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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1일부터 14일까지, 4일간에 걸쳐 열린 제18차 봄철 평양국제상품전람회에 다녀왔다. 이 전람회는 평양시 서성구역에 있는 3대혁명전시관 새기술전시관과 중공업관에서 열렸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지난 5월 전람회 현장을 전하고자 한다. - 기자말

제18차 평양봄철국제상품전람회 카탈로그(왼쪽), 전시관 안내도(오른쪽 위)와 새기술 혁신관 입구 모습(오른쪽 아래).
 제18차 평양봄철국제상품전람회 카탈로그(왼쪽), 전시관 안내도(오른쪽 위)와 새기술 혁신관 입구 모습(오른쪽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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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차 봄철 평양국제상품전람회장 내부 모습.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제18차 봄철 평양국제상품전람회장 내부 모습.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 김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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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차 봄철 평양국제상품전람회(아래 전람회)는 조선국제전람사가 주최하고 대외경제성, 평양시 인민위원회 및 상업회의소가 지원했다. 전람회에 참가한 회사는 약 250개였는데, 절반가량이 북한 기업이었고 나머지는 중국, 러시아, 독일, 몽골, 월남, 폴란드, 인도네시아, 대만, 태국, 호주, 말레이시아 등지의 기업들이었다. 단둥, 심양, 장춘이 지리적으로 가까운지라 중국 회사가 단연 많았다.

5월 11일 아침 개회식, 우리 일행은 전람회장에 늦게 도착해 참석하지 못했다. 관람객이 가득한 새기술전시관에 들어서니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고 적힌 붉은 현수막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전람회장의 가장 좋은 자리에 있던 련하기계와 구성기계가 보이지 않는다. 2012년 가을전람회 당시 전람회에 방문해 인터넷으로만 봐왔던 CNC기계를 처음으로 만져봤을 때의 감정을 잊을 수 없었다. 여기 저기 두리번거려봐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12년 제8차 가을철 평양국제상품전람회에 출품한 CNC기계 앞에서.
 지난 2012년 제8차 가을철 평양국제상품전람회에 출품한 CNC기계 앞에서.
ⓒ 김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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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행군 시기 북 정부의 결단으로 연구가 지속될 수 있었고,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받는 CNC기계(소형 컴퓨터를 내장한 NC공작기계)를 만들어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그 기사는 '고난의 행군을 끝내고 새로운 사회 건설에 신심을 준 상징적인 대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남이든 북이든 잘한 것은 칭찬해주고 같이 기뻐하고 싶다.

련하기계가 있던 자리에는 러시아관이 들어섰다. 러시아인 통역의 거침 없는 우리말로 러시아 회사들의 전람회 참여 목적과 사업 목록표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러시아 외무성과 연해주 무역회사에서 수산물, 육류, 농산물, 건설자재, 중고차 축전지, 수송회사 및 해외 로력 파견문제 등에 대해서 같이 일할 북의 사업자를 찾고 있었다. 기업 대표자 이름 옆에 생년월일까지 적어놓은 것이 이채로웠다. 그들은 고려호텔에서도 별도 사업 면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점점 확대되는 북-러 과학 교류

'소야' 카달로그 모습.
 '소야' 카달로그 모습.
ⓒ 김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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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우수리스크의 '소야'(Soya)라는 콩기름 회사가 광활한 콩밭을 배경으로 안내서를 만들어놨다. 안내서를 제법 잘 만들었다. 마요네즈, 마가린, 식용유, 비누, 가축사료 등을 친환경 방식으로 생산한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전시대 앞에 모여있는 것을 보니 인기가 많은 것 같다.

러시아산 역청탄이 라진항을 경유해 2014년 11월 이후 포항, 광양, 당진 등으로 운송된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250억 달러에 달하는 북의 내륙철도 개선 사업을 러시아가 맡고 그에 상당하는 북의 지하자원 수출을 연계한다고 한다. '승리'(포베다)라는 이름의 대규모 북러 경제 협력 사업은 2014년 6월에 서명됐는데, 바로 그해 10월 평양 인근 재동-강동-남포역에서 착공식을 거행했다. 북은 10년 안에 철도 개보수 사업의 완성을 원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사업 하나만으로도 북러 사이에 연 50억 달러의 교역량이 발생하게 된다고 한다.

