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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원전은 그 규모 면에서도 세계에서 손꼽힌다.
▲ 원전 단지 TOP 5 한국의 원전은 그 규모 면에서도 세계에서 손꼽힌다.
ⓒ 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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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국토면적당 원전 밀집도가 세계 1위인 나라로서, (미국·프랑스·일본·러시아에 이어) 지구 상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원전을 보유한 국가다. 안 그래도 원전이 많은 일본과 중국(인도와 더불어 근래에 원전을 부쩍 많이 짓기 시작했다) 사이에 위치해 있으니, 아마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원전지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모두 알다시피, 한국을 제외하고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등을 비롯한 웬만한 원전 의존국들은 한 번 이상은 다 혹독한 원전 참사를 겪었다. (원전을 점차 줄이고 있는 다른 국가들과는 정반대로) 이명박 정권 이후 원전 확대전략을 펼치고 있는 우리나라는, 어쩌면 바로 이 순간 지구 상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한국 내에서도 부산과 울산에 걸쳐 있는 '고리 원자력 발전소'는 2016년 말이 되면 전 세계 187개의 원전단지 중에서 가장 큰 규모가 된다. 지금 현재 6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데, 2기의 원전이 거의 건설 완료됐고, 앞으로 여기에 2기의 원전이 더 추가로 건설될 계획이기 때문이다(2017년 6월에 고리 1호기가 폐쇄되어서, 향후 총 9개의 원전이 가동될 예정이다).

최대 규모의 인구가 고리 원전 주변에 살고 있다

한국과 같은 원전 의존국 중에서 가장 최근에 원전 참사가 발생한 후쿠시마 근처 30km 이내(후쿠시마 주민 대피지역, 체르노빌 사고 통제구역 크기)에 살고 있던 시민들은 16만 명 정도였다. 그런데 고리 원전 주변에는 무려 343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는 원전 근처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수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고리 원전은 최근 2기 건설에도 모자라 또다시 2기를 더 만들려고 하고 있다. 다수 시민들의 강력한 반대를 통해 가까스로 고리 1호기 폐쇄가 결정됐지만(한국 최초의 원전 폐로 사례),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원전단지 바로 옆에 수백 만의 사람들이 살게 될 불안한 상황은 그대로인 셈이다.

지구 상의 전체 원전단지 중 94%는 원자로가 4개 이하라고 한다. 그리고 원전 주변에 사는 시민들의 숫자도 부산이나 울산만큼 그렇게 많지 않다. 고리 원전에서 직선거리로 25km 내외에 부산시청과 울산시청이 위치해 있다. 또 얼마 전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 영화의 전당도, 세계 최대 규모의 백화점이라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도, 광안리와 해운대 해수욕장도, 벡스코와 울산 현대중공업까지 전부 다 고리 원전에서 30km 이내(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있다.

원전 추가건설을 막기 위해서 온 레인보우 워리어 호



그래서 지난 10월 9일, 국제적인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http://www.greenpeace.org/korea/)의 환경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 호'가 부산에 입항했다. 원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원전 2기 추가건설을 막기 위해서다. 사실 이번에 부산에 온 환경감시선은 레인보우 워리어 '3호'인데, 환경감시선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유래와 역사에 대해서도 좀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우선, 레인보우 워리어(Rainbow Warrior)는 북미 원주민의 전설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지구가 파괴되는 날, 지구를 구하기 위해 '무지개 전사들(Warriors of the Rainbow)'이 나타난다는 이야기에서 따왔다. 첫 번째 레인보우 워리어 호는 원래 1955년에 건조된 영국 정부 소유의 어선이었고, 그린피스가 1978년 4월부터 환경감시선으로 이용했다.

하지만 1985년 7월 10일, 프랑스 당국의 태평양 핵실험에 항의하기 위해 뉴질랜드 오클랜드 항에 정박해 있다가 프랑스 정보기관 '대외안보총국(DGSE)' 요원에 의해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만다. 이게 바로 프랑스 정보국의 악명과 그린피스 환경감시선의 신념을 전세계에 알린 그 유명한 레인보우 워리어 호 침몰사건이다(이 음모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프랑스 군인은 올해 9월 6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건 이후 줄곧 양심에 가책을 느꼈다"며 30년 만에 사과했다).

그리고 4년 후 그린피스는 레인보우 워리어 2호를 출범시켰고, 다양한 환경보호 활동을 수행한 이 배는 바다를 항해한 지 52년(그린피스 환경감시선으로서는 21년)만에 은퇴했다. 모든 임무를 마친 레인보우 워리어 2호는 방글라데시의 한 NGO에 구호선으로 기증됐으며, 드디어 2011년 10월 현재의 레인보우 워리어 3호가 공식적인 항해에 돌입했다.

이 배는 그 역할에 적합하도록 그린피스가 직접 설계했는데, 최초로 전 세계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레인보우 워리어 호는 환경감시선에 걸맞게 친환경적인 요소를 적극 활용했고(뛰어난 에너지 효율성, 배기가스와 미세먼지의 배출 최소화, 엔진과 발전기에서 생기는 열은 선실의 난방과 온수를 만드는 데 재활용, 폐수 저장), 헬기 착륙장과 위성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3박 4일간의 그린피스 환경감시선 탑승을 앞두고

그린피스의 환경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 호'
▲ 레인보우 워리어 호 그린피스의 환경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 호'
ⓒ 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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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레인보우 워리어 호는 10월 9일 한국에 도착한 뒤, 부산에서 10일(토)·11일(일)·17일(토)·18일(일) 이렇게 네 차례에 걸쳐 오픈 보트 행사를 가졌다. 오픈 보트(Open Boat)는 환경감시선에 직접 승선해 배의 이모저모를 체험하고, 전 세계에서 모인 선원들을 만나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의 활동에 대해 생생하게 들어보는 행사다.

레인보우 워리어 호는 10월 19일 저녁 부산을 출발해 3박 4일간의 항해를 거쳐 10월 22일 정오에 인천항으로 도착한다. 인천에서도 24일(토)과 25일(일)에 오픈 보트 행사를 열고 시민들에게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직접 승선하여 갑판·조타실·선미 등 배 안의 주요 시설 관람, 환경 티셔츠 만들기, 페이스 페인팅, 공연 등). 시민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니, 가족·친구들과 함께 주말에 의미 있는 활동을 해보길 바란다.

나는 19일 부산항에서 레인보우 워리어 호에 승선해 22일 인천까지 배를 타고 이동할 계획이다. 이 환경감시선은 네덜란드 국적의 선박으로서, 항만청에 탑승자 정보를 사전 등록해야 했다. 그린피스 관계자의 안내에 따르면, 신원확인과 저녁식사를 위해 출항하기 2시간 전에 부산항 제1부두에 도착하라고 한다.

환경단체 관계자가 아닌 일반인으로서 그 이름도 거창한 환경감시선을 3박 4일간이나 탈 생각을 하니 좀 긴장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외신을 통해서 사진으로만 잠깐씩 봤던 레인보우 워리어 호의 선원들을 직접 만날 생각을 하니 설레기도 한다. 19일 밤부터 22일 오전까지는 부산과 인천 사이의 뱃길 어딘가에 있을 텐데, 혹시 가능하다면 환경감시선 안에서 또 소식을 전하겠다. 바다에서 무지개를 타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혁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arthurjung.tistory.com)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그린피스, #환경감시선, #레인보우워리어, #원전사고, #고리원자력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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