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용인에 위치한 한국 민속촌은 민족문화 자원의 보존, 2세 교육을 위하 현장 학습장, 내외국인을 위한 전통 문화의 소개 등을 취지로 설립됐다.(사진출처. 한국 민속촌 홈피)
 용인에 위치한 한국 민속촌은 민족문화 자원의 보존, 2세 교육을 위하 현장 학습장, 내외국인을 위한 전통 문화의 소개 등을 취지로 설립됐다.(사진출처. 한국 민속촌 홈피)
ⓒ 한국 민속촌

관련사진보기


얼마 전 기자는 용인에 위치한 한국 민속촌을 다녀왔습니다. 중국 친구와 함께 한국의 멋을 알리려 전통 여행을 떠난 것입니다. 저의 경우 어렸을 적 학교 단체 소풍으로 다녀온 기억이 전부였지 성인이 된 후는 한 차례도 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설렘 반 기대 반으로 마음이 들떴습니다.

그러나 기대만큼 실망도 크다고 했듯 입장부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성인기준 입장료가 1만5천원, 자유이용권 2만4천원에 적잖이 놀랐기 때문입니다. '억지춘향'으로 입장료를 내고 약 3시간 동안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순간 저는 '차라리 충남 아산에 위치한 외암민속마을에 갈 걸'이라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이곳은 저렴한 입장료 2천원에 비해 넉넉한 자연과 옛 고을의 정취가 어울려 인위적인 냄새가 나는 민속촌보다 더욱 풍광이 아름답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집으로 돌아와 '어렸을 때도 이렇게 요금이 비쌌나'하는 생각에 인터넷 포털로 기사 검색을 해봤습니다. 뜻밖에도 1974년 11월 30일 <동아일보> 지면에 '영리에만 치우친 민속촌 운영'이란 화제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개장 두 달을 넘은 민속촌이 문화재 보존보다는 영업과 영리에 기울고 있어 입장객 불만이 들끓고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당시 민속촌의 입장료는 600원, 소인과 군경은 300원이었습니다. 그러나 입장료 외에 양반가옥 입장료 200원 추가, 공연장 관람 300원 등 전체를 관람하려면 1400원이 추가로 소요됐습니다. 더불어 각종 식음료와 기념품 비용, 부실한 관리실태 등이 논란이 됐습니다.

물론 이 기사는 지극히 40년 전 내용입니다. 지금은 민속촌이 테마파크로 화려하게 변신해 놀이기구와 다양한 테마공연, 체험마당으로 관람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형이 변했다고 해서 예전 영리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할 것입니다.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는 민속촌만의 정체성이 많이 변질됐다는 기자의 판단에서입니다.

더불어 민속촌 내의 먹거리 마당, 놀이 마당, 살거리 마당, 전통 식품, 편의점, 체험 마당, 각종 놀이시설 등은 다양한 고객들의 갑론을박 대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 고객은 블로그에 "이용료가 생각보다 비싸다. 더불어 자유이용권을 무턱대고 끊어 더 낭비가 심했다. 놀이기구가 완전 어린이용이고 눈썰매는 겨울에만 이용하네?"라며 씁쓸한 후기를 올렸습니다.

한국 최초 테마파크 민속촌, 업계 1위와 정체성의 역학관계는?

기사 내용 중 "이와 같은 어설픈 민속촌을 위해 정부가 6억8천만원이나 되는 거액을 융자해준 것은 납득이 안간다"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당시 박정희 정권의 시대상을 한 눈에 보여주는 기사다.
▲ 40년 전 동아일보 민속촌 관련 기사 기사 내용 중 "이와 같은 어설픈 민속촌을 위해 정부가 6억8천만원이나 되는 거액을 융자해준 것은 납득이 안간다"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당시 박정희 정권의 시대상을 한 눈에 보여주는 기사다.
ⓒ 동아일보

관련사진보기


한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70년대 한국 민속촌과 용인 자연농원이 처음 조성되면서 본격적으로 테마파크 시장이 형성됐습니다. 이후 1980년대 서울랜드, 롯데월드, 1990년대 엑스포와 에버랜드 확장으로 활성기를 맞이했습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한국 민속촌 누적 입장객수는 10억8천만 명에 이릅니다. 같은 역사테마파크로 낙안읍성마을(입장료 8천원)은 10억7천만명으로 2위, 순창전통고추장 민속마을(무료)은 8억6천만명으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뒤로 대가야 역사테마관광지(2천원), 제주민속촌박물관(1만원), 양동민속마을(무료), 민속공예촌(무료), 역사테마공원(무료) 등이 억 단위의 방문객을 유치했습니다.

