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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프다. 왜 진실을 가르치지 않느냐. IMF는 금 모으고 허리띠 졸라매면 된다. 그런데 남북관계에서 진실을 이야기 하지 않으면 재앙이다. 다 죽는다. 분단은 구조적인 불행의 근원이다."

<개성공단 사람들>을 펴낸 김진향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가 한 말이다. 김 교수는 참여정부 때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 전략담당관과 대통령비서실 통일외교안보정책실 행정관을 지내고 4년간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을 지냈다.

<개성공단 사람들>을 펴낸 김진향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16일 저녁 창원노동화관 대강당에서 강연했다.
 <개성공단 사람들>을 펴낸 김진향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16일 저녁 창원노동화관 대강당에서 강연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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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16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 창원노동자겨레하나(대표 조현갑) 초청으로 진행된 강연에서 "북한(개성공단)에 간 이유는 북한을 제대로 알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우리는 사실 북한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 그는 "우리 정부 장·차관들이 많은데 북한에 대해 얼마나 알까? '최고 정치권력이든 행정권력이든, 평화정책이든 안보정책을 다루는 그 분들은 알고 있겠지'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한다"라며 "그런데 그 분들이 모른다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느냐, 사실 잘 모른다"고 말했다.

"10․4선언을 앞두고 정부와 청와대에서 많은 준비를 하고, 시뮬레이션도 많이 했다. 마지막에 나오는 결론은 '오늘 여기까지 합시다' 였다. 어차피 북측은 불가예측성의 영역 아니냐 하는 것이었다. 예측이 안 된다는 식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사실은 북에 대해 아는 게 없다. 부끄러운 이야기다."

그는 "그나마 남과 북이 자주 만나고 회담을 하면 알게 되겠지만 단절이 된다면 정말 모른다"며 "그 모름이, 무지가 재앙적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행복론'도 폈다. 김 교수는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고 싶다, 남북문제도 행복과 관련이 있다, 경제력이 높아도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게 아니다"라며 "행복하려면 자존감이 제일 중요하다, 상대방을 무시하면 그 상대는 자존감이 없어지는데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다"라고 피력했다. 이어 "평화는 구조적으로 삶을 행복하게 하지만, 분단은 구조적으로 불행을 강요한다"라며 "일상적인 분단체제는 정치적 독재와 인권유린을 하고, 우리의 행복을 완벽하게 침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보스포럼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정책결정투명성이 2007년 34위에서 2014년 133위로, 아프리카 최빈국 '부룬디'보다 아래였다. 그리고 정치인에 대한 공공 신뢰도는 2007년 22위에서 2014년 97위, 사법부 독립성은 35위에서 82위로 떨어졌다. 미국 갤럽이 조사한 행복지수를 보니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145개국 중에 117위였다. 우리나라는 올라가다가 갑자기 떨어진 것이다. 2007년과 2014년 사이 우리 사회에 무슨 일이 있었나. 정권이 바뀌었다."

김 교수는 "실정법을 어겨 12번 기소되었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데도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는 게 이상하다, 그런 사람들에게 윤리와 도덕을 이야기할 수 있겠나"라며 "그나마 이 정도 국가체계가 유지되는 것은, 그럼에도 진선미를 추구하는 선한 국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1년에 이 나라를 떠나는 이민자가 2만명이 넘을 정도로 심각하다, 국가별 이민자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압도적인 1위이고, 2위와 차이는 수십 배다"라며 "왜 이 땅을 떠날까, '저 사람 참 순진하다'고 하면 진실되고 순수한 사람으로 봐야 하는데, 이 사회에서 그런 사람은 바보라는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다름을 알아야 그들이 보인다"

