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기자회견 당시 (좌로부터) 전성권 프로그래머, 조재현 집행위원장, 홍보대사 유승호, 채수진, 남경필 조직위원장.

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기자회견 당시 (좌로부터) 전성권 프로그래머, 조재현 집행위원장, 홍보대사 유승호, 채수진, 남경필 조직위원장. ⓒ DMZ국제다큐영화제


'SHOOT THE DMZ'라는 슬로건이 야심차다. 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이하 DMZ영화제)가 오는 17일부터 24일까지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 일대에서 8일간의 다큐 축제를 연다. 올해는 민간통제선 안에 위치한 DMZ 캠프그리브스에서 열리는 개막식을 필두로, 전 세계 81개국 849편의 출품작 중 43개국 102편을 상영한다. 또 총 143편의 제작지원 신청작 중 총 15품을 선정, 총 3억 5천만 원을 지원하는 등 외양도 넓혔다. 개막작은 북한 출신 예술가 선무의 활동을 그린 개막작 <나는 선무다>다.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 영화제는 분단국가의 다큐멘터리 영화제로서 한반도의 분단과 세계 각지의 분쟁에 주목한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겠다"는 남경필 조직위원장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을 만큼 상영작의 면면이 더 진중하고 논쟁적이다. 올 DMZ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한국 다큐멘터리 7편을 꼽아봤다.

[<레드마리아2>] 성노동자와 위안부, 그리고 여성 (국제경쟁 부문)

 <레드마리아2>의 한 장면.

<레드마리아2>의 한 장면. ⓒ DMZ국제다큐영화제


지난 8월 국제앰네스티가 '성매매를 처벌 대상에서 전면 제외하는 방침'을 통과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엠네스티는 성매매 여성의 노동권을 인정하는 동시에 성노동자의 인권 보호를 내세웠지만, 국내외 여성계를 비롯해 곳곳에서 찬반논쟁이 격렬하게 벌어지는 중이다. 경순 감독의 <레드마리아2>는 이 여성 성노동자 문제에 카메라를 가져가는 작품이다.

지난 2012년 개봉한 <레드마리아>가 한국과 일본, 필리핀에서 만난 성노동자, 위안부 할머니, 비정규직 노동자 등 동시대 아시아 여성을 문제를 폭넓게 조명했다면, 3년 만에 돌아온 2편은 현재의 성노동자들과 위안부 문제를 교차시킨다. 여성 감독의 눈으로 바라본 성매매와 성노동자, 위안부 이슈는 분명 논쟁적이다. 국제 경쟁부문의 유일한 한국 작품이기도 하다.

[<백년의 가족>] <무한도전> 우토로 마을을 기억한다면 (한국경쟁 부문)

 영화 <백 년의 가족>의 한 장면.

영화 <백 년의 가족>의 한 장면. ⓒ DMZ국제다큐영화제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우토로 마을과 하시마 섬을 다루며 일제 강제징용과 재일 한국인의 아픈 역사가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우토로 마을은 마지막 남은 1세대 강경남 할머니 외에 2세대 재일 한국인이 더 많을 수밖에 없을 만큼 시간이 흐른 상태다. <백년의 가족>은 그 재일 한국인들 1세부터 3세까지의 현재를 들여다본다.

역시나 재일 한국인과 한일 문제를 7년이라는 시간동안 담은 <강을 건너는 사람들>로 부산국제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 영화상을 수상했던 김덕철 감독은 다시 7년여가 흐른 뒤 <백년의 가족>을 내놓았다. 1세 이인하 목사와 2세 곽종수씨, 3세 이용규씨는 물론 미국인 엘리스 등 국적, 인종, 세대를 고민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인물을 카메라에 담았다. <무한도전>으로 재일한국인 문제에 눈을 떴다면 꼭 챙겨 봐야할 신작.

[<업다이드 다운>] 기억하라, 세월호 (한국경쟁 부문)

 영화 <업사이드 다운>의 한 장면.

영화 <업사이드 다운>의 한 장면. ⓒ DMZ국제다큐영화제


김동빈 감독은 재미교포다. 2011년 스노보드 회사 '버튼'의 저소득 청소년 프로그램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하며 다큐멘터리의 세계에 입문,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7명의 미군에 대한 다큐멘터리 < Vermont Fallen >으로 북미전문저널리즘학회로부터 심층취재 부분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세월호 참사를 접한 뒤 카메라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업사이드 다운>은 김동빈 감독이 세월호 유가족과 19명의 전문가들과 나눈 인터뷰로 구성된 작품이다. 영화는 인터뷰라는 사실적인 기록 행위를 통해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오랜 모순을 입체적으로 짚고, 우리가 나아갈 길에 대해 정면으로 질문한다. <다이빙벨>이 유투브로 배포되고 있는 지금, 다시 세월호 참사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소중한 작품이다.

