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에는 영화 <암살>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933년은 유럽에서는 히틀러가 독일 수상이 되고, 미국에서는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D.루즈벨트가 취임식을 가지던 해다. 그 해에 상하이와 경성(서울)에서는 어떤 일이 펼쳐지고 있었을까.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암살>은 1930년대 일본제국주의가 조선을 지배하는 것을 당연히 여길 즈음 무장투쟁으로 작은 희망의 불씨를 꺼지지 않게 이어 나갔던 독립군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현재 첫 주말을 보낸 <암살>은 개봉 5일 만에 누적관객수 300만을 넘어서며 올해 한국영화의 부진을 말끔하게 씻어내고 있다.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등 쟁쟁한 배우들을 앞세워 개봉 전부터 '한국판 어벤져스'라는 이야기가 심심치않게 나왔던 만큼, 이들 배우들의 티켓파워로도 흥행은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어벤져스급 배우들의 연기력

 영화 <암살> 포스터

영화 <암살> 포스터 ⓒ 케이퍼필름


영화에서 가장 눈길이 갔던 배우는 염석진 역의 이정재였다. 정말 잘 어울리는 콧수염으로 이중적인 남성미를 보이며 얍삽한 악역을 멋드러지게 소화했다. 특히 긴 런닝타임으로 조금 지쳐갈때쯤 시작된 반민특위 재판장면에서 오히려 본인이 진짜 독립운동가라며 울분을 토해내던 장면은 영화를 보고 나온 후에도 계속해서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전지현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엽기적인 그녀>와 같은 캐릭터가 아니면 연기력을 인정받기 힘들었던 전지현은 이번 영화에서는 매우 성공적인 변화를 보여줬다.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가 아닌 웃음기를 뺀 얼굴로 2시간 20분 내내 임무를 수행하던 안옥윤만 기억되었다.

그 밖에도 시대의 로맨티스트와 잔인한 청부살인업자역을 맡은 '하와이 피스톨'의 하정우, 그를 목숨걸고 보좌하는 '영감'오달수, '속사포' 역할로 웃음을 주며 지겨울 틈이 없이 영화에 양념을 뿌렸던 조진웅 등 주조연부터 카메오로 등장한 조승우, 김해숙까지 연기력에는 틈이 없었다.

하지만 이들 배우 뒤에는 '한국판 어벤져스'의 수장인 최동훈 감독이 있었다. 최동훈 감독은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 <도둑들>을 연출했으며 그 모든 영화들은 흥행에 성공했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는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믿고 볼 수 있는 오락성을 지닌다.

전작들을 살펴보면 최동훈 감독의 영화에는 캐릭터들의 특징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즉 캐릭터 중심의 영화로 2시간을 끌어간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캐릭터들의 포인트를 관객들에게 잘 전달해 주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조금 다른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하와이피스톨, 영감, 속사포 등의 캐릭터들이 다양하게 등장했지만 캐릭터 중심의 영화가 아닌 스토리 중심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부분부분 보여주었던 최동훈표 코미디는 여전했으나 전작들에 비하면 많이 절제된 코미디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 연출을 했을까?

암살 멋지게 안옥윤역에 성공한 전지현

▲ 암살 멋지게 안옥윤역에 성공한 전지현 ⓒ 케이퍼필름


이 영화의 주된 시기는 일제강점기이다. 그렇기에 조금 진지하게 어깨에 힘을 주고 연출을 했을거라는 생각이다. 오락영화로만 이야기를 풀어가기에는 너무나 아픈 시대를 겪었던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또한 현재까지 청산되지못한 친일파에 대한 최동훈 감독의 진지한 생각이 마지막 장면에서 드러나 매우 인상깊었다. "16년전 임무, '염석진이 밀정이면 죽여라' 지금 수행합니다"라는 안옥윤의 대사와 함께 반민특위 재판에서 본인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풀려난 염석진을 암살하는 장면은 해방이 되고부터 지금까지 떵떵거리며 살고있는 또 다른 염석진들에게 주는 최동훈 감독의 강한 메세지가 아니였을까?

암살 이정재 최동훈 전지현 하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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