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리 부부는 스스로 별칭을 '빅풋(BigFoot) 부부'라고 붙였습니다. 실제 두 사람 모두 '큰 발'은 아니지만, 동네 골목부터 세상 곳곳을 걸어 다니며 여행하기를 좋아해 그리 이름을 붙였지요. 내 작은 발자국 하나하나가 모여 새로움을 발견하는 거대한 발자국이 된다고 믿으며 우리 부부는 세상 곳곳을 우리만의 걸음으로 여행합니다. 우리 부부가 함께 만든 여행 영상도 즐겨 보시길 바랍니다. - 기자 말



바르셀로나에서의 넷째 날이자 바르셀로나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도 햇살 가득한 '맑음'입니다. 맑은 날씨 덕분인지 하루 여정의 시작점인 개선문(Arc del Triomf)이 왠지 더 당당해 보입니다.

개선문(Arc del Triomf) 1888년 만국 박람회를 위해 무데하르 양식으로 지어졌다. 야외 수업을 나온 학생들이 개선문에 관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 개선문(Arc del Triomf) 1888년 만국 박람회를 위해 무데하르 양식으로 지어졌다. 야외 수업을 나온 학생들이 개선문에 관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 박성경

관련사진보기


1888년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만국 박람회를 위해 만들어진 이 개선문은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이른바 '무데하르' 양식의 건축물입니다. '무데하르'란 기독교들의 영토 내에 남아 있던 회교도를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700여년 간 스페인을 지배했던 이슬람 사람들이 기존의 로마네스크나 고딕 양식과 융합해 그들만의 아주 화려하고 독특한 건축 양식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무데하르 양식'입니다.

1883년 만국 박람회 때도 이 개선문을 통해 박람회가 열렸던 시우타데야 공원(Parc de la Ciutadella)으로 입장을 했다고 하는데, 우리 부부도 당당히 개선문을 통과해 평화롭고 아름다운 공원으로 입장을 했습니다.

시우타데야 공원이 지금은 바르셀로나 사람 누구나 사랑하는 공원이라고 하지만, 처음엔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되었고 자유를 억압하는 상징물로 여겨지면서 악명 높은 곳이었다고 하네요.

시우타데야 공원을 순찰하는 경찰들 사람이 거의 없는 오전 시간부터 순찰을 돌고 있다
▲ 시우타데야 공원을 순찰하는 경찰들 사람이 거의 없는 오전 시간부터 순찰을 돌고 있다
ⓒ 박성경

관련사진보기


공원 안으로 들어서자 말과 함께 있는 경찰관 두 명이 눈인사를 해줍니다. 아직 오전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을 찾아볼 수 없는 한적한 공원에 경찰들이 있고, 백마와 함께 선 경찰들이 좀 멋져 보이길래 '저것도 일종의 관광상품인가?'하고 생각했었지요.

공원 안에는 '세 마리 용의 성'으로 불리는 동물학 박물관도,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이라는 지질학 박물관도, 스페인 현대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현대 미술관도, 세계에서 한 마리 밖에 없다는 흰 고릴라가 사는 동물원까지 있지만, 우리 부부가 입장한 이른 오전 시간에는 관람객이 정말 없었습니다. 한적하다 못해 30ha에 이른다는 공원 전체를 우리가 전세낸 듯한 느낌이었지요.

바르셀로나의 다양한 사람들과 공원을 함께 즐기면 더 좋았겠지만, 아르메스 광장의 분수대 앞에 이르자 이 한적함이 참 감사했습니다. 이 분수대는 로마의 트레비 분수의 영향을 받아 제작됐다고 하는데요, 당시 학생이었던 가우디도 제작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시우타데야 공원(Parc de la Ciutadella)의 분수대 로마의 트레비 분수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며, 건축 당시 학생이었던 가우디도 제작에 참여했다고 한다
▲ 시우타데야 공원(Parc de la Ciutadella)의 분수대 로마의 트레비 분수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며, 건축 당시 학생이었던 가우디도 제작에 참여했다고 한다
ⓒ 박성경

관련사진보기


겨울인데다 오전 시간이라 분수대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걸 볼 수는 없었지만, 분수대를 빙 돌아 계단을 오르며 조각품들을 천천히 감상하는 동안 주변에 사람 하나 없이 한적하다는 게 더없이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그 한적함이 독이 될 줄은 몰랐어요.

