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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하게 생긴 장수말벌. 몸길이 3~4cm 크고, 머리는 황색이고 가슴은 흑갈색이며, 배마디에 황색 띠가 있다.
 무시무시하게 생긴 장수말벌. 몸길이 3~4cm 크고, 머리는 황색이고 가슴은 흑갈색이며, 배마디에 황색 띠가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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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들어서니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군요. 이곳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변은 아침에는 실내선 카디건을 걸치거나 밖에 나가려면 재킷을 입어야 할 정도 공기가 차갑습니다. 낮에는 한여름보다 햇볕이 더 따갑고 무척 덥군요.

그런데 지난 5일은 소나기가 내렸다가 해가 떴다가를 반복하는 변덕스런 날씨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비가 개자 아내는 잔디 정원의 풀을 뽑기 시작했고, 나는 정원 주변의 잡초를 베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장독대 부근의 풀을 베어내는데 말벌들이 윙윙 거리며 달려드는 바람에 뒷걸음질을 치며 혼비백산 줄행랑을 쳤습니다.

갑자기 쏟아져 나온 말벌

장수말벌이 집을 짓고 살고 있는 벽
 장수말벌이 집을 짓고 살고 있는 벽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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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벌에 쏘이지는 않았지만 모골이 송연해지고 온몸에 소름이 돋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살펴보니 말벌들은 장독대 옆 야외 화덕 위 벽에 뚫린 구멍에서 쏟아져 나왔는데, 말벌 중에서도 몸집이 큰 것으로 보아 독성이 있는 무시무시한 장수 말벌인 것 같습니다.

장수말벌은 몸길이가 보통 3~4cm로 한국산 벌 중에서는 제일 큰 벌입니다. 머리는 황색이고 가슴은 흑갈색이며, 배에는 황색 띠를 두르고 있는데, 주로 벽의 틈이나, 나무의 공동 등에 큰 집을 짓고 살아간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 집에 있는 장수말벌은 정원 뒤 언덕 벽에 구멍 속에 집을 짓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수 말벌은 일반 말벌이나 꿀벌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의 독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수 말벌의 독성은 일반 말벌의 70배, 꿀벌의 550배에 해당된다는 루머가 인터넷에 떠돌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장수 말벌은 그 독량이 일반 말벌의 2~4배 정도 많고, 여러 차례 공격을 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합니다.

장수 말벌에 한번 쏘이면 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위험합니다. 지난해에 아랫집에 사시는 현이 할아버지도 벌초를 하다가 장수 말벌에 쏘여 며칠간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장수말벌 퇴치를 위해 완전무장을 하다
 장수말벌 퇴치를 위해 완전무장을 하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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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면역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아내가 장수 말벌에 쏘이기라도 하면 매우 큰 해를 입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 말벌을 반드시 퇴치해야만 합니다. 더구나 말벌집 바로 밑에는 야외용 화덕이 있어 요리를 하기 위해 자주 드나드는 곳이라 말벌에 쏘일 확률이 매우 큰 위험 천만한 지역입니다.

일반적으로 119에 신고 하면 즉시 출동해 말벌을 퇴치해주지만, 벽에 조그마한 구멍 속으로 벌들이 드나들고 있어 혼자 퇴치해보기로 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연천군 미산면 삼팔선을 넘어가는 오지에 있는 지역이라 119도 쉽게 출동하기 어려운 지역입니다. 구멍 속에 몇 마리의 장수 말벌이 있는지도 모른 채 혼자서 퇴치를 한다는 발상 자체가 좀 무모하기는 합니다만, 몇 년 전에도 말벌을 퇴치한 경험이 있어 실행하기로 했습니다.

한판 붙자, 말벌!

공격을 받고 맥을 못 추는 장수말벌
 공격을 받고 맥을 못 추는 장수말벌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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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말벌
 장수말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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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구멍 속으로 드나드는 장수말벌
 벽 구멍 속으로 드나드는 장수말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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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극구 만류하며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아내를 진정시키며 말벌 치를 위해 완전 무장을 했습니다. 두터운 비옷을 겉에 걸치고, 마스크와 예취기용 투구를 썼습니다. 얼굴에도 빈틈이 없도록 보자기로 복면을 둘러쳤습니다. 긴 장화를 신고 고무장갑도 꼈습니다. 그리고 양손에는 살충제 두 병을 마치 권총처럼 들었습니다.

완전무장한 내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니 내가 보기에도 다소 엽기적으로 보였습니다. 말벌이 내 모습을 보고 모두 기겁을 하며 도망 간다면 굳이 살생을 하지 않아도 될 터인데….

날이 좀 어두워지기를 기다린 후 드디어 말벌 퇴치에 나섰습니다. 낮에는 외출을 나간 말벌이 많기 때문이지요. 나는 말벌집 입구로 살금살금 다가가 양손에 든 살충제를 벌집 구멍에 대고 사정 없이 방사했습니다. 효과는 곧 나타났습니다. 공격을 받은 말벌들이 추풍낙엽처럼 벌집에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장수말벌의 가슴은 흑갈색이고, 배에는 황색 띠를 두르고 있다.
 장수말벌의 가슴은 흑갈색이고, 배에는 황색 띠를 두르고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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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말벌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아 퇴치에 일단 성공했지만 등에 식은땀이 나더군요. 추풍낙엽처럼 죽어가는 말벌들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말벌도 건드리지만 않으면 쏘일 확률이 적지만 면역이 약한 아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추석 성묘 전 벌초를 하실 때는 조심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성묘를 갈 때는 말벌을 자극하는 향수나 화장품을 피하고, 화려한 색깔의 옷을 입지 말아야 합니다. 성묘 전 벌초를 할 때는 벌의 공격에 대비해 방어용 복장을 완전히 갖추고 사전에 긴 막대기로 주변을 두들겨 본 다음 벌초를 해야 말벌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태그:#장수말벌 퇴치, #장수말벌 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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