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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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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금산공장과 대전공장의 2013년 산업재해율은 각각 0.99%, 0.74%이다. 동종업체의 산재율이 5%대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이다.

타이어 산업은 노동 집약적 산업이다. 그래서 설비보다는 노동자의 노동력에 거의 의존해 생산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한국타이어의 생산직 노동자들은 동종업체에 비해 산재율은 매우 낮은 반면, 평균생산량은 약 20% 많다.

도대체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은 산업재해를 입지 않는단 얘기인가? 아니다. 한국타이어의 재해율이 특별히 낮은 이유는 바로 한국타이어만의 특별한 '비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갈비뼈 3개 부러졌는데... "산재 신청하면 해고"

지난 5월 금산공산에서는 한 노동자가 작업도중 설비와 충돌해 갈비뼈 3개에 금이 간 일이 있었다. 이 노동자에게 관리자는 "근무대체를 할 사람이 없으니 계속 일을 하라"고 말했다. 노동자는 숨을 쉴 때마다 심한 통증이 왔지만 진통제를 먹어가며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관리자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에서 이 노동자는 참다못해 산재처리를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고함과 욕설, 그리고 "인사고과 D등급을 줄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심지어 관리자는 그의 가족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산재신청을 하면 해고 될 수 있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이 노동자에겐 협박과 다름없었다.

또한 한국타이어에는 재해자 복귀 프로그램이 있다. '복귀 프로그램'이라고 하니, 뭔가 좋은 내용이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재해자가 업무에 복귀 하려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의사 소견서를 제출한 뒤 한 가지의 절차를 더 거쳐야 한다.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줄넘기 등 10종류의 체력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경험한 조합원에 의하면 "꾸준히 운동으로 단련된 사람이 아니면 쉽지 않다"고 한다. 이 같은 체력 테스트는 산재 신청자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아래 한국타이어지회)는 회사에 체력테스트 통과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묻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얻지 못했다.

오래전부터 회사 안에서는 '산재처리를 하면 임금 상 불이익을 받는다'라는 소문이 돌았다. 한국타이어지회는 한 산재처리자의 임금을 확인하던 중 우연히 임금에서 호봉이 누락됐다는 걸 발견했다. 현재까지 노동조합이 파악한 산재처리 후 호봉 누락 조합원은 8명이다. 말로만 전해지던 임금 불이익이 확인된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국타이어는 버젓이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다.

한국타이어지회가 산재 은폐를 폭로하려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비슷한 재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두 달 전에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전에도 같은 설비에서 비슷한 안전사고가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런데도 절단 위험은 개선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회사는 산재를 은폐해 설비를 개선해야 하는 의무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이다.

둘째 노동과정에서 입은 산업재해의 부담을 모든 국민에게 떠넘기는 일을 바로 잡고자 함이다. 산재로 인정되면 산재보험료에서 산재환자의 치료비나 휴업급여가 지급된다. 산재보험료는 기업주만 부담하는 사회보험이다.

그런데 산재가 은폐되면 이 노동자들은 병원에 가서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치료를 받는다. 국민건강보험은 기업과 노동자, 지역가입자 등 전국민과 전체 기업이 납입하는 사회보험이다. 기업의 산재 은폐는 결국 책임 당사자인 기업에게는 산재보험료 감축 효과를 주고, 오히려 국민 전체에게 부담을 주게 되는 것이다.

한국타이어에서는 조회 때마다 전날 발생한 타 공정의 사고 소식을 공유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 소식이 들린다. 심지어 팔에 깁스를 하고 작업을 하는 모습도 공공연히 볼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재해자들은 각종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타이어는 산재 은폐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다. 그리고 불의의 사고로 다쳤을 때, 치료받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는 것이다.

한국타이어 "있을 수 없는 일"
한국타이어는 산재 은폐 의혹에 대해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 10월 6일 <미디어 충청>과 인터뷰에서 "중소기업이 아닌 한국타이어에서 산재신청자에게 인사고가 불이익 주고 호봉을 누락한다는 것 등은 구조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노동청에서 노동법 위반과 산재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체크하기 때문에 금속노조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부지회장입니다. 이 기사는 <일과건강> 웹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쓴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한국타이어, #산재은폐, #호봉누락,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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