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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들은 오는 21일까지 한시적으로 매일 연좌농성을 이어간다는 입장입니다.
▲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해고자들의 연좌농성 해고자들은 오는 21일까지 한시적으로 매일 연좌농성을 이어간다는 입장입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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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시 협상이 시작되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커집니다."

지난 8월 30일 낮 1시부터 있었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 비상간담회에 가서 어느 조합원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정보통'이라 불릴만큼 노동계 정보에 밝은 그의 예상대로 이후 현대차와 벌인 불법파견 관련 노사협상은 급물살을 탔는지 지난 14일 비정규직 노조에서 잠정합의안에 대해 조합원을 대상으로 발표했습니다.

언론도 현대차 노사의 불법파견 관련 노사협상안을 다뤘습니다. 지난해 8월 18일 현대자동차와 노동조합, 금속노조, 아산·전주공장 비정규직 노조에서 나온 잠정합의안에 대해 '쓰레기 안'이라며 서명을 거부했던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조가 이번엔 노사협상에 참석, 새로운 잠정합의안에 서명하고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1년 만의 일입니다.

언론 보도를 보니 이번에는 잘 되나 생각했는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지난 14일 퇴근하면서 목격했습니다. 지난 14일 오후 6시께 시내서 일을 마치고 퇴근하면서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정문 담벼락에 낯설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농성을 하고 있었습니다. 내려 다가보니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해고자들로 구성된 해투위(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 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 회원들이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가 해고자를 버렸습니다. 8.18 합의안을 쓰레기 안이라면서 협상을 거부했던 노조가 더 나아진 내용이 없음에도 잠정합의안을 발표했습니다. 우리는 결단코 이번 잠정합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부결투쟁에 나선 것입니다."

비정규직 해고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무슨 문제가 있어 그렇게 총회부결 농성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로부터 이번 9월 14일 자로 작성된 잠정합의안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모두 여덟 장으로 된 문서였고 모두 노사 서명 6개가 들어가 있는 합의안이었습니다. '사내하도급관련합의사(잠정)'으로 표기된 첫장에는 1. 직접생산 하도급 인원 직영화 관련, 2. 합의에 따른 쌍방 소 취하, 3. 해고자 관련, 4. 사내하도급업체 인원 직영화로 인한 전환배치 관련, 5. 특별협의 실무협의체 유지 관련 등의 문건이 있었습니다. 이어 현대자동차(주) 대표이사, 사내하도급업체 대표단,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 현대자동차지부장,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장의 서명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한 조합원이 14일 저녁 경비 초소가 있는 정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 해고자도 조건없이 정규직 전환 한 조합원이 14일 저녁 경비 초소가 있는 정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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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쪽 문서 두 장에는 언론으로 보도된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2012년 7월 말 이전 입사자로 현재 직접생산 하도급업체 재직하는 인원 중 2000명(2016년 1000명, 2017년 1000명)을 2017년 말까지 특별고용한다는 내용과 쌍방 소 취하를 전제로 채용한다는 내용, 2010년 이후 발생한 울산공장 해고자 21명에 대해 업체 복직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한 장 짜리 합의안인 '기능인력 우대방안 별도 합의서(잠정)'엔 채용시 근속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10년이면 10년 다 인정하는게 아니라 5년을 인정하는 이른바 '반쪽' 근속 인정에다 정규직이면 누구나 적용되는 수당 등이 포함된다는 일반적인 내용도 들어 있었습니다.

다음 두 장짜리 잠정합의서는 '소취하 관련 별도합의서'였습니다. 현재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2010년 7월 22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원 최병승씨가 부당해고 소송에서 대법원이 현대차를 불법파견 대기업으로 규정하고 파견법 6조 3항에 의거 부당해고 판결을 받은 바 있었습니다.

그후 2000여 명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단체소송을 제기해 현재 고등법원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사는 그 단체소송을 취하하도록 했습니다. 그 외에도 파견법위반 관련 고발사건에 대해서도 모두 소를 취하하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현대차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과 임금확장청구소송을 취하하면 취하자에게 총 250만 원을 지급한다고 했습니다.

한 장짜리 '해고자 관련 별도 합의서'에는 2010년 이후 징계해고자 21명을 업체에 재입사 조치한다고 하면서 업체 입사 후 정규직 채용 기회도 부여하고, 격려금도 지급하고, 가압류도 철회 등을 행정소송 취하 후로 한다고 합니다. 한 장짜리 '특별고용 관련 별도 합의서'엔 특별채용후 특별 격려금으로 500만 원을 지급하는 대신 이후 노사간 추가 협의요구나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습니다. '합의사항 성실 이행'에 그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여기에 보시다시피 불법파견 인정한다는 내용이 어딨습니까? 체불임금 지급한다는 내용이 어딨습니까? 해고자가 21명뿐입니까? 해고자는 또 왜 업체 복직입니까? 공장 안에 있는 조합원처럼 조건없이 정규직 채용해야 하지 않습니까?"

지난 9월 12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불법파견 노사협상은 10시간 하고 나온 협상안이라 합니다.
▲ 현대차 비정규직 불법파견 잠정합의안 지난 9월 12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불법파견 노사협상은 10시간 하고 나온 협상안이라 합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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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지난 2003년 이후 '비정규직 투쟁 위원회'로 시작 그해 노조를 설립하고 줄곧 불법파견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상태입니다. 십수 년간 구속·수배·손배가압류·현대차 경비대로부터 폭력도 당했습니다. 그리고 2010년 7월 22일엔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까지 받은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정규직 전환이나 체불임금 지급은 하지 않고 9월 14일 잠정합의안도 절반의 근속만 인정하는 신규채용과 별반 다를 게 없었습니다.

"우리가 고작 격려금 500만 원 받자고 십수 년간 불법파견 투쟁을 해왔습니까? 우리는 대법원에서 판결한것 처럼 불법파견 인정하고 정규직 전환해달라는 겁니다."

해고자들은 이번 잠정합의안을 불법파견 온데간데 없는 안, 해고자 등진 안, 정규직 전환 버린 안, 체불임금 포기 안 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해고자들은 오는 21일에 있을 잠정합의안 총회투표날까지 한시적으로 연좌농성을 이어간다는 입장입니다. 그들은 공장안에 붙인 벽보를 통해 '총회부결투쟁'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호소문을 통해 "불법파견 인정은 고사하고 현대차에 '불법파견 면죄부'주는 합의" "'조합원 배제없는' 조차도 담보하지 못하는 합의" "2014. 8. 18.쓰레기안 + @? 더이상 비정규직을 우롱하지 말라"고 적어놨습니다. 이어 "불법파견 잠정합의 멈추라, 강행한다면 반드시 조합원 손으로 부결시키자"라고 주장했습니다.

졸속합의 안 부결시키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잠정합의 부결투쟁 벽보문 졸속합의 안 부결시키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온라인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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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비정규직, #체불임금, #정규직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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