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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 지난 7일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구별로 '국민공천단'을 도입하고 정치 신인에 대해 10%의 가산점을 주는 내용의 '공천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 지난 7일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구별로 '국민공천단'을 도입하고 정치 신인에 대해 10%의 가산점을 주는 내용의 '공천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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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아닌 시작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3선 의원의 일성이다.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달려온 100여 일간의 대장정은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지만, 당 혁신을 둘러싼 내부 논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당 내부에서는 혁신위가 마지막 혁신안을 내놓기 무섭게 각종 평가가 쏟아졌다. 문재인 당 대표와 가까운 주류 쪽은 '당 쇄신을 위한 기반이 완성됐다'는 평가인 반면,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비주류 쪽은 '근본적인 혁신을 이루지 못했다'며 쓴소리를 던졌다.

혁신위가 제도 개선에 집중한 나머지 현재의 계파·패권 갈등과 부정부패 논란 등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에 비교적 우호적인 주류마저 '더 큰 갈등을 불러왔다',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혹평을 내놓는 분위기다.

당 안팎에서는 혁신안 의결을 위한 오는 16일 중앙위원회가 새정치연합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혁신위가 최근 자신들을 둘러싸고 불거진 갈등 국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당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당·정치·공천개혁 방안 제시... "제도 개선 이뤄내"

지난 6월 10일 출범한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총 10차례에 걸쳐 당 쇄신 방안을 발표했다. 1~4차 혁신안이 '당원소환제 도입' 등의 정당개혁에 초점을 맞췄다면, 5차 혁신안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의 정치개혁을 화두로 던졌다. 6~10차 혁신안은 하이라이트인 공천개혁을 중심으로 다루며 '하위 평가자 20% 공천 배제' 등을 제안했다.

김상곤 위원장은 지난 5월 27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정당개혁, 공천개혁, 정치개혁의 무겁고 준엄한 혁신을 이뤄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당시 예고한 방향에 맞춰 실천 방안 수립에 무게를 두고 작업을 추진한 것이다.

발표 때마다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 소집을 조건으로 내걸고 관련 당헌·당규 개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혁신안이 구호에만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취지에서다. 덕분에 '최고위원제 폐지' '100% 국민공천제 도입' 등의 예민한 안건을 제외한 나머지 혁신안은 당헌·당규에 명시돼 실질적인 효력을 얻게 됐다.

주류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당의 혁신을 위한 기반을 바꿨다는 측면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라며 "혁신위가 제안한 시스템 공천 방안은 앞으로 당이 실천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 역시 "시·도당 공천권 강화 방안 등은 언론에서 주목받지 못했지만 굉장히 의미 있는 혁신안"이라며 "실질적 제도 개선을 이뤄낸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라고 전했다.

계파주의 해소 내세웠지만... 도리어 갈등 '부채질'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 김상곤 위원장과 위원들이 지난 8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긴장감 도는 새정치연합 당무위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 김상곤 위원장과 위원들이 지난 8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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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부적인 개혁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당의 고질적 문제인 계파·패권 갈등을 잠재우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김 위원장은 취임 기자회견 당시 "혁신위 활동기간 중 패권과 계파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지만, '국회의원 교체지수 도입' 등의 공천개혁안이 발표될 때마다 계파별 유·불리 논란이 들끓었다.

특히 총선 후보를 '국민 100% 경선'으로 공천하자는 방안을 두고 비주류 의원들의 반발은 거셌다. 국민 참여 경선 방식이 문재인 대표와 가까운 주류 의원들에게 유리할 뿐만 아니라 당원의 권리를 강화하겠다는 혁신위의 당초 취지와도 위배된다는 의견이다.

그럼에도 혁신위는 당의 통합을 위한 정치적 노련함을 발휘하지 못했다. 도리어 갈등에 부채질하는 인상을 줘 더 큰 분열을 초래한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최근 혁신위를 비판한 안철수 의원 등을 겨냥해 "당을 책임졌던 사람들이 혁신의 반대편에서 자신의 기득권과 자기정치를 위해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한 "당의 이름으로 열매를 따먹고 철새처럼 날아가려는 사람도 있다"라며 분당·신당설을 제기하는 박주선 의원 등을 정면 비난했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서는 혁신위가 도리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갈등을 진정시켜야 할 주체가 갈등 당사자로 전면에 나섰다는 우려다.

주류와 가까운 한 초선 의원은 "혁신은 당내 다수를 '자기 편'으로 만들어야 가능한 일인데, 오히려 혁신위는 비주류 쪽을 '적'으로 삼으며 스스로 입지를 좁히고 있다"라며 "내부 비판을 무조건 '혁신위 흔들기'로 바라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안철수 의원 등에게 대놓고 반감을 드러낼 게 아니라, 혁신을 위해 그들을 끌어안을 정치적 방안을 고민했어야 한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당내 의원 도덕성 논란에 '침묵'... 혁신 이미지마저 여당에 빼앗겨

혁신의 동력이 될 여론을 끌어 모으지 못한 부분도 한계로 꼽힌다. 특권 내려놓기나 부정부패 척결 등을 공론화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혁신위를 향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이다.

최근 불법자금 수수로 대법원에서 유죄를 판결받은 한명숙 의원과 딸 채용청탁 논란에 휘말린 윤후덕 의원을 두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게 대표적 예다. 부정부패 등의 도덕성 문제에 적극 목소리를 내며 혁신 의지를 대내·외에 드러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설상가상으로 새누리당의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제안과 김태호 최고위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혁신 이미지마저 여당에 선점 당했다는 탄식까지 나왔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 정수 문제와 같이 고리타분한 사안에 목소리를 낼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외쳤어야 한다"라며 "근본적인 조직·인물 문제를 건들지 못하면서 혁신안 자체가 파급력을 잃게 된 것"이라고 질타했다.

안철수 의원 역시 "혁신의 힘은 국민에게서 공감 받을 때 나오는 것"이라며 "혁신의 눈높이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야 했다"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혁신위 활동이 당 지지율 견인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9월 첫째 주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22%로, 혁신위 출범 직후인 5월 넷째 주 지지율(23%)와 큰 차이가 없다.

오는 16일 분수령... 모든 건 혁신위에 달렸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지난 6월 10일 국회 대표회의실에서 혁신위원 인선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김상곤, 혁신위원 인선결과 발표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지난 6월 10일 국회 대표회의실에서 혁신위원 인선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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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내부에서는 16일 혁신안 의결을 위해 소집될 중앙위원회가 새정치연합의 앞날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분위기다. 비주류 쪽에서는 중앙위가 열리는 날 혁신안 비판 토론회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

이 때를 기점으로 탈당 등의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비주류 박지원 의원은 지난 7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일부 정치인들이) 추석 밥상에 신당을 띄워 밥상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실제로 준비하고 있다"라며 "혁신안이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제 자신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정치는 생물이니까 모르는 일"이라고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혁신위가 현재의 갈등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여론의 시선이 당에 쏠려 있을 때 국민적 공감대와 당내 지지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혁신위를 둘러싼 논쟁이 역설적으로 혁신안의 위상을 제고하고 당의 구심력을 강화할 수 있다"라며 "당 제도권 안에서의 논쟁이 격화되면 탈당·분당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혁신안이 안 의원을 포함한 비주류의 의견을 수렴해 수정될 경우 안정성과 명분을 더 높일 수 있다"라며 "안 전 대표가 '참전'한 이상 그의 책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조언했다.


태그:#혁신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하, #김상곤, #문재인,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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