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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모 백화점에서 한 외국인이 촬영한 영상이 적잖은 파장을 낳았다. 배경은 롯데백화점의 부산 광복점 옥상 동물원, 주인공은 사슴이다.

영상 속 사슴은 좁은 우리 울타리에 머리를 찧거나 흔드는 행동을 반복, 심지어 자신의 분변을 먹기도 한다. 촬영자는 이에 '사슴이 미쳐가고 있다'라는 제목을 붙여 자신의 SNS에 올렸다.

그런데 이 영상이 25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 그 사이 국내외 동물보호단체와 일부 언론사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다수 동물 애호가들의 공분을 산 것은 물론이다.

루이스 초이(Louis Chow)가 촬영·유포한 영상



백화점 측은 처음에는 "동물이 사람들 관심을 끌려는 것뿐"이라고 설명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문제가 된 사슴을 원래 있던 농장으로 돌려보냈다.

사실 사슴의 이러한 행동은 이미 다수 전문가들에 의해 '좁고 단조로운 공간에서 동물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일으키는 정신병적 증세'임이 널리 알려져 있다.

국제 동물애호단체 PETA 제작 '동물원·동물쇼 동물의 정신이상 증세'



그럼 이제 사슴이 떠났으니 문제는 해결된 걸까? 애석하지만 전혀 아니다. 사슴 한 마리에 국한해서도, 보다 근본적으로는 훨씬 심각한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사슴이 간 곳은 원래 있던 농장이다. 다시 말해 백화점이 사슴을 대여해온 곳이다. 이는 그 동물이 언제든 다시, 같거나 유사한 혹은 더 열악환 환경으로 보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근래 다양한 업종의 업체들이 '고객 유치'를 목적으로 이와 같은 시설을 유행처럼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은 물론 카페 심지어 음식점도 포함된다.

가장 놀라운 것은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보호가 필요한 다수 동물(생명)들을 수용하는 이러한 시설을 여는 데 아무런 사전심의 제도나 운영 중 실태를 점검할 법 조항이 없는 현실이다.

문제의 백화점 동물원에서 한 남성이 프레리독을 손으로 잡으려 하고 있다. 통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문제의 백화점 동물원에서 한 남성이 프레리독을 손으로 잡으려 하고 있다. 통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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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란이 있고 얼마 후인 지난 2일, 부산 광복동의 롯데백화점을 다시 찾았다. 물론 고층빌딩 최상층 야외에 있는 동물원을 보기 위해서였다.

현장에는 문제가 됐던 사슴뿐 아니라 같이 전시 중이던 양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사슴, 양 친구들이 더 나은 보금자리로 이동하였습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사슴과 똑같은 환경에 있던 양에게도 아픈 사연은 있었다. 지난 1월 겨울, 함께 있던 양 한 마리가 폐사를 하고 이후 줄곧 혼자서 그 좁은 우리에 갇혀 지낸 것이다(관련 기사 : 양이 죽어 나가도... "고객님이라 어쩔 수 없다").

당시 양의 사인은 수의사협회에 문의한 결과 방문객들의 무분별한 먹이 제공이 유력했다. 다음으로 제기된 가능성은 추운 실외에서 매일 생활하는 탓에 폐렴일 수도 있다고 했다.

끝으로 동물원을 둘러보는데, 한 성인 남자가 개방된 프레리독 우리에 손을 넣어 거칠게 동물을 잡으려 하고 있었다. 바로 옆에선 한 가족 방문객이 따로 챙겨온 홍당무를 기니피그에게 주고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를 통제하는 관리 인력은 없었다. 백화점 측은 "매시간 정각에 점검을 나간다"고 했지만 항시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찾는 공간에서 동물들이 처할 수 있는 위험 상황을 막기란 역부족으로 보였다.

사방이 개방된 우리에서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불특정 다수 관람객들에 노출돼 있는 동물
 사방이 개방된 우리에서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불특정 다수 관람객들에 노출돼 있는 동물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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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홍현진 기자

덧붙이는 글 | 적극적으로 고통 받는 사슴 영상을 촬영·유포해 보다 많은 분들이 동물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를 마련하고 해당 백화점의 사슴과 양이 보다 안락한 곳으로 옮겨갈 수 있게 해준 홍콩인 루이스 초이(Louis Chow)씨의 노력에 감동하고 감사합니다. 루이스씨는 이에 머물지 않고 사슴 한 마리만이라도 영구적으로 안전하고 쾌락한 삶을 살게 하고자 자비로라도 사슴 매입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에 백화점 측 담당 직원 및 사슴을 소유한 농장주 분과 논의 중에 있으며 동물보호단체 카라가 도움 주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슬로우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롯데백화점, #백화점동물원, #DEPARTMENT ZOO, #동물원 , #금호조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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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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