<개성공단 사람들>을 펴낸 김진향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16일 저녁 창원노동화관 대강당에서 강연했다.
 <개성공단 사람들>을 펴낸 김진향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16일 저녁 창원노동화관 대강당에서 강연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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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의 강연은 개성공단 이야기로 이어졌다 "처음에 개성공단은 옛 창원시와 창원공단 규모로 할 예정이었는데 1단계에서 2단계로 넘어가려다가 2008년 멈추었다"라며 "이명박정부 인수위 때부터다, 처음에 100만평 규모를 하려고 했는데, 37.8%만 되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124개 제조업, 80개 영업소에 북측 근로자 5만 4000명이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집단주의라 우리와 가치관이 많이 다르다, 다름을 알아야 그들이 보인다, 북한 사회주의는 노동을 임금으로 계산하지 않는다"며 "그러니까 북한은 고용과 피고용의 개념 자체가 없고, 사적 소유가 없으며 공동소유라서 지배인이나 직원이나 같다, 그래서 해고가 없고 스트레스 지수가 아주 낮다"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 사람들은 일을 설렁설렁 해도 될 정도다, 이 말은 노동강도가 약하다는 것이다"라며 "북한 사람들이 남한 사람들이 하는 일을 보면 놀란다, 남측 공장의 컨베이어벨트를 영상으로 보여주면, 영상을 빨리 돌린 것이냐 하거나 미쳤다고 한다, 그들은 돈 몇 푼 더 주고 일을 더 하는 것은 기계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진향 교수는 "개성공단은 매일 작은 통일이 이루어진다, 한 사무실에 있으면 처음에는 경계하고 대립했는데 같이 지내다 보면 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해 주는 것은 당연하다, 다름과 차이가 있을 뿐이지 틀림은 아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은 기업이윤 차원에서 완벽한 블루오션이라는 것. 그는 "남한 기업이 '1'을 투자해서 '30'을 가져온다고 보면 되는데, 개성공단이 있어 가장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은 남측의 재벌이다"라며 "124개 업체 대부분은 주문자생산방식의 하청이다, 하청업체를 둔 재벌이 가장 큰 돈을 버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성공단에 들어가서 돈을 못 벌었다고 하면 바보다, 남측 업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막대하게 벌었다"고 덧붙였다.

"불가예측성 영역에서 예측성 영역으로"

김진향 교수는 "북에 대해 불가예측성의 영역을 예측성 영역으로 바꾸어야 한다, 북은 권력개념이 우리와 다르다"면서 "(내가) 개성에 4년간 있었던 이유는 인민들이 정치지도부에 대해 얼마나 충성하고, 왜 충성하는지, 온전하게 자발적으로 충성하는지를 규명하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분단 70년이다, 우리는 왜 북에 대해 총체적 무지에 빠졌나, 남북관계에 정의와 진실은 없다"며 "북한은 2012년 12월 '광명성 3-2호'를 시작으로 인공위성 4개를 쏘아 올렸고 그 중에 3개가 성공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다 실패했거나 1개만 성공했다고 한다, 무엇이 진실이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사회에선 '그냥 북이 나쁘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으면 종북이다"라며  "북은 곧 무너질 거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으면 종북이다, 이런 현실이 서글프다, 왜 진실을 가르치지 않는 것이냐"라고 말했다.

그는 "분단은 절대 평화를 이야기 하지 않는다, 70년 분단이 기원은 국제적 분단이다"라며 "2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독일은 분단되었는데 일본이 나누어지지 않고, 왜 이 땅이 나누어졌나"라고 말했다. 이어 "미일중러 4대강국은 이 땅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라며 "4대강국은 절대적 국익을 위해 역사왜곡까지 하고 있다, 분단 속에 죽는 것은 우리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은 김진향 교수가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개성공단 사람들>을 펴낸 김진향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가 16일 저녁 창원노동화관 대강당에서 강연하기에 앞서 책에 서명하고 있다.
 <개성공단 사람들>을 펴낸 김진향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가 16일 저녁 창원노동화관 대강당에서 강연하기에 앞서 책에 서명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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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개성공단, #김진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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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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