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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국정교과서 반대 목소리가 사회 전반으로 번지는 가운데, 역사학을 공부하는 젊은 연구자들도 행동에 나섰습니다. 각 대학의 젊은 연구자들은 교육부에 국정교과서 반대의견을 보내는 '만인만색(萬人萬色) - 국정교과서 반대의견서 인증릴레이'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동의를 얻어, 반대의견서 몇 편을 소개합니다. - 편집자 말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반대 대학생대표자 시국회의 소속 총학생회장들이 20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10.31 전국 대학생공동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동행동에는 건국대, 경기대, 경희대, 고려대, 단국대, 동국대, 서강대, 성공회대, 성신여대, 세종대, 숙명여대, 연세대(신촌,원주), 이화여대, 중앙대, 평화나비네트워크,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 총학생회가 참여하고 있다.
▲ 10.31 전국 대학생 공동행동 선포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반대 대학생대표자 시국회의 소속 총학생회장들이 20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10.31 전국 대학생공동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동행동에는 건국대, 경기대, 경희대, 고려대, 단국대, 동국대, 서강대, 성공회대, 성신여대, 세종대, 숙명여대, 연세대(신촌,원주), 이화여대, 중앙대, 평화나비네트워크,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 총학생회가 참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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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역사학에 대한 모독입니다.

저는 한국사를 연구하고 있는 대학원생입니다. 사학 전공으로 학부를 졸업하고 한국사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여 박사과정에 공부하는 이 날 이때껏 역사학은 다양한 해석의 학문이라고 배워왔습니다. 귀에 못이 박이도록.

"역사는 과거로 존재하는 것이되 그에 대한 해석은 다양한 현재적 시각과 입장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고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이것이 역사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접하게 되는 역사학 입문의 출발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토대 위에 서 있는 역사야말로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학문후속세대인 저희 대학원생들 역시 이러한 입장에서 다양한 시각의 횡단적 역사연구를 지향해 왔으며, 이것이 역사를 연구하는 우리들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연구윤리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12일 정부는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획일화된 역사관 교육과 다양성 훼손 등 수많은 반대와 우려를 '좌편향'으로 몰아가면서 정부는 '올바른 역사교과서', 혹은 '교과서 정상화'라는 프레임으로 교과서 국정화를 포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역사학에 대한 모독입니다. 우리의 역사학은 다양한 해석과 관점이라는 토대 위에 존재해왔습니다.

이번 국정화 문제는 그러한 토대를 정부가 송두리째 뒤집음과 동시에 역사학을 학문으로서 인정하지 않는 셈입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좌우의 이념 문제가 아니라 상식과 몰상식의 문제입니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대다수의 역사학 전공자들이 국정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화를 강행하는 것은 역사학을 학문으로서, 역사학 전공자들을 전문가로서 인정하지 않고 모독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습니다. 정부가 쓰는 역사교과서가 올바르고 정상적이라는 사고방식은 우리가 지금껏 지향해 온 역사 연구의 가치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역사에 대한 몰이해·몰상식 그 자체일 뿐임을 누차 강조합니다.

더 이상의 모독을 반대합니다. 우리 역사학의 토대를 흔들지 말아 주십시오. 이것은 우리가 지켜야 할 인간 문화의 숭고한 가치입니다.


태그:#역사 국정교과서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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