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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12시 6분 국회 4층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실. 오전 10시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선거구 획정' '공무원 역량 강화' '투표율 제고' 등에 대한 질의가 두 시간 넘게 오간 상황이었다. 점심시간을 넘겨서까지 질의가 이어지자 의원들은 정회 여부를 두고 어수선하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때 황인자 새누리당 의원이 손을 들었다. 발언 요청이었다.

"이 방에 태극기가 잘 보이십니까?!"

난데없이 회의장 구석에 놓인 태극기를 소환한 황 의원은 국기의 '위치'와 '모양'을 문제 삼았다. 그가 바라보는 방향에서 회의장 앞쪽 왼편에 놓인 태극기는 2m 남짓 깃대에 몸을 늘어뜨린 모습으로 묶여 있었다. 황 의원은 "태극기는 항상 존엄성이 있는 위치에 존엄성 있게 거치돼야 한다"라면서 "지금은 왼쪽 구석으로 너무 치우쳐져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국3법' 발의한 황인자 "태극기, 카메라 잘 잡히는 곳으로 옮겨야"

 11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황인자 새누리당 의원의 요청으로 옮겨진 태극기. 그는 "태극기는 항상 존엄성이 있는 위치에 존엄성 있게 거치돼야 한다"며 "지금은 왼쪽 구석으로 너무 치우쳐져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1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황인자 새누리당 의원의 요청으로 옮겨진 태극기. 그는 "태극기는 항상 존엄성이 있는 위치에 존엄성 있게 거치돼야 한다"며 "지금은 왼쪽 구석으로 너무 치우쳐져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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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주장하는 '존엄성이 있는 위치'는 방송사 카메라에 잡히는 곳이었다. 황 의원은 "실내에서, 특히 언론사 (방송) 카메라가 있을 때는 화면에 잘 잡힐 수 있는 자리에 배치해야 한다"라면서 시정을 요구했다. 이어 맞은편에 서서 자신을 촬영 중인 카메라 기자에게는 "제대로 잘 잡히는지 한번 확인해보시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황 의원의 '질책' 덕분에 태극기는 '존엄성(?)'을 되찾았다. 진영 위원장은 그의 요청을 받아들여 현장에서 즉시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근처에 있던 국회 관계자는 태극기를 오른쪽으로 약 1.5m 옮겼다. 야당 의원 사이에서 "잘 보이는데 왜 그러시느냐" "원래 저기 있는 게 맞다" 등의 푸념이 나왔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황 의원은 과거에도 남다른 애국심을 내보였다. 그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려는 것이냐는 비판을 받은 이른바 '애국3법'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4월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공식행사에서 국민의례를 의무화하고 애국가와 무궁화를 국가와 국화로 명문화하는 내용이다. 황 의원은 이중 '대한민국 국화에 관한 법률안' '대한민국국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함께했다.

정회 직후 그의 보좌진이 직접 태극기 앞으로 다가가 태극문양이 정면에 보이도록 매만질 정도로 공을 들였지만 국기의 '존엄성'은 오후 질의 시작과 동시에 침해(?)당하고 말았다. 한 방송사 카메라 기자가 태극기 바로 앞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태극 문양은 물론 태극기의 거의 대부분을 몸과 카메라로 가렸지만 황 의원은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황인자 새누리당 의원의 남다른 애국심(?)으로 태극기는 "카메라에 잘 잡히는 위치"로 옮겨졌지만, 오후질의 시작과 동시에 방송사 카메라에 가려지고 말았다.
 황인자 새누리당 의원의 남다른 애국심(?)으로 태극기는 "카메라에 잘 잡히는 위치"로 옮겨졌지만, 오후질의 시작과 동시에 방송사 카메라에 가려지고 말았다.
ⓒ 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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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자#태극기#애국3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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