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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0일 낮 감자를 캐기 위해서 밭에 갔습니다. 밭 입구에 어떤 짐승의 똥이 하나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열매의 씨앗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아 노란 색으로 풋풋하게 보였습니다. 아마도 노루나 사슴 똥 같습니다. 밭에 심어 놓은 푸성귀는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들짐승과 나누어 먹어야 하나 봅니다.

           노란색 짐승 똥이 가운데 손가락 길이입니다. 고구마 밭은 한 평 넓이입니다.
 노란색 짐승 똥이 가운데 손가락 길이입니다. 고구마 밭은 한 평 넓이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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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낮에는 섭씨 20도를 오르내리지만 아침 저녁으로 찬 기운이 듭니다. 이제 11월이 되면 비도 내리고 더 추워진다고 합니다. 갑자기 추워져서 서리가 내리기 전에 고구마 수확을 서둘렀습니다. 고구마는 서리를 맞으면 썩는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땅을 빌려서 심어놓은 고구마 밭은 일본 시가현에 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비와코 호수 평균수면이 해발 85미터입니다. 호수 둘레 사람이 사는 곳은 이곳보다 높습니다. 그래서 시가현은 다른 곳보다 서리가 빨리 내립니다.

일본도 올 날씨는 푸성귀에게 그렇게 좋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비가 내리 않았고, 무더웠습니다. 그리고 빌려서 쓰는 땅이 원래 논이었던 곳이라 그런지 모래 질이 없어서 고구마를 키우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그래도 고구마를 심은 것은 고구마가 일단 심어 놓고 뿌리가 내리면 그다지 사람 손이 닿지 않아도 잘 자라기 때문입니다.

           고구마를 캐면서 본 땅 속 모습과 다 캔 고구마입니다. 약 20 kg 쯤입니다.
 고구마를 캐면서 본 땅 속 모습과 다 캔 고구마입니다. 약 20 kg 쯤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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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수확은 예상했던 대로였습니다. 땅은 비가 오지 않아서 단단하였고, 고구마 역시 몇 개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조심조심 고구마가 다치지 않도록 멀리 그리고 깊게 파서 캤습니다. 땅 한 평 넓이에 열 고랑을 파서 고구마 순을 묻었습니다. 대략 15킬로그램 정도 캔 것 같습니다.

2주 전에는 고구마 밭과 비슷한 넓이에서 결명자를 거뒀습니다. 결명자 역시 날씨 탓인지 열매가 잘 여물지 않았습니다. 비록 한 해 씩 바꿔서 심는데도 알이 굵지 않습니다. 내년에는 한 해 쯤 결명자 심는 것을 쉬어보려고 합니다.

땅에 푸성귀를 심어서 가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땅에 걸음을 주고 파서 고랑을 따고 씨를 뿌리거나 묻습니다. 푸성귀가 클 때까지 잡초를 뽑아주어야 하고 물도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을걷이 역시 모두 사람 손으로 해야 합니다.

푸성귀를 가꾸는 것이 쉽지 않아도 계속하려고 합니다. 푸성귀를 가꾸면서 철이 바뀌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땅을 파고, 잡초를 뽑고 푸성귀에 물을 주면서 흙냄새를 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향긋하지는 않지만 풋풋한 흙냄새 속에는 어려서부터 느껴온 추억과 향수가 스며있기 때문입니다.

          8월 꽃이 핀 결명자 모습과 수확하기 전 결명자입니다. 결명자는 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꼬투리를 따서 거두어들입니다.
 8월 꽃이 핀 결명자 모습과 수확하기 전 결명자입니다. 결명자는 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꼬투리를 따서 거두어들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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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고구마, #결명자, #가을걷이, #짐승 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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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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