민속촌은 조선시대 후기 생활상을 그대로 재현한 최초의 역사테마파크입니다. 각 지방별로 특색을 갖춘 270여동의 전통 가옥, 서민가옥과 양반 가옥, 관아 및 교육기관, 서원과 서당, 사찰과 서낭당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1974년 10월 3일 개관한 민속촌은 처음 전통 민속 문화를 보존하는 야외민속박물관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이후 1980년대는 현장학습이 가능한 국제적 전통문화관광지, 1990년대는 교육과 놀이가 살아있는 에듀테인먼트파크, 2000년대는 사극드라마 등 문화체험이 가능한 복합테마관광지, 2010년대는 컬쳐리더 전통문화 테마파크로 꾸준히 변화를 추구했습니다.

민속촌 홈페이지 경영정보를 보니 J관광회사에서 설립이래 현재까지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자본금은 892억, 매출액 424억, 당기순이익 54억이 눈에 띕니다. 최근엔 5년 연속 흑자기업에 선정돼 레저, 스포츠 업종계의 으뜸 호황을 누리고 있는 듯 합니다.

박정희 공적 쌓기로 변질된 민속촌... 시대적 의미를 되묻다

관람객들이 이용하는 수준에 따라 가격의 적정성을 달리 할 수 있으나, 일반 관람 수준의 이용료로는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왜일까.
 관람객들이 이용하는 수준에 따라 가격의 적정성을 달리 할 수 있으나, 일반 관람 수준의 이용료로는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왜일까.
ⓒ 한국 민속촌

관련사진보기


민속촌의 개발은 박정희 군사정부 주도로 진행됐습니다. 초기에는 민속촌이 단순한 위락시설이 아닌 박물관적인 교육기능의 인식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1973년 당시 청와대와 교통부가 주도하는 민간투자사업으로 바꿔 진행합니다. 이 때문에 1974년 문화재위원회에서 "관광에만 치중하여 민속 문화의 전통성이 변형된 시설이 되었다"고 비판까지 했습니다. 결국 민속촌은 외형만 전통보존의 의미가 있을 뿐, 실질 방향은 관광수익이 주 목적이었던 것입니다.

박정희 정부의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조성됐던 한국 민속촌은 이제 그 본질도 잊은 채 놀이테마파크로 변해가고 있는 양상입니다. 40년 전 영리 논란이 또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외국 관광객도 이런 모습에 간혹 눈살을 찌푸리기도 합니다. 본래 민속촌이 나아가고자 했던 한국 문화재와 전통문화 양식의 보존의 의미를 잃어버릴까 하는 걱정은 단지 기우일까요.

한 논문에 따르면 민속촌 관광은 국민들에게 있어 버스나 승용차를 타고 떠나는 즐거운 근교 여행이었습니다. 이곳은 같은 민족, 단일 국민으로서 한국의 문화적 공감대를 교육하는 상징의 장소였습니다. 민속촌은 또한 박정희 독재 정권 유신헌법의 혼란의 시대를 맞아 국민의 동의와 단결을 얻어내는 '국민 만들기'의 씁쓸한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민족중흥의 역사와 연결되는 민속촌이 다시금 국민들과 조우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되물을 시기입니다. 

"민속촌이라는 공간을 통해 얻는 동질감과 과거에 대한 향수의 자극은 정치적 혼란, 경제개발에 따른 경제적 격차, 빠르게 변해가는 생활양식에 대한 불안의 위안물이 되었다. 더불어 새로 놓인 고속도로를 달려 버스로 도착하는 서울 교외의 민속촌은 근대와 과거의 대비를 명징하는 좋은 귀감이 됨을 보여주고 있다"('1970년대 한국 민속촌 건립 과정과 시대적 의미 고찰' 논문 중에서)

덧붙이는 글 | 논문 <역사테마파크의 서비스 환경 지각이 기억, 관람 만족, 충성도에 미치는 영향>, 논문 <1970년대 '한국 민속촌' 건립 과정과 시대적 의미 고찰>



태그:#한국 민속촌, #새마을 운동, #입장료, #역사테마파크, #박정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