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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부신 햇살 머금은 나뭇잎 그늘 아래 비선담은 시간을 잊은 듯 한가로워 보였다.
 눈부신 햇살 머금은 나뭇잎 그늘 아래 비선담은 시간을 잊은 듯 한가로워 보였다.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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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뜨겁게 도시를 달구는 폭염을 피해 계곡 산행을 떠나고 싶었다. 에어컨이 없으면 숨이 턱턱 막힐 것 같은 도시의 여름과 바람, 물, 자연의 소리를 켜켜이 품은 산속의 여름은 공기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9일, 더위를 먹었는지 자꾸 무기력 속으로 빠져드는 몸을 이끌고 경남산사랑회 회원들과 함께 지리산 칠선계곡 산행을 나서게 되었다. 추성주차장에서 비선담까지 세 시간 정도 소요되는 산행으로, 무리하면 건강에 해로운 여름 산행으로 적당한 코스다.

칠선계곡은 계곡오염 방지와 생태계 보호를 목적으로 현재 '특별보호구역 탐방예약 가이드제 운영'을 시행하고 있어 비선담에서 천왕봉으로 올라가는 구간은 5~6월과 9~10월 동안만 출입이 허용되고 있다.

   출렁다리 칠선교.
 출렁다리 칠선교.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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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 속에서 들려오는 매미 소리는 도시처럼 시끄럽지 않고 정겹기만 했다..
 숲 속에서 들려오는 매미 소리는 도시처럼 시끄럽지 않고 정겹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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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40분 창원시 마산역에서 출발한 우리 일행이 추성주차장(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9시 50분께. 따가운 햇볕이 부서져 내리는 길을 따라 나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날은 지독히 무더웠지만 오랜만에 산행을 나선 데다 처음 가 보는 산행 코스라 마음이 몹시 설렜다.

그렇게 35분 남짓 걸어갔을까, 두지동을 지나 멋지게 생긴 칠선교가 나왔다. 2011년 태풍 '무이파'가 지리산 지역을 강타했을 때 내린 집중호우 탓에 유실되었다가 그다음 해 새로이 복구된 출렁다리다. 개인적으로는 밋밋한 다리보다 사람들이 오갈 때 출렁대며 흔들리는 다리가 재미있다. 

   시원한 산바람이 머무르고 있던 길.. 오가는 산객들의 땀을 시원스레 식혀 주던 길이었다.
 시원한 산바람이 머무르고 있던 길.. 오가는 산객들의 땀을 시원스레 식혀 주던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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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의 소박한 소리로 마음속을 채워나가는 시간은 내 영혼과 만나는 시간이 아닐까.
 자연의 소박한 소리로 마음속을 채워나가는 시간은 내 영혼과 만나는 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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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은 바람이 노닥거리며 자주자주 머물다 가는지 시원한 편이다. 더욱이 계곡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는 왠지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해 주는 것 같다. 숲 속에서 들려오는 매미 소리 또한 도시처럼 시끄럽지 않고 정겹기만 했다. 산행할 때는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걷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좋다. 자연의 소박한 소리로 내 마음속을 채워 나가는 시간이야말로 어쩌면 내 영혼과 만나는 시간이 아닐까.

오전 11시 10분께 해발 620m에 위치한 선녀탕에 이르렀다. 일곱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그 주변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는 산행객들의 편한 모습이 쉽게 눈에 띄는데, 한참이나 산길을 걷다가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예쁜 선녀탕이 눈앞에 펼쳐져서 그런지 시끌벅적 들뜬 분위기다.

   칠선계곡 선녀탕.
 칠선계곡 선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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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선계곡 옥녀탕.
 칠선계곡 옥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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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선계곡 비선담.
 칠선계곡 비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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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녀탕은 여기서 위쪽으로 30m 거리에 있다. 물이 얼마나 깨끗하고 투명한지 바닥까지 훤히 보인다. 고요가 깃든 신비로움마저 흐르는 듯했다. 천왕봉 정상에서 마천면 의탄까지 장장 18km에 이르는 칠선계곡에는 33개의 소가 있는데 선녀탕, 옥녀탕, 비선담처럼 이름을 얻은 소는 그만큼 빼어나게 아름답다는 말이다.

산행 목표지 비선담(710m)에 11시 30분쯤 도착했다. 더위를 한 방에 날려줄 차가운 물에 걷는다고 수고한 발을 담그고 멍하니 앉아있고 싶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자연과 하나 되어 그저 쉬고 싶었다. 계곡에서 보내는 휴식의 시간, 힐링의 시간은 신선놀음과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물이 어찌나 깨끗하고 투명한지 바닥까지 환히 보이던 칠선계곡에서.
 물이 어찌나 깨끗하고 투명한지 바닥까지 환히 보이던 칠선계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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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양 오도재에서.
 함양 오도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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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교로 올라가 비선담 경치를 내려다보기로 했다. 발걸음을 뗄 때마다 다리가 심하게 출렁거려 좀 겁났다. 눈부신 여름, 햇살 머금은 나뭇잎 그늘 아래 비선담은 시간을 잊은 듯 한가로워 보였다. 하지만 나는 언제 또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비선담 풍경을 눈에 담고서 서둘러 내려가야 했다. 오후 1시 추성마을에 있는 펜션 식당에서 산악회 회원들과 점심을 하기로 약속되어 있어 늦으면 곤란했다. 

우리는 맛있는 점심을 먹고서 시원한 바람에 온몸을 맡긴 채 평상에 누워 한가로이 쉬거나 펜션 부근 계곡으로 내려가 신나게 물놀이를 했다. 창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함양 오도재에도 잠시 들렀다. 자동차 CF 촬영지로 유명해진 고갯길로 칠선계곡 산행을 마친 후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림인 함양 상림(천연기념물 제154호)에 들르거나 가볍게 드라이브를 즐기고자 한다면 오도재를 거쳐 가기를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구불구불한 오도재 길이 주는 강렬한 아름다움을 아마 한동안 잊지 못하리라.


태그:#칠선계곡, #선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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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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