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넥스트의 신해철이 10일 저녁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넉넉한 터'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에서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그룹 넥스트의 신해철이 지난 2009년 7월 10일 저녁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넉넉한 터'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에서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유성호


오늘은 신해철이 세상을 떠난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그가 없다는 사실은 여전히 믿기 힘들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살아있는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저 그의 음악을 듣고 또 듣고, 그의 목소리를 기억해내는 수밖엔….

1년 전 떠난 신해철을 기리며, 신해철의 팬으로서 '순전히 내 맘대로', 신해철의 명곡 10곡을 선정했다. 팬들은 좋아하지만, 대중에게는 다른 곡들에 비해 '비교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곡들로 꼽아 봤다.

1. 넥스트 - 스트레인저 댄 헤븐(Stranger Than Heaven)

2006년 드라마 <천국보다 낯선>(짐 자무시의 동명영화와는 다른 작품)의 OST로 들어간 곡이다. 넥스트 5집 <개한민국>과 6집 <666 트릴로지> 사이에 만들어진 곡인데, 신해철이 만든 수많은 곡 중에 이 곡의 기타 사운드는 매우 독특하다. 음악적 침체기 속에서 신해철의 가능성을 보여준 곡이다. 의외로 정말 많은 사람이 모르는 듯하다. (☞ 유튜브에서 듣기)

2. 신해철 - 그저 걷고 있는 거지

 영화 <정글스토리>의 OST 표지

영화 <정글스토리>의 OST 표지 ⓒ 레볼루션 넘버나인


영화 <정글스토리> OST에 담긴 곡으로, 인생에 대한 통찰이 담긴 신해철의 가사, 김세황의 기타 연주가 일품이다. OST 작업을 주문했던 <정글스토리>의 김홍준 감독에 따르면 음악을 만드는 데 시간을 3개월밖에 안 줬다고 한다. 그리고 사실 <정글스토리>에 들어갈 모든 곡은 처음에 오리지널 스코어(영화의 배경음)로만 만들어졌다. '아주 가끔은' 같은 경우도 단순히 방송 대기실에서 댄스그룹이 연습할 때 틀어놓은 곡이었다. 여기에 가사를 붙이고 편곡을 한 것은 전적으로 신해철의 몫이었다.

<정글스토리>의 감독이었던 김홍준 교수는 이때를 "내가 형이긴 했지만 나는 완전 초짜였고 저쪽은 완전히 마스터 같은 느낌이었다"고 회고한다. 영화 관객은 6000명이 들었으나, 앨범은 40만 장이 넘게 팔렸다. 앨범으로 영화 적자를 메워줬다는 얘기도 들릴 만큼 영화를 능가하는 앨범이었다. 이 당시 신해철의 창작욕은 경이적이었다. 1995년부터 1997년까지 넥스트 3·4집과 노땐스, 정글스토리까지 총 4장의 앨범을 내놓았고, 어느 하나도 대충 만들지 않았다. (☞ 유튜브에서 듣기)

3. 모노크롬 - Go With The Light

<모노크롬(Monocrom)> 앨범은 신해철의 음악적 욕심의 끝을 보여줬다. 당시 신해철의 음악에는 영국에서의 유학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했던 '한국적인 것'의 구현이 담겨 있다. 동시에 이를 통해 록의 보편성과 한국음악의 특수성을 결합함으로써 세계시장을 노리겠다는 거대한 포부도 품었다. 그는 '무소유'와 히든 트랙인 '고 위드 더 라이트(go with the light)'에서 국악의 적극적 활용을 통해 월드 뮤직을 만들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 음악을 최대한 외국 사람처럼 해보려고 했던 넥스트와 달리, 이때의 신해철은 '변방의 록커'로서의 정체성이 묻어난다. (☞ 유튜브에서 듣기)

4. 모노크롬 - 머신 메시아(Machine Messiah)

신해철의, 그리고 록 마니아들의 우상이었던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eist)가 이 곡을 표절해서 화제가 된 곡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주다스 프리스트 데몰리션(Demolition) 앨범의 프로듀서이자 신해철과 함께 작업을 하던 프로듀서 크리스 상그리디가 이 곡의 테이프을 무단으로 썼다.

