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음을 달래기 위하여 노래를 즐겨 부른다. 이처럼 낙엽이 지는 가을날이나 슬픔, 울분에 찬 감정이 생길 때 노래 부르기를 즐겨 한다.
내가 노래를 부르는 곳은 동전노래방이다. 동전노래방은 대개 청소년 게임방에 같이 있어서 청소년들을 위한 노래방이다. 노래방 기기에 1000원을 넣으면 노래 3, 4곡 정도를 부를 수 있다. 내가 동전노래방에 가는 것은 나 혼자 가는데 굳이 값이 비싼 일반 노래방에 갈 필요가 있느냐 해서다.
1000원을 넣으면 나만의 공간에서 오만가지 폼을 다 잡으며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잘 불렀니, 못 불렀니 누가 뭐라 하지도 않는다. 혹시라도 나는 모르지만 나의 목소리가 돼지 멱따는 소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동전노래방은 나 혼자만의 노래방이니 남이 나의 목소리에 괴로워 할 리도 없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는 이 가을날에 어울리는 배호, 김정호의 노래들이다. 그리고 새롭게 부르는 노래는 진성의 '안동역에서'이다. 모두 분위기 있는 노래들이다. 아내는 배호 및 김정호의 노래들이 너무 슬프고 마치 우는 것 같다며 싫어한다. 그러나 우리 5070세대(50년대생, 70년대 학번)들은 청소년, 군 시절에 즐겨 부르며 자랐다. 노래들에 여러 추억들이 묻어있다.
우리 어렸을 때 어머니들은 마음이 슬플 때는 신세타령을 마치 노래하듯이 읊조렸다. 어머니들의 신세타령을 듣노라면 옆에 있는 사람도 슬퍼졌다. 어머니들은 신세타령을 읊조리며 자신의 억울하고 슬픈 마음을 타령으로 날려 보냈다. 배호나 김정호의 서정적인 노래들은 어렸을 때 어머니들의 신세타령처럼 부르면 왠지 마음이 위로가 되고 따뜻해지는 듯싶다.
지난달에 광주 봉선동의 비젼산악회를 처음 따라갔다. 완도 신지 영사십 리, 수목원을 보러 버스가 15대나 갔다. 나는 14호 차를 배정받았는데 타보니 90%가 여성분들이었다. 남자는 단 4명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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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도 신지도 해변 광주 봉선산악회를 따라 완도 신지도에 갔었다. |
ⓒ 조갑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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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서 여성분들이 통로에 나와서 노래를 불렀다. 나이가 들면서 여자에게는 남성호르몬이 남자에게는 여성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가 되어 여성분들은 활달하게 되고 반대로 남성은 조용하게 된다는 말이 일리가 있는 듯싶다. 여성분들은 통로에 나와서 노래를 부르며 춤도 추고 즐거워들 하였다. 여성분들만 하다 보니 재미가 없었던 듯싶다. 남자도 누가 한 사람 하라는 것이다. 남자들이 나를 억지로 떠밀었다.
별 수 없이 나가서 김정호의 '하얀나비'를 불렀더니 여성분들이 '오빠, 오빠' 하면서 즐거워들 하셨다. 그 뒤로 여성분들이 맥주도 따라주며 안주도 갖다 주고 인기를 누렸다. 모두가 동전노래방 덕분이다. 내 마음도 힐링이 되고 노래 실력도 음정, 박자를 제법 맞추면서 향상된 듯싶다.
누구에게나 외롭거나 서글플 때는 노래 부르기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외롭다고 혼자 술 마셔 보았자 몸만 상하고 다음날 속 쓰리고 머리만 아플 뿐이다. 오만가지 폼을 잡으면서 좋아하는 노래를 몰입해서 부르다 보면 마음 속에 있는 한(恨), 상처, 슬픔 등의 부정적 감정들이 살그머니 사라져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