[<뚜르, 잊혀진 꿈의 기억>] 집행위원장의 추천작 (한국쇼케이스 부문)

 <뚜르, 잊혀진 꿈의 기억>의 한 장면.

<뚜르, 잊혀진 꿈의 기억>의 한 장면. ⓒ DMZ국제다큐영화제


26살 윤혁은 언제부턴가 자전거가 그렇게 좋았다. 오토바이도 아닌 자전거가. 그것은 자신과의 싸움이었는지도 모른다. 20대 청춘을 희귀암과 싸워야 했던 이 청년에게 자전거야말로 삶의 희망과 동의어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윤혁은 우상인 미국의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이 참가하는 '뚜르 드 프랑스'에 참여하기 위해 프랑스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뚜르, 잊혀진 꿈의 기억>은 소재만으로도 관객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희귀암을 앓는 26살 청년, 그리고 그가 도전하는 '뚜르 드 프랑스' 무대. 이 두 조합만으로 '감동과 역경의 스포츠 드라마'를 연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소박하면서도 따스한 다큐의 시선은 좀 더 너른 시선으로 이 청년과 이를 돕는 이들의 마음의 풍경을 담아 낸다. 조재현 집행위원장의 추천작 중 한 편이다.

[<지나가는 사람들>] 흑백화면에 담긴 분단 전후, 그리고 사람들 (한국쇼케이스 부문]

 영화 <지나가는 사람들>의 한 장면.

영화 <지나가는 사람들>의 한 장면. ⓒ DMZ국제다큐영화제


김경만 감독은 날카로우면서도 우직한 한국사회의 기록자다. <각하의 만수무강>이나 <하지 말아야 될 것들>부터 뉴스 화면을 통해 현재의 우리를 되돌아보는 한국 현대사는 2011년 <미국의 바람과 불>이라는 논쟁적인 장편으로 집대성됐다. <지나가는 사람들> 역시 그러한 김경만 감독 특유의 한국사회에 대한 통찰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해고자에서 쇼핑몰에 이르는 현재적 관점은 이내 1945년부터 1948년의 해방 후 공감으로 이동한다. 이후 참혹했던 한국 전쟁 시기를 거쳐, 1953년부터 1966년까지 전쟁 후 동원체제와 노동의 고단함을 화면에 담는다. 최근 <암살>이 해방 후 공간으로 마무리된다면, 같은 공간을 살았던 사람들의 마음을 유추해 볼 수 있게 만드는 다큐멘터리가 <지나가는 사람들>일 것이다.

[<에필로그>] 고 이성규 감독을 추모하며 (특별상영작)

 영화 <에필로그>의 한 장면.

영화 <에필로그>의 한 장면. ⓒ DMZ국제다큐영화제


오는 12월 13일은 이성규 감독의 2주기다. 이성규 감독은 <오래된 인력거>로 아시아권 최초로 암스테르담 다큐멘터리 영화제 장편 부문에 진출했다. 그는 또 독립PD협회 초대 회장이자 DMZ국제다큐영화제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며 독립PD와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의 버팀목이 되어줬다.

<에필로그>는 지난 2013년 <시바, 인생을 던져> 개봉을 준비하다 간암으로 급작스레 세상을 떠난 이성규 감독의 마지막 발자취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후배이자 동료였던 <사이에서>, <길위에서>, <목숨>의 이창재 감독이 이성규 감독의 연락으로부터 출발하는 <에필로그>는 올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특별상영작으로 초청됐다.

[<정조문의 항아리>] 재일 조총련 사업가 정조문, 그는 누구인가 (분단 70년 특별전)

 영화 <정조문의 항아리>의 한 장면.

영화 <정조문의 항아리>의 한 장면. ⓒ DMZ국제다큐영화제


정조문, 그는 누구인가. 그는 어째서 일본 교토에 있는 조선의 항아리에 집착하는가. 재일 조총련 사업가로 알려진 그는 왜 살던 집을 헐고 그 자리에 미술관을 지었으며, 30년 동안 재단법인까지 만들어 수집해온 골동품 1,700여점을 헌납하고 세상을 떠났는가. <정조문의 항아리>가 던지는 질문들이다.

전작인 도발적인 극영화 <죽지 않아>에 이어 다큐멘터리로 복귀한 황철민 감독은 <옥천전투>와 <팔등신으로 고치라굽쇼>로 언론개혁과 사학문제를 고발한 바 있다. 이후 황 감독은 극영화 <프락치>와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로는 로테르담 국제영화제를 매료시켰다. 문제적 감독의 다큐멘터리 복귀를 환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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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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