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클릭비. 노민혁, 하현곤, 김태형(첫째줄 왼쪽부터), 오종혁, 우연석, 유호석(둘째줄 왼쪽부터), 김상혁

그룹 클릭비. 노민혁, 하현곤, 김태형(첫째줄 왼쪽부터), 오종혁, 우연석, 유호석(둘째줄 왼쪽부터), 김상혁 ⓒ DSP미디어


13년 만에 돌아온 클릭비(Click-B)는 들떠 있었다. 과거의 행복했던, 또 서러웠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활발히 활동했던 10대 시절로 돌아간 듯 낄낄댔고, 다 같이 모여 클릭비의 이야기를 하는 현재를 즐겼으며, 오랜만에 신곡을 발표하고 팬들 앞에 서는 콘서트를 잔뜩 기대했다. 시간은 훌쩍 지났지만, 매년 데뷔 일인 8월 7일이면 꼭 모였다는 일곱 멤버는 꽃미남으로 불리던 그 시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섰다.

사실 클릭비는 지난 2011년 싱글 < To Be Continued(투 비 컨티뉴드) >를 들고 돌아온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강후(김태형)가 없었다. 따라서 7명이 모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만날 때마다 돌아가면서 "우리 다시 클릭비 해볼래?"라고 했지만, 이를 구체화한 것은 지난 2013년 12월 열린 < DSP 페스티벌 > 이후였다. 복무 중이던 유호석을 제외하고 6명이 무대에 오른 후, 이들은 '다시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모았다.

각자 소속사도, 하는 일도 달랐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사업하던 우연석을 비롯해 "방송가를 맴돌던" 김상혁, "풍류를 즐기면서 편하게 지냈던" 강후, 솔로 활동에 전념했던 유호석, 포토그래퍼와 밴드 애쉬그레이로 활동하던 노민혁, 하현곤팩토리라는 이름으로 매달 한 곡씩 신곡을 선보였던 하현곤, 뮤지컬과 연극 등 연기에 집중했던 오종혁. 이들은 클릭비라는 이름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 오종혁은 "불화로 헤어진 게 아니었기 때문에 다시 한뜻으로 모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클릭비 활동에 대한 갈증과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강렬한 마음이 있었다. 물론 외부적인 움직임을 정리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점 덕분에 즐겁게 정리할 수 있었다. (클릭비로 활동하던) 시절은 우리에게도 정말 행복했던 시간이다.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고, 감사함과 고마움이 당연시되면서 평범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그 시간이 각자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시 깨어났다. 그 덕분에 우리가 모일 수 있었던 것 같다." (노민혁)

매년 데뷔 일인 8월 7일 모이던 그들... 30대에 다시 사고를 치다

 클릭비는 21일 정오 첫 완전체 싱글 앨범 '리본(Reborn)'을 발표하며 활동 재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클릭비는 21일 정오 첫 완전체 싱글 앨범 '리본(Reborn)'을 발표하며 활동 재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 이언혁


10대에 만난 이들은 어느덧 30대에 접어들었다. 신기할 정도로 그 시절과 똑같다지만, 일을 대하는 자세는 조금씩 달라졌다. 과거에는 스케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끌려가기도 했다면, 지금은 서로 고민해서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고. 오종혁이 "각자 활동하면서 책임감이 더 많이 생겼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고 하자 노민혁은 "주변에서 중심으로 왔다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고 거들었다. 21일 발표한 싱글 < Reborn(리본) >은 의견이 갈릴 때마다 다수결에 따랐던 클릭비가 내놓은 '주체적인' 결과물이다.

신화, god 등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가수들이 하나둘씩 다시 모여 완전체로 돌아왔던 상황. 재결성을 결심했을 때, 클릭비 또한 자신들의 음악과 색깔을 먼저 분명하게 해야 했다. 당시 클릭비는 아이돌 그룹이면서 동시에 밴드이기도 했다. 'Dreamming(드리밍)', '질주', '백전무패'에 지난 2003년 하현곤과 노민혁, 유호석이 탈퇴해 4인조로 재편된 뒤 활동했던 'Cowboy(카우보이)'까지. 클릭비는 그때의 자신들을 두고 "트렌디한 모습 속에 밴드 음악을 잘 버무리려고 했던 그룹"이라고 칭했다.

"댄스와 밴드를 결합했다는 유일무이한 스타일 때문에 우리만의 색깔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무대에서 군무를 맞췄다든지 화려한 퍼포먼스가 있던 팀은 아니었다. 나는 록적인 요소가 강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에너지를 전달하는 퍼포먼스가 더 강렬했다고 할까. 그 속에 하나의 포인트 안무가 녹아들어 있는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조화에 신경을 썼다. 이번에도 그런 뼈대를 가지고 나가려고 했다. 지금의 트렌디함을 담으면서 동시에 밴드의 구성을 녹여낼 수 있는 색깔에 초점을 맞췄다." (노민혁)

'그래도 얼마 만에 나오는 클릭비인데.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하는 주위의 소리에는 잠시 귀를 닫았다. 대신 멤버들끼리 똘똘 뭉쳤다.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기보다 다시 모일 수 있는 시작점을 만드는 데 집중했던 터라 오는 11월 20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여는 콘서트가 티켓 오픈 2분 만에 매진되고, 이들과 함께 활동을 중단했던 오랜 팬들이 조금씩 움직이는 모습 자체가 기쁘다고. 이들은 "기대 이상으로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셔서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무섭기도 하다"면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입을 모았다.

