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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취재진 과잉진압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사진기자협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자유언론실천재단,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새언론포럼,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회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대회 당시 경찰의 취재방해와 과잉진압을 규탄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병도 KBS 기자협회장은 경찰이 KBS 취재진을 향해 직격으로 물대포를 발사한 것에 대해 "언론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고 한다면 언론사 취재진에 대한 경찰의 물대포 공격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 도전이다"고 규탄했다. ⓒ 유성호

물대포 맞아 피멍 든 기자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14일 오후 서울 종로1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시민의 모습을 취재하던 <오마이뉴스> 방송팀 윤수현 기자가 물대포에 맞아 부상을 당했다. 왼쪽 허벅지 뒤쪽은 강한 수압의 물대포를 맞아 피멍이 들었고, 오른쪽 정강이 부분에는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면서 모서리에 충돌해 상처가 생겼다. 시민들과 윤기자를 공격한 물대포는 농민 백남기씨(69세)를 공격해 위중하게 만든 것과 동일한 것이다. ⓒ 권우성
캡사이신 맞은 미디어몽구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14일 오후 종로1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1인 미디어 '미디어몽구' 김정환씨가 경찰이 발사한 캡사이신 물대포를 눈에 맞았다. 시민이 물로 눈을 씻겨주고 있다. ⓒ 권우성
'11.14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앞에서 경찰이 현장을 취재하고 있던 KBS 카메라 기자를 향해 직격으로 캡사이신 물대포를 살포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농민은 경찰의 폭력진압을 규탄하며 평화집회를 요구하던 도중 경찰이 직격으로 쏜 캡사이신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 정신을 잃는 일도 발생했다. ⓒ 유성호
"오마이뉴스, KBS, 뉴시스, CBS, 한겨레, CBSi, 코리아타임즈, 뉴스타파, 기자뉴스..."

전국언론노조가 부랴부랴 파악한 것만 해도 이 정도다.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현장에서 집회 참가자들 못지않게 경찰의 직사 물대포를 맞으며 '취재 진압'을 당한 경우들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등 언론 단체와 민주언론시민연합,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대위 등 언론 관련 시민단체 등 16개 단체 는 18일 오후 2시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시위 진압과정에서의 취재방해를 규탄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 중 일부는 박정호 <오마이뉴스> 기자와 김정환 <미디어몽구> 기자가 캡사이신 물대포를 맞는 사진을 팻말로 들고 있었다(관련 기사 : 방송기자 따라다닌 물대포, 경찰청장의 사과 요구합니다).

이병도 KBS 기자협회장은 민중총궐기 현장에서 KBS 촬영기자가 경찰의 물대포 공격을 당하고 있는 사진을 공개하며 "취재진에 대한 물대포 공격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고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취재진에 대한 진압이 이 정도였다면 일반 시위대를 향한 진압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이 간다"면서 "이번 시위를 계기로 경찰이 불법 시위 대응팀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 잣대를 경찰에게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9월에도 안전한 취재 활동 보장 약속하고..."

이날 '공권력의 민중총궐기 취재진압 규탄 기자회견'은 물대포가 빗발치던 민중총궐기 시위 때처럼 빗속에서 우비를 쓰고 진행됐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9월 23일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 당시 경찰이 김규남 <한겨레> 기자를 폭행하고 연행 시도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그 당시 (서울경찰청이)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에서 안전한 취재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간담회와 서면으로 약속했다"면서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취재 기자와 카메라 기자를 향해 (경찰이) 물대포를 직사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손관수 방송기자협회장은 "민중의 지팡이가 민중의 몽둥이가 된 상황"이라고 지적한 뒤 "물대포를 맞은 KBS 기자의 경우 그 현장을 벗어나고도 30여 분간 공포에 떨어야했다"고 전했다.

KBS 촬영기자이기도 한 정현석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홍보국장은 "해외 취재에선 문제된 바 없는 일이 국내에서만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의 눈에는 기자도 시위대 일부로 보는 것"이라면서 "경찰청 홍보 영상에 선을 넘지 말라는 말이 나오던데, 경찰은 집회 현장에서 늘 그 선을 넘는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18일 낸 기자회견문에서 "오마이뉴스, CBS, 한겨레, CBSi, 코리아타임즈, 뉴스타파, 기자 뉴스 등 다수의 취재진도 경찰 물대포에 부상을 입고 카메라 등 장비가 손상됐다"면서 "안전한 취재 활동의 권리와 헌법이 보장한 집회 시위의 자유는 질식 위기에 놓여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 14일 발생한 경찰 규정 위반 등 과잉 대응과 고의적인 취재 방해 행위에 대해 당장 사과할 것 ▲ 당일 경찰 지휘 체계와 물대포에 부착된 카메라의 동영상 기록을 공개하고, 과잉 대응과 취재 방해 행위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할 것 ▲ 11월 말까지 현업 언론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실질적인 취재 방해 방지 대책을 수립, 공표할 것을 요구했다.

언론노조 "취재진 과잉진압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사진기자협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자유언론실천재단,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새언론포럼,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회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대회 당시 경찰의 취재방해와 과잉진압을 규탄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병도 KBS 기자협회장은 경찰이 KBS 취재진을 향해 직격으로 물대포를 발사한 것에 대해 "언론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고 한다면 언론사 취재진에 대한 경찰의 물대포 공격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 도전이다"고 규탄했다. ⓒ 유성호
아래는 기자 회견문 전문이다.