동영상 촬영에 열중하고 있는 남편도 떼어놓고 홀로 분수대 계단을 올라 천천히 걸으며 감상에 젖어 있는데, 울창한 나무들이 주변 시야를 가릴 즈음 무슨 순간 이동이라도 해서 온 듯 대여섯 명의 집시 소녀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나를 에워싸는 겁니다. 한 소녀가 서명 판을 내밀며 서명을 해달라고 하는데, 내가 계속해서 'No'라 말하며 무리를 벗어나려 하니까 스페인어로 계속 말을 시키며 더 집요하게 달려듭니다.

아하... 인터넷 여행 카페에 흔히 올라오는 소매치기 수법이었어요. 한 사람이 서명으로 나의 시선을 뺏은 뒤 다른 사람들이 내 가방을 뒤지는 수법.

아니나 다를까, 나머지 소녀들이 내 가방을 이리저리 만지고 있습니다. 지퍼가 열리는 곳은 열어도 보지만 훔쳐갈 게 없고, 중요한 물건들이 든 지퍼는 자물쇠로 채워져 있어 짧은 시간에 열지는 못하고... 여튼 다섯 소녀들의 손이 바쁘게 오가고 있더라고요. 내가 몸을 빼서 도망을 치려니 소매를 붙들고 가방을 잡아끌고 하는데, 순간 무서운 느낌에 식은 땀이 나고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소리를 지르고 남편이 달려오니, 나를 둘러쌌던 대여섯명 소녀들은 나타날 때 그랬던 것처럼 눈 깜짝할 새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리고 필요할 때 백마를 타고 나타나 나를 지켜주진 못했지만, '공원 입구의 상냥한 경찰들은 멋으로 서 있었던 게 아니었구나' 깨달았지요.

<피카소에게 바치는 집> 안토니 타피에스, 1983년 작. 피카소의 입체파 작품들에 경의를 표한다는 의미로 지어졌다.
▲ <피카소에게 바치는 집> 안토니 타피에스, 1983년 작. 피카소의 입체파 작품들에 경의를 표한다는 의미로 지어졌다.
ⓒ 박성경

관련사진보기


급하게 공원을 빠져나와 공원 담 밖에 세워진 <피카소에게 바치는 집>이란 독특한 작품을 볼 때까지도 저는 혼이 빠져있었습니다.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인 안토니 타피에스가 피카소의 입체파 작품들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도통 뭔지를 알 수 없는 난해함이 방금 집시 소녀들을 빠져나온 저를 더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피카소에게 바치는 집>은 오래된 소파와 쇠꼬챙이로 꿰어놓은 찬장 등이 육면체의 유리집 안에 들어있고, 그 둘레를 또 사각 연못이 감싸고 있는 모습입니다. '입체파(cubism)'란 이름이 '입방체' 또는 '정육면체'라는 뜻의 단어 '큐브(cube)'에서 나온 것이니, 피카소의 입체파 작품에 대한 찬사의 의미로 육면체 유리집이나 사각의 연못 등을 쓴 것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바르셀로네타(Barceloneta) 과거에는 어부와 항구 근로자들이 사는 마을이었는데, 현재는 지중해 해변과 해산물 전문 식당가가 들어선 해변 휴양지로 유명하다.
▲ 바르셀로네타(Barceloneta) 과거에는 어부와 항구 근로자들이 사는 마을이었는데, 현재는 지중해 해변과 해산물 전문 식당가가 들어선 해변 휴양지로 유명하다.
ⓒ 박성경