훈춘화력발전소의 전기를 라선(라진-선봉) 지방에 공급하기로 했던 2012년의 합의를 아직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중국의 속내와 비교해 보면 러시아와의 사업 속도는 그야말로 전광석화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는 또한 연해주의 남아도는 수력 전기를 라선으로 공급하기 위해 송배전선망을 2015년 초에 정비했다. 2013년 푸틴은 한국 시장을 염두에 둔 에너지 수출 의지를 전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러시아의 가스는 물론 농산물, 원자재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확대되는 북러의 경제협력은 최근에는 항공우주 및 학문 공동 연구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 라선 지역도 방문할 예정이라 북러 협력의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람회장을 돌아보니 종전과 다른 몇 가지 변화를 감지했다. 첫째는 련하기계와 구성기계 같은 중공업 회사들이 철수한 대신 주민 경제 생활과 직결된 경공업 소비품 공장들이 그 자리를 메웠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김책공업대학이나 국가과학원 같은 기초과학 연구소에서 그동안 달성한 연구 실적을 이용한 제품이 많았다는 점이다.

북이 오랫동안 추구해왔던 과학 중시 사상과 최근 강조하는 인민 경제 향상이라는 두 가지 명제를 결합한 국가 정책이 이곳에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전람회 당시 내가 방문했던 회사를 소개할 예정이다.

김책공업대학 앞세운 미래과학기술교류사

김책공업대학 로고가 보이는 미래과학기술교류사 전시대.
 김책공업대학 로고가 보이는 미래과학기술교류사 전시대.
ⓒ 김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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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기술교류사는 북의 최고 과학교육기관인 김책공업대학 로고를 전시대 정면에 걸어놨다. 여러 가지 연구 성과를 벽면에 게재해놨는데 매우 다양했다.

고온공기연소기술, 플라즈마절단용접기, 탄산가스치료장치, 탄소유황분리장치, 원유처리장치, 풍력발전기, 태양전지야외조명등, 화재감시기, 집어등, 운동능력측정장치, 담배독줄임카드, 오존발생기, 자동차용전자저울, 전자식만능재료시험기, 금속표면처리기술, 고성능방수액, 초음파세척기 등이 바로 그것이다.

미래과학기술교류사는 기술을 소개하고 있고 그 기술에 기반한 제품을 만들어 현장 판매도 하고 있었다. 각 분야의 제품을 일반화하고 제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한다.

고온공기연소기술(왼쪽), 전자식 만능재료시험기(오른쪽) 관련 자료.
 고온공기연소기술(왼쪽), 전자식 만능재료시험기(오른쪽) 관련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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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공기연소기술이나 풍력발전기 등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물어볼 것이 많이 있었는데 밀려오는 관람객들에게 미안해서 다시 오기로 하고 일단 나왔는데, 그것이 잘못이었다. 사전에 보다 잘 준비해 상대방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기가 많았던 풍력발전기, 태양전지조명등, 고성능방수액, 초음파세척기 등은 각기 독립 전시대를 마련해서 보다 넓은 공간에서 여유롭게 상담을 진행하면 더욱 효과적일 것으로 보였다.

미래과학기술교류사에 전시돼 있는 레드 집어등 관련 자료.
 미래과학기술교류사에 전시돼 있는 레드 집어등 관련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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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은 최근 수산업에 대단히 힘을 기울이고 있는데, 물고기를 유인하는 집어등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고온공기연소기술은 성진제강 천리마연합기업소 등과 같은 대형 공장에서 나오는 폐가스를 다시 잡아서 이용하는 기술이다. 원료를 절약하면서 에너지효율을 극대화시킨다.

탄산가스레이저치료기 설명서를 보면 무혈수술을 진행해준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고성능몰탈방수액은 현재 북의 건축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제품인 듯하다. 건물 방수에 필요한 제품이다.

북 체육 선수들이 마시는 음료는 체력증진회사 제품

박민열 체력증진회사 실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직원들.
 박민열 체력증진회사 실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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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명이 회사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영어로는 Physical Fitness Co. 라고 돼 있다. 남성 직원 둘이 너스레를 떨면서 전시대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자사 제품으로 만든 음료수를 권했다. 한잔 시음해보니 새콤한 맛이 괜찮다.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한 지인이 평양에 가면 '생물칼시움'(생물칼슘) 제품을 구해와달라고 부탁받았다. 전람회장 이 업체 저 업체에 생물칼시움이 어디 있냐고 물어봤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모르겠다'였다. 은근히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체력증진회사 직원들의 설명을 들어보니 자사 제품이 생물칼시움보다 10배나 더 좋은 것이라고 한다. 생물칼시움이 분해되기 어려워 흡수율이 낮지만, 체력증진회사의 제품인 정향복합균은 칼시움을 소화하기 쉽게 분해해놓은 것이라 흡수율이 높고 효과도 좋단다. 지인의 부탁을 잘 수행했다는 생각에 마음을 놓고 직원들의 너스레에 빨려 들어갔다.

