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천하평정'을 하며 그야말로 독주시대를 열었다. 여자 쇼트트랙 팀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2015-2016 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2차대회에 출전해 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이 중심에는 심석희(세화여고)와 최민정(서현고)이 있었다. 시즌 초반부터 엄청난 기량을 과시하며 세계 무대를 휩쓸고 있는 이들은 이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성장했다,

심석희-최민정, 물오른 기량 막을 자가 없다

 심석희의 국내 월드컵 경기 모습

심석희의 국내 월드컵 경기 모습 ⓒ 박영진


심석희와 최민정은 지난시즌부터 시니어 무대에서 호흡을 맞추며 함께 성장해왔다. 조재범 코치 밑에서 함께 훈련하며 기량을 쌓아왔던 이들은 심석희가 먼저 시니어에 데뷔해 여자팀의 부흥을 이끌었다. 특히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에서 마지막 바퀴의 아웃코스 스퍼트는 아직까지도 회자가 될 정도다. 소치 이후 지난시즌엔 중반을 넘어서면서 컨디션 난조로 지친 모습을 보였지만 2015 세계선수권에서 3위에 올랐다.

그리고 비시즌 동안 재정비해 돌아온 심석희는 한층 노련해졌다. 시니어에서의 경험을 쌓아가면 차츰 경기 운영 감각을 늘려온 그녀는 올 시즌엔 최민정과 함께 나란히 서서 레이스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 특히 2차 대회 1500m에선 무려 2바퀴를 아웃코스로 치면서 레이스를 풀어나가 체력적인 면까지 입증했다.

최민정은 지난시즌 혜성처럼 시니어에 데뷔해 시작과 동시에 무서운 기량을 과시했다. 아웃코스로 치고 나가는 탁월한 능력과 순간 스피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최민정의 진가는 1000m 경기에서 발휘됐다. 1차 대회 1000m 결승전에선 다른 선수들과 일찌감치 거리차가 벌리며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몇 년 새 외국선수들의 기량이 급성장하면서 1000m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진 지금, 이러한 모습을 보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 하지만 최민정의 스피드는 이를 우습게 여기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최민정은 500m까지 석권하며 전종목에서 독보적인 기량을 보이고 있다. 2차대회 500m 결승에서 최민정은 4위에서 2위까지 치고올라온 뒤, 마지막 결승선에서 발내밀기로 마리안느 셍젤레(캐나다)를 제치고 1000분의 1초 차이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거리에 약한 한국 선수들에게 500m는 넘기 힘든 벽 가운데 하나였다. 최민정 역시 스타트가 빠른 것은 아니지만, 엄청난 아웃코스 스퍼트가 500m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평창올림픽 금메달 3개, '가능한' 목표다

 최민정(세번째 선수)의 국내 월드컵 경기 모습

최민정(세번째 선수)의 국내 월드컵 경기 모습 ⓒ 박영진


이들의 최종 목표는 단연 2년여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다. 대한체육회가 지난해 밝힌 평창올림픽의 목표성적은 금메달 8개. 이중 쇼트트랙은 5개이고, 그중 3개가 여자 쇼트트랙 경기에서 나왔다. 500m를 제외한 전 종목에서 메달을 휩쓸겠다는 얘기인 것이다.

현재까지 월드컵 성적을 볼때 이 목표는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1000m와 1500m는 물론 계주에서도 라이벌 팀인 중국과의 격차를 점차 벌리고 있어 희망적인 것이다.

게다가 이번 2차 대회에서 여자 쇼트트랙 팀은 심석희와 최민정의 파워로 500m 1차 레이스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500m 2차 레이스, 1000m, 1500m, 3000m계주)에서 모두 4개의 금메달을 싹쓸이 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무엇보다 선수들에게 최대의 적은 부상이다.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은 지난 몇 년간 올림픽을 앞두고 유독 부상을 당해 올림픽 꿈이 좌절된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가장 대표적으로 안현수(현 빅토르안 러시아), 진선유(현 단국대 코치) 등이 그러하다. 이들은 모두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르며 쇼트트랙계의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불과 2년 뒤 불의의 부상이 이후 선수 생활에 발목을 잡고 말았다.

외국선수들의 기량 역시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은 올림픽 시즌과 이외의 시즌의 기량이 모두 고른 편이다. 하지만 외국 선수들은 올림픽 시즌 때 기량을 더 많이 끌어올려 위협적인 모습을 여러차례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국 선수들 역시 계속되는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국제대회를 통해 경험과 기량을 쌓아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완전한 독주체제를 갖춘 여자 쇼트트랙의 대들보 심석희와 최민정이 평창을 앞두고 계속해서 전진하며 자신들의 꿈의 열매를 무르익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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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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