관련사진보기


바르셀로나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면 먼저, 수많은 가우디의 작품들을 떠올릴 겁니다. 그리고 예술가들로 넘쳐나는 람블라스 거리와 중세 향기 가득한 구시가지와 분수쇼가 화려한 에스파냐 광장 주변, 피카소 미술관 등을 떠올리게 되겠죠. 그리고 10년 전 저 역시 그랬지만,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여행자들 대부분은 그것들을 다 챙겨보기도 빡빡해 그저 '가우디'만 챙겨안고 바르셀로나를 떠납니다.

바르셀로나가 지중해와 면한 아름다운 해안 도시라는 걸,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돌아온 지점 또한 바르셀로나 해안이라는 걸 돌아볼 틈도 없이 말이죠.

우리 부부는 과거에 어부들과 항구 노동자들이 사는 마을이었다는 '바르셀로네타(Barceloneta)'에서부터 바닷가 내음을 더듬어 봅니다. 지금은 화려한 해변 휴양지로 거듭나 어부들도, 항구노동자들도 찾아볼 수 없지만 골목골목 장식된 물고기 조명과 해산물 가득한 재래시장 풍경, 그 속의 사람들 틈에서 바닷가 마을의 투박한 인정이 엿보입니다.

바르셀로네타 해변 지중해를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인공 모래사장을 조성하고 도심과 연결되는 자전거 및 보행자 도로, 잔디 공원 등을 만들어 친환경 생태 해변으로 알려져 있다.
▲ 바르셀로네타 해변 지중해를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인공 모래사장을 조성하고 도심과 연결되는 자전거 및 보행자 도로, 잔디 공원 등을 만들어 친환경 생태 해변으로 알려져 있다.
ⓒ 박성경

관련사진보기


지중해를 보는데 비가 내렸다면 어땠을까요. 그것도 나름 운치있을 수 있겠으나, 여정을 준비하는 내내 상상도 해보지 않았습니다. 지중해를 향해 앉은 모래사장엔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고, 같은 방향으로 앉은 모든 이들의 등을 똑같은 질감의 따뜻함으로 감싸는 풍경. 상상했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고 상상했던 그 따스함이 나의 등에 내려앉습니다.

1월의 바닷가에서 봄 햇살같은 따사로움이 느껴져 신기했습니다. 웃통을 벗고 일광욕을 하는 할아버지에 팬티만 입고 수영을 하는 아저씨에 친구들과 점심 파티를 준비하는 청년들까지... 바르셀로나의 태양 아래 '즐거운 인생'들이 펼쳐집니다.

 바르셀로네타에 즐비한 해산물 음식점에서 먹은 해산물 튀김 요리.
 바르셀로네타에 즐비한 해산물 음식점에서 먹은 해산물 튀김 요리.
ⓒ 박성경

관련사진보기


바르셀로네타는 친환경 생태 조성으로 유명한 해변이고 여름에는 누드비치로도 유명하고 세계적인 건축가 '프랑크 게리'가 만든 물고기 조형물도 볼만 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또 하나, 해변을 따라 즐비한 해산물 전문 식당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수많은 식당 가운데 여기저기 분위기도 살펴보고 가격도 따져가며 골랐으면 좋았겠지만, 화장실이 무지 급해진 남편 덕분에 우리는 첫 눈에 들어온 식당엘 들어갔습니다.

사진이 첨부된 메뉴판에는 누구나 좋아할 만한 해산물 요리가 가득했어요. 그 중에서 우리 부부가 먹고싶었던 건 오징어 튀김과 새우 튀김. 그런데 그 두가지를 따로 시키는 가격이 양이 훨씬 많아 보이는 해산물 모듬 튀김 가격과 거의 맞먹었어요. 우리 부부는 당연히 모듬튀김을 주문했지요. 그런데 직원이 계속 따로따로 시키는 것을 추천하는 겁니다.

