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아이들이 융푸라오요흐 눈밭에서 마구 뒹굴며 장난을 하고 있다
▲ 알프스산 아이들이 융푸라오요흐 눈밭에서 마구 뒹굴며 장난을 하고 있다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여행 넷째 날, 오늘은 만년설이 쌓여 있는 융푸라우요흐를 올라갈 예정이다.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고 날씨를 살폈다. 간밤에 내리던 비도 그치고 푸른 하늘이 거짓말처럼 열리고 있다. 오늘 산에 오를 수 있도록 하늘이 허락한 것이다. 지도를 활짝 펼쳐 놓고 오늘의 여정을 점검했다.

산악열차를 타고 융푸라우요흐에 오르는 길은 두 갈래 길이 있다. 라우터부르넨으로 오르는 길과 그린델발트로 오르는 길이다. 그래서 오를 때는 라우터부르넨을 거쳐 오르고, 내려 올때는 그린델발트쪽으로 내려오기로 했다. 그리고 하산 시 아이거글레이츠에서 내려 트레킹도 할 셈이다.

아침을 호텔에서 조식으로 해결하고 인터라켄 동부 역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동부 역까지는 1km쯤 된다. 아침빛이 좋아 걸어가기로 했다.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멀리 보이는 산 풍경이 그림 같다. 산등성이 위로 뭉게구름이 마구 피어나고 있다. 호텔 베란다에 걸려있는 꽃들도 날씨에 반했는지 환하게 웃고 있다.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동부역 가는 길에 만난 풍경
▲ 동부역 가는길 동부역 가는 길에 만난 풍경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동부역에 도착하여 산악 열차표를 끊었다. 스위스 패스가 있다면 50%정도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그래도 비싼 편이다. 할인을 받아도 16만 원 정도 한다. 동부역 주변에는 대형 마트인 쿡도 있고, 여행자들의 숙소로 이용되고 있는 유스호스텔과 백패커도 있다. 그리고 교외로 나가는 버스 정류장도 있어 늘 여행객이 모여든다.

오전 8시 30분, 기차에 올랐다. 기차는 빈자리 없이 만원이다. 좌석은 지정 없이 선착순이다. 기차는 라우터부르넨역을 거쳐 클라이네사이택역으로 향하고 있다. 계곡물도 거칠게 흘러가고 거대한 절벽도 위압적으로 다가온다. 과연 저 높은 융푸라우요흐역까지 어떻게 오르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융푸라우요흐는 4158m에 이르는 고봉이다. 그리고 이 산악열차는 3454m인 융푸라우요흐 역까지 올라간다. 어떻게 저렇게 높은 곳까지 철도를 놓을 수 있었을까? 그것도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에 말이다. 생각만 해도 감탄이 절로 난다.

스위스는 우리나라와 같이 산지가 70% 이상인 나라다. 더구나 부존자원도 없고 예전에는 산업도 발전하지 않았다.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고 한다. 그래서 스위스 젊은이들은 먹고 살 한 방편으로 용병을 택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예전에 독일 광부로 갔듯이 말이다.

만년설이 올려 보이는 잔디 광장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있다.
▲ 잔디광장 만년설이 올려 보이는 잔디 광장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있다.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스위스 젊은이들은 용병으로 얼마나 열심히 싸웠는지 용병 중 최고였다. 그래서 지금도 로마 교황청을 지키고 있는 근위병은 모두 스위스 용병이라 한다. 루체른 도시에는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빈사의 사자상이라는 곳이 있다. 프랑스 루이 16세를 지키다 전멸한 용병들을 추모할 목적으로 세워진 것이다. 

생계를 위해 용병을 선택해야만 했던 스위스사람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 했을 것이다. 유럽이 18-19세기에 고도의 산업화가 진행되고 경제가 발전하게 되자  그들은 많은 여행자들을 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목숨을 걸고 이 높은 산꼭대기까지 철도를 놓지 않았나 생각된다. 누구나 알프스에 오를 수 있도록 말이다. 결국 그들의 생각은 옳았다. 스위스는 매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강국이 되었다.

열차는 어느새 클라이네사이텍역에 도착했다. 맞은편에는 융푸라우요흐로 올라가는 산악열차가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그런데 산 아래와는 달리 짙은 구름이 융푸라우요흐 봉우리를 덮고 있다. 만년설도 보이지 않는다. 구름 속에 갇혀 있다 그냥 내려올 것만 같다. 산악열차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거글래이츠 역을 지나 7km나 되는 터널 속으로 들어간다.

터널 속 융푸라우요흐역을 빠져 나와 전망대로 향했다. 사람들은 이미 만원이다. 어느새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올라왔는지 놀랍기만 하다. 전망대 계단을 숨차게 올라갔다. 3층이나 올라갔을까 유리창 밖으로 그림 같은 하얀 세상이 펼쳐진다. 하늘도 활짝 열려 있다.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전망대 밖으로 나갔다. 융푸라오요흐는 흰 옷을 걸치고 푸른 하늘을 화폭삼아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참 경이로운 풍경이다. 한참을 서 있어도 풍경에 빠져 춥지도 않다. 어느 곳을 보아야 할지 마음만 바쁘다.

