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의 포스터.

영화 <암살>의 포스터. ⓒ 쇼박스


지난 7일, 영화진흥위원회가 '2015년 7월 영화산업 결산 자료'를 발표했다. 2015년 7월 한국영화 관객 수와 극장매출액은 각각 1123만 명, 858억 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만 명, 65억 원 증가했다. 관객점유율은 한국영화가 48.1%, 외국영화가 51.9%를 기록했다. 이게 다 <암살>과 <연평해전>의 연이은 흥행 덕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최소한 예년 상황을 회복한 듯 보인다. '한국영화 위기론'의 증거가 됐던 상반기 결과와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한국영화 관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만 명(2.7%) 감소한 4,043만 명, 관객 점유율 42.5%로 지난해보다 부진했다.

문제는 흥행작인 <국제시장>에 대한 관객 집중도가 극에 달했고, 손익분기점과 200만을 넘긴 영화들이 단 5편(<조선명탐정2> <스물> <강남 1970> <악의 연대기> <극비수사>)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영화의 4월 점유율은 25.6%까지 떨어졌고, 6월은 39.8%로 마감한 바 있다.

최근 영화인들 사이에선 2013~2014년 방만하게 기획됐던 영화들이 2015년에 그 처절한 결말(?)을 맺고 있다는 말들이 떠돌 정도다. 그 와중에, 시장 점유율이나 관객 쏠림 현상에 있어 '텐트폴 영화'(한 투자배급사의 그 해 라인업에서 흥행 가능성이 커서 다른 영화들의 손실까지 만회할 수 있는 대작)에 대한 과한 집중도에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그렇다면, 7월을 넘어 8월로 이어지는 최대 성수기의 한국 영화들의 성적표는 어떤 향방을 보이게 될까. 일단, 8월 짧은 기간 동안 그 우려를 씻을 수 있을 가능성이 큰 작품은 단연 흥행을 주도하고 있는 <암살>(배급 쇼박스)과 <베테랑>(배급 CJ엔터테인먼트)의 원투 펀치다. 지난 7월 22일 개봉한 <암살>은 6일까지 789만 명을 동원하며 '천만' 티켓을 예약해 놓은 듯 보인다.

개봉일 (지난 5일) 하루만 41만 명을 동원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보인 <베테랑> 역시 만만치 않은 흥행세를 과시할 거로 점쳐진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였던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이하 <미션5>)의 화력은 7일까지 377만을 동원하며 일단 <암살>과 <베테랑>을 압도적으로 누를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그렇다면, 4편의 텐트폴 영화들의 향배는 어떻게 될 것인가.

'천만' 확실시되는 <암살>, 그리고 <베테랑>의 선전

 영화 <베테랑>의 황정민과 유아인.

영화 <베테랑>의 황정민과 유아인. ⓒ CJ엔터테인먼트


<암살> 측은 7일 오후 주연배우 이정재의 815만 공약 돌파 기념 프리허그 행사를 열었다. 이는 최동훈 감독의 전작인 <도둑들>의 천만 관객 돌파 공약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배우 김수현이 김혜숙을 업고 무대 인사를 했다. 전지현은 지난 3일 <암살>의 500만 돌파 공약 이행을 위해 2015년 여름 희망나눔학교 지역 아동센터 아동들에게 500개의 도시락을 전달한 바 있다.

개봉 9일 만에 500만을 돌파했던 <암살>의 흥행 속도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같았다. 특히 개봉 3주차를 맞이한 지난 3일 하루에만 41만을 동원하며 <미션5>와의 경쟁에도 흔들리지 않는 세를 과시했다. 오히려 광복절을 맞아 <암살>의 소재인 독립투사들을 재조명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화제몰이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1227만 명을 동원한 2012년작 <도둑들>과 비교했을 때 그리 녹록지 않은 상황임엔 틀림없다. 당시 <도둑들>은 <다크나이트 라이즈>보다 1주일 후 개봉하는 후발주자 전략을 썼고, 결과적으로 주효했다. <도둑들>의 장기흥행은 이후 8월에 개봉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426만)이나 <이웃사람>(243만) 등 한국영화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올여름, 특히 텐트폴 영화들이 개봉일 잡기 전쟁을 벌인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명량>의 압도적인 흥행 속에서 후발주자로 개봉해 860만을 동원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 명징한 예다. 흥미로운 점은 <명량> 역시 개봉일만 50만을 폭발적인 화력을 과시했던 <군도>의 후발주자를 택해 오히려 <군도>의 기세를 잠재웠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명량>의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의 <베테랑>이 같은 전략으로 6일 개봉했다.