우린 눈빛을 교환하며 한국말로 서로 얘기했지요.

'얘들이 우리가 관광객인 걸 알고 일부러 양에 비해 비싼 메뉴를 추천하는 거다, 절대 속지 말자!'

우리 부부는 꿋꿋이 모듬 튀김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점원이 들고 나온 모듬 튀김을 보고 우리 부부는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외쳤지요.

"그란데(Grande, 크다)!"

양이 많아도 너무 많았습니다. 오징어, 새우, 대구, 멸치 등 각종 해산물을 튀겨서 내왔는데, 4인 가족은 충분히 먹을 만한 양이었어요. 결국 우리 부부는 결국 먹다 지쳐 포장을 해줄 수 있느냐 물었고, 깔끔한 은박 도시락에 레몬까지 넣어 포장을 해온 직원은 우리를 향해 의미심장한 웃음을 날리더군요.

'그래, 단품으로 주문하라니까. 다 못 먹을 줄 알았다' 뭐, 그런 의미였겠죠?

바르셀로네타에서 벨 항구(Port Vell)로 가는 길 오래된 항구라는 뜻으로,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돌아온 항구다.
▲ 바르셀로네타에서 벨 항구(Port Vell)로 가는 길 오래된 항구라는 뜻으로,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돌아온 항구다.
ⓒ 박성경

관련사진보기


바르셀로네타에서 도심으로 연결되는 자전와 보행자 겸용 도로는 포구를 따라 이어져 있어, 여유로운 걸음으로 지중해를 즐기며 도심으로 되돌아오기 좋습니다. 요트도 구경하고 바다와 햇살이 어우러진 풍경도 구경하고 사람 구경도 해가며 한 40분쯤 걸었을까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돌아와 닻을 내린, 벨 항구(Port Vell)가 보입니다.

벨 항구는 '오래된 항구'라는 뜻입니다. 과거에는 낡은 창고와 어촌 작업장 등이 있어 '오래된 항구'란 이름이 딱 어울렸지만,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위해 새롭게 변신한 뒤로는 이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됐습니다. 아이맥스 상영관과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수족관, 바다 위까지 사람들이 걸을 수 있도록 만든 거리 '람블라 데 마르(Rambla de Mar)'까지 관광 명소로 손색 없는 면모를 갖췄습니다.

벨 항구에서 바라본 콜럼버스 기념탑 멀리 콜럼버스 기념탑이 보이는 바닷가에서 한 청년이 햇살을 받으며 쉬고 있다. 60m 높이의 콜럼버스 기념탑은 1888년 만국 박람회에 맞춰 건축됐는데,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돌아와 내린 지점에 세워졌다.
▲ 벨 항구에서 바라본 콜럼버스 기념탑 멀리 콜럼버스 기념탑이 보이는 바닷가에서 한 청년이 햇살을 받으며 쉬고 있다. 60m 높이의 콜럼버스 기념탑은 1888년 만국 박람회에 맞춰 건축됐는데,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돌아와 내린 지점에 세워졌다.
ⓒ 박성경

관련사진보기


오늘의 일정을 시작한 개선문처럼 콜럼버스 기념탑 역시 1888년에 열린 만국 박람회 때 세워졌습니다. 60m의 기둥 모양으로 서 있는 이 기념탑의 위치는 1493년 3월 15일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6명의 캐러비언 인디언들을 데리고 돌아와 해안에 첫 발을 내딛은 지점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미 인디언들이 살고 있었던 곳을 '처음 발견'했다고 말하는 것이 좀 우습지만, 이 동상은 바르셀로나가 진취적인 항구 도시임을 상징하는 기념물로 여겨집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의 개척자인지 침략자인지를 따져보는 건 논쟁의 여지가 있으니 뒤로 하고서라도 60m 높이의 콜럼버스 기념탑에는 꼭 올라가볼 것을 추천하고 싶네요. 바르셀로나 카드가 있으면 무료로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입장료가 비싸지 않으니, 이곳에 올라 바르셀로나의 전경을 사방팔방 둘러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콜럼버스 기념탑 위에서 바라본 람블라스 거리 60m 높이의 콜럼버스 기념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 콜럼버스 기념탑 위에서 바라본 람블라스 거리 60m 높이의 콜럼버스 기념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 박성경