신해철은 라디오 <고스트스테이션>에서 이 곡을 주다스 프리스트 표절한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이상하게도 즐거워했다. "천하의 주다스 프리스트가 내 곡을 표절했다, 으하하" 이런 느낌이었다. (☞ 유튜브에서 듣기)

5. 노땐스 - 질주

 '노땐스'의 앨범 표지

'노땐스'의 앨범 표지 ⓒ 킹레코드


노땐스는 윤상과 신해철이 만든 프로젝트 듀오다. <골든힛트>라는 한 장의 앨범을 냈는데, 협업을 했다기보다는 윤상이 한 곡, 신해철이 한 곡 이런 식으로 채워 넣었다. 유일하게 '질주'만 '윤상 작곡, 신해철 가사, 노래' 식으로 협업을 한 곡이었다. 비록 사운드는 윤상의 것이더라도, 이 곡이야말로 신해철 보컬의 매력을 잘 느낄 수 있다. (☞ 유튜브에서 듣기)

6. 전람회 - 세상의 문 앞에서(with 신해철)

1990년대 우리가 대중음악을 바꾸겠다며 달려든 사람들의 패기가 느껴져서 좋다. 참고로 '기억의 습작'이 들어있는 전람회 1집에 신해철은 프로듀서, 키보드, 코러스로 참여했다. 4번 트랙 '여행'에는 신해철과 김동률이 농담하는 부분도 들어있다. (☞ 유튜브에서 듣기)

7. 넥스트 - 사이버 붓다 컴패니.엘티디(Cyber Budha Company.LTD)

욕심이 많았다. 본인이 이 앨범을 낼 때 말했다시피, 당시(2008년) 시류와는 동떨어져 있었다. 처음 들었을 때 곡 자체의 좋고 싫음과 별개로 1990년대 초반 심포니 엑스(Symphony-X)같은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 밴드에서나 나올법한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신해철 특유의 대곡 구성이 꽤 잘 살아난 곡이라서 마냥 폄하되기에는 또 아쉬운 곡이기도 하다. 미완으로 끝나는 건 드림 시어터(Dream Theater)의 '풀 미 언더(Pull me under)'가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왜 영어로 불렀는지는 의문인데, 난 이것이 가사의 과잉을 줄이기 위함으로 추측한다. (☞ 유튜브에서 듣기)

8. 신해철 - 굿바이 미스터 트러블(Goodbye Mr.Trouble)

 NEXT의 신해철씨가 21일 밤 서울 구로구 항동 성공회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에서 노래를 부르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NEXT의 신해철씨가 지난 2009년 6월 21일 밤 서울 구로구 항동 성공회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에서 노래를 부르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꽃은 지고 달은 기울어 가네
아무런 인사도 남기지 않고
날은 가고 맘은 아물어 가네
산 사람 살아야 하는 거겠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이후 한동안 신곡을 안 냈던 신해철의 재기작이자 노무현 추모곡이다. '굿바이 미스터 트러블(Goodbye Mr.Trouble)'이 자신에 대한 추모사가 될 수 있을 줄 상상이나 했을까. "끝까지 살겠소, 죽어도 살겠소, 우리 살아서 그 모든 걸 보겠소"라고 말했던 사람이 왜 그리 일찍 갔는가. (☞ 유튜브에서 듣기)

9. 신해철 - 버블 러브(Bubble Love)

'P.M 7:20', '마지막 로맨티스트', '버블 러브(Bubble Love)', 앨범 <더 송 포 더 원(The Song For The One)> 등에서는 신해철의 어덜트 컨템포러리(Adult Contemporary) 혹은 재즈 욕심을 엿볼 수 있다. 대체 이 사람은 하고 싶은 음악이 얼마나 많은 것인가. '버블 러브'는 <세기말> OST에서도 상당히 이질적인 트랙이고, 목소리나 곡의 분위기와는 달리 가사에 냉소가 숨겨져 있다. (☞ 유튜브에서 듣기)

10. 비트겐슈타인 - 시니컬 러브 송(Cynical Love Song)

 비트겐슈타인 1집 표지

비트겐슈타인 1집 표지 ⓒ EMI Music Korea


당대의 유행(인더스트리얼 록)을 수용하면서 그것을 자기 스타일로 잘 소화했고, 처음 들었을 때부터 굉장히 좋아했던 곡이다. 흔히 비트겐슈타인 앨범을 신해철의 실패작으로 꼽기도 하는데, 오히려 나는 넥스트나 크롬 시절보다 비트겐슈타인의 음악에 절제미가 있어서 좋았다. (☞ 유튜브에서 듣기)

○ 편집ㅣ곽우신 기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정훈 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sometimes87)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신해철 넥스트 그대에게 노무현 명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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