경찰청장은 취재 진압, 과잉 진압 당장 사과하고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하라 !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1항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현장에서는 집회참여 시민도, 언론사 취재진도 국민의 지위를 박탈 당했다. 규정까지 위반하며 과잉 진압에 나선 경찰 폭력에 한 농민이 사경을 헤매고 있으며, 집회에 참여한 다수의 시민이 부상 당했다. 그리고 당일 집회 현장과 참여자들의 목소리, 정부의 대응 등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야 할 언론사 취재진들 또한 공권력으로부터 유례없는 수난을 당했다. 정부가 국민과 언론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하루였다.

당일 18시 30분경, 시위대가 뒤로 밀리자 경찰 차벽 구석으로 이동해 잠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KBS카메라 기자와 취재진에게 느닷없이 캡사이신이 섞인 경찰의 물대포가 날아들었다. 당시 주변에는 이 두 사람 외에는 집회 참여자도, 지켜보던 시민도 아무도 없었다. KBS 로고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근무복을 입고 삼각대와 취재용 장비를 갖고 있어서 누구라도 방송사 취재진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물대포는 7~8초간 취재진의 머리와 상체를 집요하게 겨눴고 그 충격으로 인해 취재 활동은 20여 분간 중단됐다. 장비 또한 손상되고 파손됐다. 취재 방해를 넘어선 다분히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취재진압' 행위였다.

취재 진압 사례는 이 뿐만 아니다. 오후 9시 45분경, 차벽 위에서 시위대에게 캡사이신을 쏘고 있던 경찰을 촬영하던 뉴스통신사 뉴시스 기자와 15명의 사진 영상기자들에게도 경찰은 캡사이신을 조준해 발사하는 등 취재활동을 지속적으로 방해했다. 이밖에 오마이뉴스, CBS, 한겨레, CBSi, 코리아타임즈, 뉴스타파, 기자 뉴스 등 다수의 취재진도 경찰 물대포에 부상을 입고 카메라 등 장비가 손상됐다.

경찰의 '살수차 운용지침'에 따르면 '직사살수를 할 때에는 안전을 고려해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해 사용한다'고 명시돼있다. 하지만 이날 경찰 지침은 준용되지 않았다. 두부와 상체를 직접 겨냥함은 물론, 살수 기압도 지켜지지 않았고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부상자와 구조자, 응급차에게도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가 날아들었다. 경찰 대응을 두고 시민사회와 언론사 취재진들이 폭력 진압, 살인 진압이라는 분노에 찬 비판을 표출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하지만 취재 진압과 과잉 진압에 대해 정부와 경찰당국, 그 누구도 사과하거나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KBS취재진이 사다리를 들고 있어 공격하는 시위대로 오인했다"고 어처구니없는 변명을 늘어 놓았다. 기자들에게 사과하고 현장 취재진의 안전과 취재활동 보장하라 했더니, 17일 기자들을 불러 허공과 바닥에 물을 뿌려대며 살수차 작동 시연회나 연출하는 등 오만하고 태연하기 짝이 없다. 그러면서 '불법폭력시위대응팀'은 발 빠르게 구성해 주동자 색출과 검거에 나선다고 한다. 위중한 상태에 놓인 부상자에 대한 위로와 쾌유 기원도, 규정 위반에 대한 사과와 자기 반성,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등은 기대하기도 어려운 대한민국 공권력의 실상이다.

경찰은 지난 9월 23일 민주노총 총파업 당시 발생한 한겨레 김규남 기자 폭행과 연행 시도 사태에 대한 출입기자단 및 언론노조의 항의에, 유감을 표명하고 취재활동 보장 등 재발 방지를 약속한 바 있다. 경찰의 위기 모면식 약속은 불과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휴짓조각으로 전락했고, 안전한 취재활동의 권리와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는 질식 위기에 놓여있다.

집회 현장에서 발로 뛰는 우리 현업언론인들과 언론의 공공성, 시민의 권리를 소중히 여기는 언론시민단체들은 오늘 정부와 경찰당국에 강력히 촉구한다. 14일 발생한 집회시위에 대한 과도한 차단 및 과잉 대응 행위, 고의적인 취재 방해 행위에 대해 현업언론인들과 국민에게 즉각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당일 지휘 체계와 담당자, 물대포에 달린 카메라 영상기록 전체를 공개하고 규정 위반 행위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공권력의 권위와 정당성은 청와대가 아니라 국민이 부여한 것임을, 공권력이 마지막까지 수호해야 할 대상은 청와대가 아니라 오로지 국민임을 경찰은 절대 잊지 말라. 경찰이 물대포로 카메라를 가로막고 권력이 언론에 개입하고, 언론사 간부들이 기사를 내보내지 않으려 하더라도, 우리는 언론인의 사명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저항하며 역사의 현장과 진실을 낱낱이 기록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다음과 같이 공개 요구한다.

하나, 14일 발생한 경찰 규정 위반 등 과잉 대응과 고의적인 취재 방해 행위에 대해 당장 사과하라.
하나, 당일 경찰 지휘 체계와 물대포에 부착된 카메라의 동영상 기록을 공개하고, 과잉 대응과 취재 방해 행위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하라.
하나, 11월말까지 현업언론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실질적인 취재방해 방지 대책을 수립, 공표하라.

2015년 11월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한국사진기자협회, KBS기자협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자유언론실천재단,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새언론포럼,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대위, 미디어기독연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언론위원회. 끝.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민중총궐기, #기자, #경찰폭력, #물대포,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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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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