관련사진보기


방금 지나왔던 벨 항구도 보이고 가우디의 '성 가족 성당'을 먼 거리에서 조망하는 색다름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복작복작 사람들로 넘쳐나는 람블라스 거리를 하늘 아래서 내려다 보는 여유를 즐길 수가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콜럼버스 탑 위에서 바르셀로나의 나흘간 여정을 되짚어보며, 그동안의 일정에선 빠졌지만 꼭 가보고 싶은 곳들을 몇 가지 추렸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날이니까요.

 람블라스 거리에서 거리 화가가 관광객의 얼굴을 그려주고 있다
 람블라스 거리에서 거리 화가가 관광객의 얼굴을 그려주고 있다
ⓒ 박성경

관련사진보기


다시 람블라스 거리를 걸었습니다. 나흘 간 몇 번이고 지나친 거리지만, 시간과 요일을 달리해 걸을 때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거립니다.

바르셀로나에서 마지막까지 아쉬움으로 남는 건 역시 '가우디'였나 봅니다. 레이알 광장(Placa Reial)의 시원하게 뻗은 야자수 사이에 숨은 가우디의 첫 작품 '5개의 가스 가로등'을 보고, 가우디의 최대 후원자였던 구엘 백작을 위해 만든 '구엘 저택'엘 들렀습니다. 구엘 저택은 매년 실시하는 정기 보수공사 기간이어서 내부 관람을 할 수는 없었지만, 닫힌 문틈으로 본 잠깐의 모습에서 '자금에 구애받지 말고 독창적인 건축을 하라'며 아낌 없는 후원을 해줬던 구엘 백작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도시역사 박물관 (Museu d'Hist ria de la Ciutat) 바르셀로나의 건축 역사 자료들이 전시돼 있으며, 로마시대에 지은 건물과 하수시설, 목욕탕, 모자이크 등을 볼 수 있다.
▲ 도시역사 박물관 (Museu d'Hist ria de la Ciutat) 바르셀로나의 건축 역사 자료들이 전시돼 있으며, 로마시대에 지은 건물과 하수시설, 목욕탕, 모자이크 등을 볼 수 있다.
ⓒ 박성경

관련사진보기


그리고 진짜 바르셀로나 여행의 마지막 여정은 도시역사 박물관(Museu d'Historia de la Ciutat). 바르셀로나의 건축 역사를 볼 수 있는 자료들이 모여있고 로마시대의 하수시설과 목욕탕, 모자이크 등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어쩌면 바르셀로나 여행의 시작점으로 들러야 했던 곳을 가장 마지막에 보게 됐으니 아이러니합니다.

이렇게 스페인 일주의 시작점이 됐던 바르셀로나의 4일 여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이제는 바르셀로나에 머물며 인근 도시들을 여행할 겁니다. 그런데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날 여정을 마치며 드는 생각은 이 네번째 날이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거였어요. 거창한 작품들을 보고 누구나 아는 유명한 건축물을 감상하고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것도 행복했겠지만, 바르셀로나의 바닷가 마을을 걷고 지중해의 푸른 반짝임을 즐기며 한겨울에도 웃통을 벗어댈 정도로 태양의 열기를 사랑하는 바르셀로나 사람들을 만나보지 못했으면 어땠을까요.




#스페인여행#바르셀로나#배낭여행#무데하르 양식#지중해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