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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가운데→집으로 돌아가는 동안/집으로 돌아가는 사이에/집으로 돌아가면서

그러는 중(中)에 이 일이 벌어졌다"처럼 쓰는 말투는 영어 현재 진행형을 일본 사람이 옮겨 적으며 한국 사람한테 잘못 스며든 말투입니다. 이 말투에서 한자 '中'을 무늬만 한글로 '중'으로 적는다든지, '中'이 "가운데 중"이니까 '가운데'로 풀어 적는다든지, 이렇게 쓰는 말투는 모두 똑같이 번역 말투이거나 일본 말투입니다. '중'을 쓰든 '가운데'를 쓰든 모두 올바르지 않습니다. 영어 'in'을 '인'이라고 적는대서 한국말이 되지 않아요. 'in'이든 '인'이든 영어예요. "in house"를 "인 하우스"로 적는대서 한국말이 될 수 없어요. -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에서.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철수와 영희 펴냄)은 이오덕 선생 유고와 일기를 정리한 최종규씨의 우리말 관련 새 책이다. 최씨는 20년 동안 우리말 지킴이로 활동하며 우리말과 글쓰기 관련 여러 권의 책을 썼다.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책표지.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책표지.
ⓒ 철수와 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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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오마이뉴스>에 헌책(방) 관련 이야기와 우리말 관련 글을 연재하기도 했다. 현재 책동네와 사는이야기 기사를 주로 쓰고 있다. 전남 고흥의 한 폐교에서 '사진 책 도서관 함께 살기'를 꾸리고 있다고 한다.

오늘도 어떤 글을 쓴다. '이 단어가 내가 쓰고자 하는 뜻과 맞나? 적절한 표현일까?' 불특정 다수를 독자로 한 글을 쓰면서 이런 것들이 신경 쓰이곤 한다. 가능한 최대한 제대로 써야할 것이다. 그래서 종종 무심코 쓰던 단어나 표현을 새삼스럽게 검색해 보곤 한다.

그런데 이처럼 단어 하나, 표현 하나 신경을 쓰는 데도 그동안 '-중'이나 '가운데'라는 말을 즐겨 써왔다. 단 한 번의 의심도 없이 말이다. '-중'이 한문과 관련된 말이란 생각에 '가운데' 로 고쳐 쓰기도 했다. 이런지라 책이 첫 주제로 다루는 '-중'과 '가운데' 관련 설명을 읽으며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정리하면, 우리는 흔히 무언가를 하는 상태나 행동 등에도 '중'이"나 '가운데'를 쓰기도 한다. 그러나 책에 의하면 "이 많은 옷 가운데 한 벌만 고르려니 힘들다"나 "옆에 말고 가운데에 서자", "가운데에 있는 밥이 가장 맛있어 보여"처럼 여러 개 중 하나나, 무엇의 가운데 부분을 말할 때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들 혹은 딸→아들 아니면 딸/아들이 아니면 딸/아들이거나 딸/아들이나 딸/아들 또는 딸

'혹(或)'이나 '혹은(或-)' 어떤 말일까요? '혹'은 "혹시"나 "간혹"을 뜻한다고 합니다. '혹시'는 "1. 그러할 리는 없지만 만일에 2.어쩌다가 우연히 3.짐작대로 어쩌면 4. 주저할 때 쓰는 말"을 뜻한다 하고, '간혹(間或)'은 "어쩌다가 띄엄띄엄"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뜻을 헤아리면 '어쩌다가'나 '어쩌면'이나 '드문드문'이나 '가끔'이나 '자칫'이나 '때로'나 '때로는'이나 '더러'나 '더러는' 같은 한국말을 적으면 될 노릇입니다.

사람들은 혹은 앉기도 하고, 혹은 눕기도 하였다→사람들은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였다/사람들은 앉거나 누웠다/사람들은 더러는 앉기도 하고 때로는 눕기도 하였다.-<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에서.