얼굴이 까무잡잡한 박민열 실장이 회사 연혁에 대해 설명해줬다. 1978년에 국가과학원에서 설립한 국가균주보존연구소는 몸에 좋은 여러 가지 미생물을 보존하고 번식시키는 사업을 하고 있다. 박 실장은 릿과대학 생물학부를 1980년 졸업하고 이 연구소에 입사했다고 한다. 연구실에는 박사급만 1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감자와 강냉이를 주원료로 해 좋은 균을 발효시켜 건강음료인 정향복합균 가루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체력증진회사는 북 체육성 산하 체육선수들을 비롯해 평양육아원 애육원과 양로원 등에 제품을 공급한다고 한다. 앞으로는 이 제품을 더 대중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처음에 전시대 앞에서 한 잔씩 나눠줬던 것이 정향복합균 가루를 물에 탄 것이었다.

국가과학원은 어떤 곳일까

북 국가과학원 생물공학분원(위)과 생물공학분원에 속한 생물정보원구소·생물안전성연구소(아래).
 북 국가과학원 생물공학분원(위)과 생물공학분원에 속한 생물정보원구소·생물안전성연구소(아래).
ⓒ 김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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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공학기술교류사는 국가과학원 산하 생물학분원에서 연구한 실적을 제품화하기 위해 4년 전 설립한 회사다. 우리 일행이 현장을 찾았을 때는 장호르몬주사약을 전시해놨다.

지금까지 전람회에 출품한 업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기관이 있다. 바로 '국가과학원'이다. 이곳은 1952년 12월 1일 한국전쟁이 한창일 당시 창립됐다. 북의 여러 과학연구기관들의 연구사업을 종합 지도하는 기관이다. 평양시 서성구역 연못동에 있다.

생물공학분원, 산림과학분원, 건설건재분원, 석탄과학분원, 수산과학분원, 경공업과학분원, 철도과학분원과 수리해양분원이 있고 은정분원과 함흥분원의 두 군데 지역분원 등 총 11개 분원을 거느리고 있다. 각 분원 아래에 해당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130개의 연구소가 전국에 분산돼 있다.

생물공학기술교류사는 생물공학분원에 속해 있는데 생물공학분원에는 게놈연구소, 미생물공학연구소, 생물공학기술봉사소, 중간공장이 있으며 생물공학기술봉사소에 속해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가과학원은 1년에 두세 차례 과학기술발표 토론회, 전시회, 경연을 조직한다. 과학 연구와 교육사업에 있어서 특출한 성과를 이룩한 과학자와 기술자에게 인민과학자, 공훈과학자를 비롯해 명예 칭호와 교수, 부교수 직위 및 박사 학위를 수여한다.

국가과학원은 과학기술 협조와 교류를 강화하기 위해서 과학자 상호방문, 견학, 참관 공동연구사업 등도 진행한다. 체력증진회사의 박민열 실장이 졸업한 릿과대학도 평성석탄공업대학과 더불에 국가과학원 직속의 교육기관이다.

북 전통의학의 결과물, 고려약

조선동방즉효약물센터의 광고지.
 조선동방즉효약물센터의 광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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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고려약 회사들도 전람회에 참가했다. 북에서는 전통의학을 고려의학이라 한다. 고려의학은 갖가지 약을 개발했는데, 그 약을 고려약이라고 한다. 장명이나 금당 주사약 등의 효능은 익히 알려져 있다.

롬브로키나제는 지렁이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제품인데 응고된 피를 녹이는데 혁신적인 효과가 있다고 한다. 조선동방즉효약물센터는 네오비아그라, 안궁사향, 동방항암소, 암사멸 용해주사약, 혈관세척소, 로년청춘 등의 건강 제품을 판매한다.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전시대를 찾은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전람회 관람 후에 어떤 글을 읽었는데, 김일성종합대학 생명과학부에서 콩과 아주까리를 원료로 부작용이 없는 유방암 치료용 식료품을 개발했다고 한다. 세계 지적소유권기구로부터 발명가 메달을 받았다고 한다.

(* 다음 기사에 계속)

○ 편집ㅣ김지현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수복님은 6·15공동선언실천뉴욕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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