추억

 지난 1999년 데뷔해 활동했던 그룹 클릭비

지난 1999년 데뷔해 활동했던 그룹 클릭비 ⓒ DSP미디어


클릭비가 다시 경험하고 싶은 순간은 언제일까. 하현곤은 16년 전 데뷔의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털어놨다. 이어 우연석은 '백전무패'로 처음 1위를 했을 때를 꼽았다. 1집, 2집이 잘 안 돼 마음고생이 심했을 무렵 받게 된 값진 1위 트로피였다. 오종혁은 "처음 1위를 했을 때, 무대에서 좋아서 정신이 없었다"면서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나를 포함한 몇몇 멤버가 대기실 복도에서 갑자기 주저앉아서 울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1집이 잘 안 돼서 연말 시상식에 가지 못하고 이호연 사장님(당시 클릭비의 소속사인 대성기획 대표, 현 DSP미디어 대표)이 기획상을 받으신다고 해서 꽃을 드리러 갔다. 레드카펫도 아니고 뒷문으로 들어갔다가 나왔다. 그때 매니저 형이 우리를 한강으로 데리고 갔다. 차에서 컵라면을 먹는데 창밖에 눈이 오더라. 솔직히 서로 이야기는 안 했지만 누가 물꼬만 트면 펑펑 울기 직전이었다. 정말 서러웠다. 클릭비가 어려웠다, 잘 안됐다 하면 그때가 항상 기억난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아름다웠던 것 같다." (오종혁)

비록 실패했지만 MBC <일밤-게릴라 콘서트>도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다. '백전무패' 이후 전국투어 콘서트를 열었던 것도, <서세원쇼>에 출연한 김상혁이 최연소 토크왕에 등극하며 클릭비라는 그룹을 조금씩 알리기 시작했던 것도, 이제는 소중한 추억이다. 강후는 "콘서트를 시작하기 전, 모든 조명이 꺼지고 관객의 함성이 파도처럼 밀려와서 몸이 흔들리는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처음 한두곡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미친듯이 춤추고 노래했다, 이번 콘서트에서도 경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요즘 데뷔했어도 잘했을 것 같다", "오히려 일본 등 아시아에서 활발히 활동하지 않았을까 싶다"는 클릭비. 동 시대에 활동했던 가수 중 이들은 누구를 보고 싶어할까. 젝스키스, 핑클, 원타임, Y2K 등 반가운 이름들이 줄줄이 나왔다. 노민혁은 "1990년대에 활동했던 가수들이 많이 나오는 것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좀 더 넓은 선택이 가능해진 거라고 생각한다, 좁아져 있던 음악 시장의 폭이 점점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999년과 2015년... 그들이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

클릭비의 재결성을 '이벤트'로 보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2015년을 시작으로 개인 활동과 그룹 활동을 병행할 계획이다. 1999년에 데뷔해 활동하던 시기를 떠올리며 "예전에 비해 (가수들) 개개인의 발언권이 강해진 것 같다"고 밝힌 오종혁은 "예전에는 갇혀 있었고 회사에서도 신비주의를 강요했는데, 요즘은 굉장히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이나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 같다"고 달라진 현실을 되짚었다. 유호석은 "그 사람 자체가 음악이 되는 시대인 것 같다"고 거들었다.

과거와 현재의 아이돌 그룹을 논하다가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연애와 결혼으로 흘러갔다. 그룹 티아라의 멤버 소연과 연애 중인 오종혁은 여자친구가 언급될 때마다 시종일관 조심스러워 했다. "서로 일적인 부분을 깊게 관여하지 않는다"고 전한 오종혁은 데뷔 전, 클릭비의 팬이었던 소연이 "대중의 반응 때문에 불안해하고 고민할 때 팬들이 보는 시선에서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고 털어놨다. 김상혁은 "<심폐소생송>이 방송되고 소연에게 메시지가 왔다"면서 "'잘 봤습니다, 울컥했습니다' 하더라. 고맙다고 답했다"고 했다.

가정을 꾸리고 싶고, 아이가 갖고 싶다는 유호석. 부모님이 더 이상 나이 드시기 전에 좋은 모습을 보여들고 싶다는 오종혁. 평소 아이에 관심이 없다가 요즘 들어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며 미소 짓는다는 강후까지. 솔직하게 이야기를 늘어놓는 멤버들을 보고 노민혁은 "7명이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을 돌아 다시 팬과 대중의 곁으로 돌아온 클릭비는 보여주고 싶은 모습도, 들려주고 싶은 음악도, 하고 싶은 말도 많아 보였다. 아래는 이들이 팬과 대중에게 듣고 싶은 말이다.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다. 그런 말을 듣게끔 하는 공연을 하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도 계속 걸음을 이어나갈 수 있는 첫걸음을 만들고 싶다." (김상혁)

"옛날엔 너무 어렸고, 회사에서 만들어진 그림이 컸다. 클릭비는 지금부터라는 것을 보여주겠다." (하현곤)

"결론적으로 좋았다는 말이 가장 듣고 싶다. 반갑다, 고맙다는 말은 많이 들었으니까." (오종혁)

"잘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싶다. 결과를 떠나서 '클릭비 참 잘 돌아왔다'고 했으면 좋겠다." (강후)

"어떤 말이든 담을 수 있다. 무관심이 가장 큰 독이니까. 악플도 감내할 수 있으니 많이 말해줬으면 좋겠다." (노민혁)

"활동이 이제 시작인데 개인적으로는 지금으로도 너무 만족한다.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욕심이 있다면 '클릭비는 콘서트 재밌고 공연 잘하는 친구들이지'라는 말을 듣고 싶다." (우연석)

"멋있다는 말을 듣고 싶다.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멋'이 있는 팀이었으면 좋겠다." (유호석)

 그룹 클릭비

그룹 클릭비 ⓒ DSP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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