오리온즈 경기에서 고양 오리온즈의 애런 헤인즈 가 슛을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쉼 없이 달려온 시즌, 이제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 9월 12일 모비스와 동부의 개막전으로 시작된 2015~2016 KCC프로농구가 어느덧 전체 54경기 중 절반가량 소화한 채 후반전이자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4, 5, 6라운드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시즌 전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고양 오리온이 예상대로 선두권을 형성하며 13년 만의 우승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디펜딩 챔피언 모비스도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비웃듯이 7일 현재 공동선두를 달리면서 반강제(?)로 리빌딩은 다음 시즌으로 미뤄야 할 판이다.

전반기를 돌아보면서 올 시즌 남자프로농구의 3가지 이슈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오리온, 헤인즈에 웃고 울고

사실, 시즌 전 헤인즈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못했다. 그동안 KBL에서 보여줬던 엄청난 활약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오리온에 선발될 당시 그의 선발순위는 1, 2위가 아닌 7위였다.

그러나 시즌이 시작되자 평가는 완전히 달라졌다. 오리온의 풍부한 포워드 자원을 활용한 포워드 중심 농구에 헤인즈가 선봉장이 되면서 오리온은 시즌 초반 승승장구했다. 특히 헤인즈는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공격과 팀 동료를 생각하는 이타적인 플레이가 유기적으로 나오면서 11월 8일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는 KBL 데뷔 첫 트리플 더블을 달성하는 등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햇볕이 쨍쨍하던 오리온에 번개를 동반한 먹구름이 낀 건 지난 11월 15일 안양KGC전. 2쿼터 도중 해인즈가 무릎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오리온의 상승세도 한풀 꺾이고 말았다. 일시 대체선수로 과거 KT와 삼성에서 활약한 제스퍼 존슨이 합류했지만 이전보다 체중이 눈에 띄게 증가한 그는 뛰어난 득점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헤인즈의 적절한 대체자가 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오리온은 4연패의 늪에 빠지며 시즌 시작부터 굳건히 지켜오던 1위 자리를 5일 모비스와 이번 시즌 처음으로 나눠 갖게 되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르면 11일 모비스전부터 헤인즈가 복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후반기 헤인즈의 존재 유무로 인해 웃고 울었던 오리온이 다시 한 번 웃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KGC, 안방불패 신화, 계속 이어질까?

KGC는 동부와 함께 10개 구단 중 숙소와 홈경기장이 가장 가까운 팀으로 꼽힌다. 숙소가 홈경기장과 붙어있어 홈경기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동부는 불행하게도 이러한 이점을 살리지 못한 채 홈경기 6승 8패로 다소 부진한 모습이지만 KGC는 이번시즌 홈경기 전승, 지난시즌까지 합하면 도합 홈경기 15연승으로 홈에만 오면 펄펄 나는 상황이다.

시즌 초반, 주축선수인 오세근의 징계, 박찬희와 이정현이 국가대표 합류로 팀을 비우며 하위권을 전전했던 KGC지만 2라운드부터 국가대표 선수들이 복귀하고 오세근이 최근 복귀함에 따라 완전히 다른 팀으로 탈바꿈한 그들이다. 어느새 하위권을 맴돌던 팀에서 오리온, 모비스와 함께 3강체제를 굳건히 형성하게 된 것이다.

KGC의 후반기 전망은 더욱 밝다. 박찬희, 이정현, 오세근, 강병현, 양희종 등 국가대표급 국내 선수진과 팀의 분위기를 이끄는 찰스로드, 시즌초반 슛 난사와 낮은 득점력으로 미운 오리 신세에서 탈바꿈하여 골밑과 외곽을 넘나들면서 KBL의 하이라이트 필름을 다시 쓰고 있는 마리오 리틀이 건재한 터라 KGC의 상승세는 쉽게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기존 홈경기 최다연승은 2012년 서울SK가 두 시즌에 걸쳐 기록한 27연승. 이제 KGC가 이겨야 할 홈경기는 12경기다. 이들의 상승세와 뜨겁게 달아오른 안양 농구팬들의 농구열기를 감안한다면 불가능한 도전이 아니다.

단신 빅맨, 선택이 아니라 필수?

이번 시즌이 시작되기 전 펼쳐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각 팀들은 새롭게 바뀐 규정에 따라 193cm 이하의 선수들을 1명씩 선발했다. 그 결과 예상과는 달리 모비스, KT를 제외한 8팀이 단신 선수로 테크니션 형 선수들을 뽑으면서 팬들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자던 KBL의 취지가 어느 정도 들어맞는 듯 보였다.

그러나 시즌 절반이 지난 현재, 상황은 너무나도 달라져 있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동부의 대체 외국인 선수 웬델 맥키네스를 시작으로 전자랜드와 LG가 잇따라 단신 빅맨으로 교체하면서 제도 시행의 의미가 다소 희미해지고 있다.

또한 현재 활약하고 있는 단신 선수들 역시 KCC의 안드레 에밋과 KGC의 마리오 정도를 제외하곤, 출전시간도 미미할뿐더러 팀에서 기대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제도 시행에 대한 평가는 시즌 종료 후 해도 늦지 않을 전망이다. 4라운드부터가 본격적인 제도 시행이기 때문. 기존 한 쿼터에서 2, 3쿼터로 2인 출전시간이 늘어나게 된다면 적은 출전시간으로 제 기량을 맘껏 펼치지 못했던 단신 외국인 선수들이 좀 더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적극적으로 공격에 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동부의 맥키네스의 활약을 보면서 KBL 10개 팀 감독들은 분명 느낀 점이 있을 것이다. 골 밑에서 득점을 많이 올리고, 궃은 일을 잘하며, 리바운드를 많이 잡을 수 있는 단신 빅맨형 선수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이다. 이를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 구상에 반영할 확률이 높다.

이렇게 된다면 KBL의 새 제도 시행 취지는 무색해지고 또다시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번 시즌 종료 후 신장이나 체중 조정을 통해 제도를 보완하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앞서 언급한 오리온, 모비스, KGC의 선두권 3파전과 지난 시즌 나란히 부진에 빠졌던 전통의 농구명가 삼성과 KCC의 선전, 김선형, 오세근 등 불법스포츠도박 혐의를 받던 선수들의 복귀도 전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이슈들이다.

이제 본격적인 순위싸움이 시작될 후반기. 농구팬들의 관심을 끌 새로운 이슈는 과연 어떤 것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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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blog.naver.com/kti0303)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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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좋아하는 대학생입니다. 부족하겠지만 노력해서 좋은 내용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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