사실 이 책은 좀 많이 당황스럽게 읽었다. '중'또는 '가운데'를 시작으로, '경우'나, '정말', '동시에', '하지만', '하여', '-것', '-함에 따라', '-들', '뿐만 아니라' 등처럼 그동안 아무런 의심 없이 평소 즐겨 써오고 있는 말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쓰임새를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이나 '혹은'도 최근 3~4년 전부터 내가 즐겨 쓰고 있는 말들 중 하나다. 그런데 책을 통해 이와 같은 설명을 보니 그간 내가 즐겨 썼던 이 말이 '내 생각과 영 다르다'이다. 그런데 나는 이 말을 왜 쓰게 됐을까? 아마도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썼으리라.

내 글을 읽는 또 누군가 나처럼 바람직하지 못한 쓰임새라는 것도 모르고 쓰게 되리라. 그러니 이 책을 통해 이제라도 그동안 내가 즐겨 쓰던 말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쓰임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싶다.

책은 130여 주제를 8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모든 주제마다 위의 인용에서처럼 잘못 쓰이고 있는 예를 들어 올바른 쓰임새를 제시하며 그 틀린 이유를 설명한다. 그리고 끝에 문학 작품 속 관련 문장들을 소개, 바람직한 문장을 제시함으로써 이해를 돕는다. 

우리말 관련 책 대부분이 우리말에 스며있는 일본말들을(일본식 번역이나 일본 말투, 일본말 등)지적, 순화해 쓰자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이 쓰는 게 현실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 땡땡이, 빵꾸와 펑크, 시작, 애로사항, 잉꼬와 잉꼬부부, 자체, 제군, 준비 땅(요이 땅)과 같은 일본 말투들 그 바람직하지 못한 쓰임과 바람직한 쓰임을 제시한다.

저자는 말한다. "서양 말투나 번역 말투, 일본 말투에 물들지 않은 고요한 한국말이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싶다. 한자말이나 영어를 쓰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자말이나 영어를 쓰든 안 쓰든 먼저 한국말이 어떤 말인지 알거나 느끼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그렇다면 한자말이나 영어를 말끔히 털어낸 한국말은, 우리말의 맨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내 '경우'를 말하자면 ▲'고객'님 힘내세요 ▲대지와 '그것'이 키워 내는 모든 생명체 ▲'그녀'는 창 옆에 누워서 ▲혼자 가게를 보기에는 '나름' 힘겨웠거든 ▲'선생님'처럼 나이가 제법 든 사람의 눈에는 ▲이 추위 '속'에서 어떻게 지낼까 ▲가로수 그늘 '아래'서 ▲기차 '안에서 꼬박 새운 다음 ▲'정말'로 시끄러웠거든 ▲'진짜' 못 말릴 녀석 이구만 ▲'가끔씩' 발자국을 남길 때가 ▲'가장 '알려진 사람들 중 하나이다. ▲여행은 '그래서' 꿈으로만 남게 되었다 ▲'아울러' 여기엔 다른 일이 겹치며 ▲'하지만' 결국 찾지 못했어요.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개봉과 '동시'에 책도 발간된다 ▲얼마나 '실천함에 따라' 달라진다 ▲'보다' 높게, '보다' 빠르게 ▲관계자 외 출입금지 ▲아래 번호로 전화하세요 ▲환승 시 하차 태그하세요. ▲개봉 시 주의 사항 ▲잘못 만들어진 책은 구입처에서 바꾸어 드립니다. ▲'필요시' 누구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희망 소비자 가격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무임승차하지 마세요, -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에서.

저자가 틀린 쓰임새, 아니 오염된 우리말 그 예로 든 문장 일부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는 대체 무엇이? 어떻게? 틀렸다는 것인지? 의아해할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이 책을 읽기 전의 내 사정이기도 하다). 우리의 일상에서 워낙 흔하게, 그리고 당연하게 쓰이는 표현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쳐 쓰는 것이 맞을까? 책을 통해 올바른 쓰임새를 알아보자.

덧붙이는 글 |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최종규 씀| 강우근 그림 | 철수와영희 | 2015-10-09 |14,000원

철수와 영희 출판사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ˑ고등학생들이 인문ˑ사회 교양도서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기획한 ‘10대를 위한 책도둑’시리즈, 19번째 책이다. 1권은 <10대와 통하는 정치학>, 21권 <10대와 통하는 옛이야기>까지 나와 있다.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최종규 지음, 강우근 그림, 숲노래 기획, 철수와영희(2015)


태그:#우리말, #혹(혹은), #중(가운데), #혹(혹은), #함께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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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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