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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일 공원에 갔어요

스마트폰을 잠시 끄고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공원에 가기로 했다. 집에 있으니 '스마트폰'만 안 쓸 뿐이지 대용으로 쓸 수 있는 걸 하게 되니까. 버스 타고 15분 만에 도착하니 햇볕도 따사롭고 바람도 살랑 불어 기분이 좋았다. 내 눈 바로 앞에 있는 게 아니라 저 멀리 잡히지도 않을 저 어딘가에 산과 집들이 있었다.

물 좋고 산 좋고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풍경.
 물 좋고 산 좋고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풍경.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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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내다보니 예전에는 발견하지 못 했던 건물들이 보였다.
 멀리 내다보니 예전에는 발견하지 못 했던 건물들이 보였다.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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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랬는데... 몽골인들이 시력이 좋은 건 멀리 내다보기 때문이라고. 아파트도 건물도 없는 평야에서 생활하다보니 시력이 좋아졌다고. 조금 더 걸어 호숫가에 자리를 잡았다. 그제야 나는 한 가지를 더 내려 놓기로 했다. 이어폰을 빼자 바람소리, 갈대 흔들리는 소리 그리고 새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경이로움에 가까웠다. 왜 좀 더 자주 찾지 못 했을까? 스마트폰을 잠시 꺼두면 이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데.

10월 7일 하루에 전화번호 하나씩!

그러고보니 그동안 전화카드를 쓸 일이 없었다. 이제 앞으로 외출할 때 스마트폰을 잠시 놓고 나가보려고 한다. 그리고 하루에 친구 전화번호를 하나씩 외워 공중전화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한다. 실제로 가족 말고는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얼마 전 편의점에 가서 전화카드를 달라고 했는데 그런 경우가 거의 없었는지 아르바이트생이 당황했다. 나도 멋쩍어 웃었다.

3000원과 5000원짜리 중 어떤 걸 사겠냐고 물었다. 내가 이 카드를 다 쓰는 날이 곧 올까?
 3000원과 5000원짜리 중 어떤 걸 사겠냐고 물었다. 내가 이 카드를 다 쓰는 날이 곧 올까?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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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공중전화카드 사는 사람 거의 없죠?"라고 물으니 그렇단다. 선반 저 밑쪽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3000원짜리 카드를 받았다. 정말 극단적인 상상이긴 하지만 만약 우리의 스마트폰이 갑자기 먹통이 되면 (정전처럼) 공중전화가 우리의 유일한 불빛이 되어주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예 없어지지는 않았으면.

*스마트폰 금단현상*

참 신기한 건데 우리네 일상에도 좋은 날도 있고 안 좋은 날도 있듯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은 날이 있고 견딜 수 없는 날도 있다. 다행인 건 편한 날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 이 실험도 곧 끝날 텐데... 나는 완벽하게 적응할 수 있을까?

직접 가봤습니다!

KT링커스 공식홈페이지 갈무리
 KT링커스 공식홈페이지 갈무리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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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는 아직도 공중전화카드를 팔고 있다. 사실 공중전화 사업은 사양길에 오른 지 오래다. 그래서 KT링커스에서는 공중전화 부스를 사용해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기업은행과 제휴해 ATM기로 변신하기도 하고 자동심장충격기를 갖춰놓고 응급상황 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부스들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전화를 걸기위해 잠깐의 비를 피하기 위해 찾던 이들을 기억하고 있을 텐데. 우리의 향수를 자극하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8>처럼 공중전화기가 다시 사랑받을 수는 없겠지?


태그:#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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