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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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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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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대형마트가 맞았다. 이 매장들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도 '경제민주화' 등 공익을 위한 정당한 처분이었다.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이마트 등이 '영업시간 제한은 위법'이라며 서울 성동구청과 동대문구청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을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형마트 쪽 주장을 받아들여 영업시간 제한은 위법하다고 본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법 행정8부·재판장 장석조 부장판사)의 판단은 모두 잘못됐다는 취지였다.

지난해 12월 12일 항소심 재판부는 성동구청과 동대문구청의 손을 들어준 1심(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진창수 부장판사)을 뒤집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대형마트가 아니라는, 남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대형마트가 대형마트가 아니라던 항소심

재판부는 유통산업발전법 12조의 2가 정한 대형마트는 ▲ 식당·병원·미용실·약국 등을 제외한 매장 면적 합계가 3000㎡이상인 대규모 점포로 ▲ 점원의 도움이 없는 곳이라고 했다. 특히 두 번째 조건을 핵심 개념으로 꼽았다. 그런데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직원이 상주하며 고객들을 돕는다. 재판부는 이 점에 비춰볼 때 세 마트는 법이 정한 대형마트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영업시간 제한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관 13명 전원은 항소심 재판부가 내린 대형마트의 정의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대형마트 안에 점원이 고객에게 제품을 계량·포장해주는 채소·과일코너나 상품의 기능 등을 설명해주는 건강기능식품·화장품코너매장이 있더라도 마트 전체가 하나의 대규모 점포를 구성, 행정관청에 '대형마트'로 등록됐다면 대형마트라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이마트 등은 여기에 해당하므로 영업시간 제한대상인데, 항소심 재판부가 잘못 따졌다고 했다.

항소심은 또 홈플러스의 경우 외국 법인 소유라 GATS(서비스 교역에 관한 일반협정)와 한-EU FTA(자유무역협정) 적용대상이라서 영업시간을 제한하면 두 통상조약 위반이라고 했다. 지자체들은 영업제한 조치는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해서 두 협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재판부 설득에 실패했다(관련 기사 : '대형마트 영업제한 위법' 판결의 또 다른 그림자).

그런데 이 대목은 대법원 판례와도 어긋났다. 2009년 대법원은 중국 타일업체 '상하이 아사 세라믹'이 기획재정부의 덤핑방지관세부과는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위반이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을 확정했다. 국제협정은 국가끼리 맺는 것이라 상대국의 개인 또는 회사가 행정처분이 국제협정 위반이라고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취소사유도 아니라는 이유였다. 19일 대법원은 이 판례를 다시 강조했다.

적법한 절차가 지켜졌는지, 영업제한 처분이 과연 효과 있는지 등도 이 사건의 주요한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여기서도 항소심과 생각이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이 전통시장·중소상인의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려워 그 실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대법원은 1심 재판부가 인정한 조사 결과 등을 볼 때 전통시장의 매출 증대 등을 예측할 수 있고, 이 사건에서만 영업제한 효과를 볼 수 없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 했다. 또 지자체들이 의견 수렴과정을 충분히 거친 점 등을 볼 때 절차에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경제 민주화' 정신 강조한 대법원

2012년 대형마트 영업제한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
 2012년 대형마트 영업제한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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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역시 대법원의 주요한 판단 근거였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은 마트 쪽 영업의 자유, 소비자의 선택권과 대형마트-중소기업의 상생, 근로자의 건강권이라는 헌법상 가치가 충돌하게 만든다. 이번에 대법원이 손을 들어준 쪽은 후자였다.

영업시간 제한의 근거인 유통산업발전법 조항은 헌법 119조 2항, 경제민주화 정신에 따라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법원은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 중소유통업과 상생발전 등 이 사건 처분으로 발생하려는 공익은 중대할 뿐 아니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봤다. 반면 영업시간 제한이 심야나 휴일에 이뤄지므로 마트 쪽 영업의 자유나 소비자의 선택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당하진 않는다고 했다. 대법관 모두가 동의한 결론이었다.

다만 이들은 개인사업자들이 마트 내 공간을 빌려 운영하는 식당이나 미용실 등 '용역 제공 장소'까지 영업시간 제한대상인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렸다. 김용덕·김소영 대법관은 '이 공간도 규제를 받는다'는 다수 의견에 반대했다.

이들은 용역제공 장소의 존재 여부나 그 면적이 얼마인지 등에 상관없이 '대형마트로 등록된 대규모 점포'라면 영업시간 제한대상이므로 용역제공 장소까지 규제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했다( ☞ 대법원 판결문 바로가기).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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