만년설이 쌓여  멋진 스키장을 만들어 놓았다.
▲ 융푸라오요흐 만년설이 쌓여 멋진 스키장을 만들어 놓았다.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는가? 컵라면을 먹기 위해 전망대 안으로 들어갔다. 한국에서 먹었던 대로 뜨거운 물을 부어 라면을 먹어보았다. 얼큰한 국물 맛이 끝내 준다. 역시 라면은 산에서 먹는 게 최고다. 더구나 입에 맞지 않는 이국 음식을 먹다가 라면을 먹게 되니 여행의 기분이 다시 살아난다. 컵라면은 이곳을 찾은 대분분 사람들이 먹고 있었다. 융푸라우요흐 열차표를 구매하면 무료로 먹을 수 있다.

점심을 먹은 후, 빙하동굴과 상점 등을 돌아보고 다시 전망대 밖으로 나갔다. 여전히 사람들은 사진을 찍고 눈 구경을 하느라 야단이다. 눈부신 알프스 산 풍경을 다시 한번 천천히 돌아 본 후, 하산열차에 올랐다. 터널을 빠져 나오자 다시 밖은 구름에 휩싸여 있다.

아이거글레이츠 역에서 내려 걸어보기로 했다. 구름속이라 산길은 생각보다 춥다. 구름이 너무 짙어 산 아래 풍경을 볼 수가 없다. 야생화가 만발한 탁 트인 풍경을 고대했는데 아쉽다. 구름 속을 걷다 보니 사방을 분간 할 수가 없다. 그냥 길을 따라 내려갈 뿐이다. 한 40분쯤 걸었을까? 클라이네사이텍역이 반갑게 다가온다. 구름이 너무 짙어 하이킹을 그만 포기하고 내려가는 산악열차를 다시 타기로 했다. 그린델발트까지 내려갈 셈이다.

산악열차를 타고 융푸라우요후로 올라 가는 길에 본 풍경
▲ 알프스산 산악열차를 타고 융푸라우요후로 올라 가는 길에 본 풍경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그린델발트는 해발 1000m가 넘는 산중턱에 위치한 동화 같은 마을이다. 빙하 계곡이 있어 빙하마을이라 부르기도 한다. 기차역 주변에는 상점과 호텔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피르스트에 오를 수 있다. 피르스트는 융프라우요흐 지역에서 전망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베터호른, 아이거등 해발 3000m가 넘는 알프스의 봉우리들이 바로 눈앞에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여러 레포츠도 가능하다. 패러글라이딩을 비롯한 클리프 워크와 플라이어도 해볼 만하다. 플라이어는 케이블에 매달려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기구다.  슈렉펠트역까지 산바람을 맞으며 내려오는 기분이 짜릿하다. 다음 역인 보어트에서는 페달 없이 서서 타는 자전거인 트로티바이크가 기다리고 있다.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는 알프스 산악마을의 속살을 보며 속도감도 느낄 수 있다.

피르스트에 가면 또 해야만 하는 것이 산중호수 바흐알프로 이어지는 트레킹이다. 하얗고 노란 야생화가 만발해 있고 호수에 비친 산 풍경까지 있어 최고의 트레킹코스가 아닌가 싶다.

하늘 멋지게 날아 잔디광장에 내려앉고 있다
▲ 패러글라이딩 하늘 멋지게 날아 잔디광장에 내려앉고 있다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인터라켄에 도착하여 숙소에 들어서니 6시가 넘었다. 배가 고파온다. 융푸라우요흐에서 먹었던 라면의 맛이 아직도 입 안에 생생히 남아있다.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오랜만에 한식을 먹기로 했다. 인터라켄에는 한식당이 두 군데 있다. 강촌이라는 곳과 홍 아저씨라는 곳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강촌식당으로 들어갔다. 김치찌개, 된장찌개를 비롯하여 삼겹살까지 다 있다.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 김치찌개, 꼬리곰탕, 돌솥비빔밥을 시켰다. 과연 한국에서 먹던 그 맛일까? 기대가 된다. 주인장이 한국 사람인 것을 보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음식이 나왔다. 먼저 국물을 가만히 먹어 보았다, 아! 이 맛! 바로 한국에서 먹던 그 맛이다. 아니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막내와 아내 또한 너무 맛있다며 감탄을 하고 만다. 김치찌개 또한 꿀맛이다. 특히 꼬리곰탕과 함께 먹는 소주 한잔은 여행 내내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

인터라켄시내에 있는 교회
▲ 교회 인터라켄시내에 있는 교회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밥을 먹고 거리로 나왔다. 거리에는 육십이 넘어 보이는 아저씨가 여자아이와 함께 묘기를 보이고 있다. 익살스런운 멘트와 표정이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사람들은 금세 모여 들고 박수가 쏟아진다. 꼬마아이는 관중에서 즉석으로 뽑은 아이다. 처음에는 수줍어하더니 아저씨를 곧 잘 따라서 한다. 마지막에는 멋진 포즈까지 취하며 관중들의 박수까지 끌어낸다.

융푸라우요흐 등정은 열차를 타고 간다 해도 하루가 꼬박 걸린다. 좀 더 부지런을 떨어 새벽부터 움직인다면 트레킹도 더 오래할 수 있고, 다양한 레포츠도 마음 껏 즐길 수 있다. 융프라우요호는 처녀를 뜻하는 융프라우와 봉우리를 뜻하는 요호의 합성이다. 오늘 처음 올라가본 융프라우요흐는 대 자연의 신비로움과 스위스 사람들의 열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태그:#융푸라우요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 여행을 다니며 만나고 느껴지는 숨결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가족여행을 즐겨 하며 앞으로 독자들과 공감하는 기사를 작성하여 기고할 생각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