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전북 현대가 제주 유나이티드를 꺾고 통산 4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전북은 8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 제주와 원정경기에서 전반 이재성의 선제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전북은 22승 6무 8패(승점 72)가 돼 남은 2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전북은 2009년 첫 정규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2011년과 2014년에 이어 통산 4번째 챔피언에 올랐다. 전북의 영광의 역사를 모두 함께한 최강희 감독도 K리그 역대 감독 최다 우승 기록을 경신했다.

'K리그의 알렉스 퍼거슨' 최강희 감독

 8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제주 유나이티드와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1대0 승리를 거두며 리그 우승을 차지한 전북 최강희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8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제주 유나이티드와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1대0 승리를 거두며 리그 우승을 차지한 전북 최강희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강희 감독은 흔히 봉동 이장이라는 별명으로 친숙하지만, 그가 전북에 남긴 위상은 가히 'K리그의 알렉스 퍼거슨'이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린다. 최 감독이 부임하기 전인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북은 K리그에서도 위상이 그저그런 중하위권 전력의 지방 구단에 불과했다.

최 감독은 2005년 여름 전북 사령탑에 부임한 첫 해부터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나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매라운드 역전 드라마를 작성하며 아시아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이후 2년의 리빌딩 기간을 거쳐 전력을 정비한 전북은 2009년 처음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성남 일화에서 전력외로 방출된 이동국과 김상식은 최강희 감독을 만나 제 2의 전성기를 열며 특급 선수로 거듭났다. 전북은 2011년에도 다시 한번 리그 정상과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올리며 자타공인 K리그를 대표하는 신흥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일시적이지만 시련의 시간도 있었다. 최 감독이 본의아니게 위기에 빠진 국가대표팀의 임시감독으로 자리를 옮기게되며 전북은 2년간 우승권에서 멀어지고 주춤했다. 2013년 6월 대표팀의 브라질월드컵 본선진출이라는 미션을 완료하고 전북에 복귀한 최강희 감독은 흐트러져있던 팀들을 단기간에 추슬러 그해 리그 3위로 올려놓았다.

2014년부터는 전북의 황금시대가 돌아왔다. K리그 전체적으로 재정 난조와 스타 선수 유출의 광풍이 불면서 위기를 맞이했지만 오직 전북만큼은 모기업인 현대자동차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고 명문구단으로의 도약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에두-에닝요-레오나르도-루이스-이근호 등 이름값 있는 선수들을 줄줄이 영입하며 스쿼드의 질을 높였다. 여기에 이재성-한교원 등 젊은피들을 내부 육성하며 안정적 신구 조화를 이뤄냈다. 어느덧 전북은 K리그를 선도하는 구단으로 위상이 높아졌다.

'닥공 축구' 전북의 질주... 3연패 위업 달성할 수 있을까?

 8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제주 유나이티드와 전북 현대 모터스의 경기에서 1대0 승리로 리그 우승을 차지한 전북 선수들이 최강희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8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제주 유나이티드와 전북 현대 모터스의 경기에서 1대0 승리로 리그 우승을 차지한 전북 선수들이 최강희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 연합뉴스


팀컬러도 뚜렷했다. 전북은 지난 2011년 '닥공(닥치고 공격)'이라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한 골 잃으면 두 골 넣는 공격축구'는 그동안 강팀이라도 안정지향적인 수비축구가 지배하던 K리그에 공격축구로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물론 상대팀이 극단적인 수비축구로 일관하거나 전북도 승점 관리가 필요한 시점에서는 밸런스를 중시하는 실리축구로 전환하는 유연성도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북은 올시즌에도 55득점으로 수원(56득점)에 이어 득점 전체 2위에 올랐고 득실차(+19)로는 부동의 1위다. 팀내 최다득점을 올린 '대박이 아빠' 이동국은 36세의 나이에 올해도 13골을 넣으며 최 감독의 신뢰에 부응했다. 이처럼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마인드는 뛰어난 성적 못지않게 전북 축구는 재미있다는 인식을 팬들에게 심어줬다.

전북은 올시즌 두 번의 고비가 있었다. 첫 번째는 시즌 중반 전력의 핵심 에두와 에닝요의 갑작스러운 이탈이었다. 전반기 11골을 넣은 에두는 중국 2부리그 허베이가 제시한 막대한 이적료를 거부하지 못했고 최강희 감독은 이미 마음이 흔들린 에두보다 선수단 전체의 분위기를 고려하여 이적을 수용하는 결단을 내렸다. 에닝요마저 부진에 대한 부담감으로 퇴단을 결정했다. 최 감독은 오히려 이적 수입을 활용하여 우르코 베라와 이근호, 루이스 등을 영입하며 발빠르게 전력공백을 메우는 현실적인 팀운영을 보여줬다.

두 번째는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실패한 직후였다. 9월 16일 감바 오사카(일본) 원정 2차전에서 종료 직전 뼈아픈 결승골을 내주며 2-3 석패로 탈락한 뒤 선수단 전체가 엄청난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렸다. 하지만 전북은 이후 치러진 정규리그 경기에서 2연승을 내달리며 쉽게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정규리그 후반부 제주(2-3), 포항(0-1)에서 덜미를 잡히며 우승 확정이 늦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전북의 4번째 우승이라는 대세를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2위와의 승점차가 14점으로 압도적이었던 2014년 우승에 비하면 올해는 겨우(?) 9점차였고 후반기 기복도 있었으나 장기레이스에서 효과적인 더블 스쿼드 운용으로 철저한 승점관리에 성공한 것은 전북이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최강희 감독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베테랑들과 신예 선수들의 안정된 조화, 끈끈한 신뢰 관계가 이뤄낸 합작품이었다.

이번 우승으로 최 감독은 독보적인 K리그의 전설로 올라섰다. 이미 4회 우승으로 K리그 최다 우승 감독의 반열에 오른 최 감독은 다음 시즌까지 우승을 차지할 경우, 박종환(1993~1995년), 차경복(2001~2003년, 이상 성남) 감독에 이어 K리그 역대 3번째로 3연패의 위업에 도전하게 된다.

사실 지난해부터 많은 이들이 일찌감치 전북의 절대 1강 장기집권 체제를 예상했다. 최강희 감독의 고민도 이전과는 전혀 달라졌다. 과거에는 도전자의 입장에 익숙했다면, 이제는 주변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여 '당연해보이는' 일인자의 자리를 지켜야한다는 부담이 주어졌다. 말 그대로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손가락질을 받는 상황이었다.

최강희 감독과 전북은 그 부담감을 이겨냈다.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다시 한번 정상에 오르며 '전북 왕조'의 기틀을 공고히 다졌다. 비록 챔피언스리그와 FA컵에서 고비를 넘지못하고 또 좌절한 것은 기대에 못미쳤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전북이 K리그 최강으로서 그 위상과 눈높이가 높아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느덧 K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잡은 최강희 감독과 전북의 2016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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