1위부터 3위 독식 구조의 한계, 후발주자 <협녀>와 <뷰티 인사이드>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의 한 장면.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베테랑>은 <암살>과 <미션5>의 틈바구니에서 개봉일 41만을 동원하며 1위로 출발했다. 다소 진중한 선두주자와 달리 <베테랑>은 '류승완표' 활극 중 <아라한 장풍 대작전>을 연상시킬 만큼 가장 유쾌하다는 평가다. 액션과 코미디, 형사드라마가 잘 어우러진 <베테랑>은 <협녀: 칼의 기억>(이하 <협녀>)과 <뷰티 인사이드>를 포함한 텐트폴 4편 중 가장 동적이고 밝다. 류승완표 작가주의와 함께 지난해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 지닌 유쾌함을 동시에 지녔다고 볼 수 있다.

개봉 3일 차에 100만 돌파가 확실시 되는 <베테랑>이 오히려 <암살>과 <미션5>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며 후발주자의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스크린 수의 차이에 비해 높은 좌석점유율과 예매율을 보인다는 점도 청신호다.

이 같은 삼파전에서 명확한 것은 3위까지 가져가는 스크린 수와 흥행의 상관관계다. 아무리 스크린 독과점이나 대기업 수직계열화를 지적한다 해도, 멀티플렉스 환경이 굳혀진 현시점에서 (흥행력 높은) 3위까지 흥행작이 가져가는 스크린 수와 관객 수는 정비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은 CJ, 롯데, 쇼박스 세 멀티플렉스 체인을 가진 배급 3사가 유리하다. 또 암암리에 혹은 공공연하게 조율하는 동업자 논리 혹은 의도치 않은 담합의 덫이기도 하다.

지난 6일 박스오피스만 순위만 봐도 명확해진다. 1위 <베테랑>은 941개 스크린에서 40만4천 명을, <암살>은 793개 스크린에서 24만3천 명을, <미션5>는 828개 스크린에서 21만5천 명을 동원했다. 4위 <미니언즈>가 510개, 5위 <인사이드 아웃>이 382개, 6위 <명탐정 코난:화염의 해바라기>가 433개를 가져갔지만, 관객 수는 10만 명 아래다. 그리고 이하 영화들의 스크린 수와 관객 수는 초라해서 안쓰러울 정도다.

결국 텐트폴 영화들의 전략은 <명량>처럼 압도적인 파워를 과시하거나 <해적>처럼 2위 전략을 고수하거나 양자택일의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이번 주 언론 시사를 통해 뚜껑을 연 롯데의 <협녀>(13일)와 NEW의 <뷰티 인사이드>(20일)가 한 주차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두 편의 향배는 결국 두 가지로 귀결된다. 영화의 파괴력과 앞선 <암살>과 <베테랑>의 흥행 여파 말이다.

일단 '이병헌 이슈'로 개봉일이 밀렸던 <협녀>는 한국형 무협에 멜로 정서를 강하게 섞은 진중한 작품이다. <뷰티 인사이드>는 20대 젊은 관객들이 선호할 만한 독특한 소재의 감각적인 멜로다. 이 중 <협녀>는 <미션5>와 같은 배급사인 롯데가 상영관을 조율해 나갈 것이 확실시된다. 반면 2주가 남은 <뷰티 인사이드>는 최소한 <암살>이나 <미션5>의 여파는 최대한 비켜가는 전략을 택했다.

결국, 열쇠는 <베테랑>이 쥐고 있다. <암살>은 천만 돌파를 확실시하면서 롱런(장기흥행) 가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색깔이 전혀 다른 <협녀>가 개봉하기 전까지 관객 수를 늘리는 것이 관건이다. 최소 류승완 감독의 전작 700만을 넘어서기 위해서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계속 고수하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베테랑>의 흥행 여부에 따라 <협녀>가 가져갈 수 있는 스크린 수가 달라진다. <베테랑>이 롱런 가도에 돌입한다면, <협녀>나 <뷰티 인사이드>의 1위 탈환도 불투명해진다. 물론 그 열쇠를 사용하는 이들은 관객들이다. 이미 텐트폴 영화들이 확보한 스크린 수 가운데서 어떤 영화를 밀어주느냐에 따라 배급사들과 관계자들의 명암이 갈릴 것이다. 폭염이 절정으로 치달은 올 8월, 그 어느 때보다도 스크린 전쟁이 뜨겁다.

암살 베테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