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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블로거다. 블로거가 된 지는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2013년 갑상샘암 진단을 받고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투병일기를 쓰면서 블로거가 되었다. 그후 나의 모든 일상은 블로그에 일기처럼 기록해 나갔고 내가 쓴 글이 '의료법 위반'에 저촉되어 경찰서 조사까지 받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블로그는 내가 아직 해보지 못한 경험을 먼저 한 사람들의 후기를 통해 '사전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개인 매체인 블로그에까지 기업들의 '자본'이 유입되어 하나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 명의 블로거로서 안타까운 현실이다.

처음 가보는 동네에서 맛있는 식당을 찾기 위해 포털사이트 검색을 하면 블로그 글들이 가장 상위에 노출되는데 상위노출 되는 블로그 글들 중 '진짜' 후기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 이유는 상위 노출되는 블로그의 포스팅에 '체험단'의 후기가 많기 때문이다. 체험단은 블로거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고 그 블로그에 긍정적 후기를 올리는 식으로 운영된다. 최근엔 체험단을 전문적으로 모집하는 중개업체들도 많다.

체험단 정도는 양반이다. 아예 그 식당이나 제품은 사용해 본 적도 없는 블로거가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업체에서 제공하는 이미지나 원고를 참고해서 포스팅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를 '바이럴 마케팅'이라고 하는데 기업들이 자사 제품을 광고하기 위해 바이럴 마케팅 중개업체에 비용을 지불하면 바이럴 마케팅 업체가 용돈벌이 하고자 하는 블로거들을 모아 해당 블로거들이 그 제품을 사용해본 것처럼 꾸며 글을 올리게 만든다.

블로그에 광고글 올리고, 계정 판매하기도...

상위 노출이 잘 되는 이른바 '최적화된 블로그'를 운영하면 이런 류의 스팸성 쪽지를 많이 받는다.
 상위 노출이 잘 되는 이른바 '최적화된 블로그'를 운영하면 이런 류의 스팸성 쪽지를 많이 받는다.
ⓒ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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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블로그도 착실히 운영을 해온터라 바이럴 마케팅 업체가 이야기하는 '최적화 블로그'(특정어로 검색했을 때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되는 블로그)다. 상위 노출이 잘 되는 블로그를 가지고 있으면 바이럴 마케팅 업체로부터 수많은 리뷰어 모집 쪽지를 받게 된다. 쪽지들을 살펴보면 해당 업체 광고 원고를 메일로 받아서 내 블로그에 올리거나 약간씩 변형해서 올리는 방법을 요구한다.

원고를 내 블로그에 올려주는 것 이외에도 '블로그 대여'를 통해 나의 블로그 계정을 업체와 공유하고 특정 카테고리 하나에 그 업체가 직접 광고 포스팅을 올리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아예 계정 자체를 판매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원고를 받아서 올리는 작업을 하는데 10분도 채 소요되지 않는다. 그 원고를 내 블로그에 올려주는 데에 따른 원고료로 2만~10만 원 정도를 준다고 했다. 솔직히 사람이라면 솔깃한 이야기다. 하지만 블로그에 이런 광고들을 계속 올리다보면 결국 '저품질 블로그'(특정어로 검색했을 때 검색 결과 하위에 노출되는 블로그)로 낙인찍혀 검색을 해도 노출이 되지 않는 지경에 다다른다. 그러면 그 바이럴 마케팅 업체는 저품질 블로그를 버리고 또 다른 최적화 블로그를 찾는다. 그렇게 몇 만 원 벌려다가 몇 년간 공들여 키워온 블로그가 '바보 블로그'가 되어 상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말처럼 이 분야에도 전문가들이 있다. 최적화 블로그를 여러개 소유하고 있으면서 그 블로그들에 광고를 올려주는 대가로 연간 억대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이다. '블로거지'를 넘어선 '블로재벌'인 그들 중 한 명과 우연히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은 블로그들이 광고에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누군가에겐 소중하고 꼭 필요한 정보가 기업들의 돈 잔치에 가려져 더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되어 버렸다.

꼭 필요한 정보를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찾고자 한다면 여러개의 블로그를 꼼꼼히 살펴보고 그 블로그의 다른 글들을 함께 읽어보면서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블로그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광고 블로그의 대부분은 사진과 글 내용이 맞지 않는 이상한 포스팅이 많이 올라와 있는 경우가 많다.

무분별한 바이럴 마케팅의 확산으로 정보의 바다가 '광고의 바다'가 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장치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다음은 블로그로 고수익을 올리는 사람과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블로그 200개 이상 소유... 아이템 홍보글 올려 수익"

- 안녕하세요? 블로그를 통해 돈을 버신다고요?
"네~ 저는 상위노출 블로그를 200개 넘게 소유하고 있어서 그걸로 돈을 법니다."

- 네? 블로그를 200개 넘게 가지고 계시다구요?
"네~ 그게 돈 벌어주는 거라서요. 거의 제가 하는 일이나 뭐 그런 거 홍보해서 돈 벌어요. 지난해에는 1억 조금 안 되게 벌었네요."

- 어떻게 블로그를 200개나 넘게 만드셨죠? 온 일가친척들 이름으로 만드신 건가요?
"네~ 네이버, 다음 등에서 1인당 블로그가 3~5개까지 만들어져요. 그렇게 온 가족 이름으로 블로그를 모두 개설했죠."

- 연간 1억을 버시면 다른 직업 없이 블로그 수입으로만 살아도 되겠네요?
"한 가지 (분야)만 해서 그 정도구요. 지난해 초에는 다른 분야를 해서 또 2천만 원 넘게도 벌어 봤네요. 그 돈 가지고 차도 사고 집도 얻고 가게를 엄청 크게 오픈했는데 경기가 안 좋은 탓에 장사가 안 되서 가게가 지금 망해갑니다. 괜히 차렸나 싶어요."

- 뭐 그래도 블로그는 그대로 있으실테니 그걸로 또 버시면 되는 거 아닌가요? 저와는 완전 다른 세계에 사시는군요. 그 정도의 수입이라면 한번 배워보고도 싶어집니다.
"네이버 블로그는 최적화가 까다로워서 좀 힘든데 다음 블로그는 뭐만 썼다하면 바로 네이버에서도 1, 2등으로 뜹니다. 생각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비법 알려드릴께요. 블로그는 곧 돈이랍니다."

- 네 저도 블로그 몇 개 운영하다가 다 정리하고 하나 남았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다보니 블로그 대여나 판매하라고 쪽지 많이 오던데 그런 걸로 돈을 버시는건가요?
"저 같은 경우엔 대여나 판매는 절대로 안 하고 제가 실제 하는 일과 관련된 아이템 홍보글만 쓰고 있습니다."

- 원래 운영하던 블로그 주제와 비슷한 아이템으로만 원고 받아서 올리시는거군요. 그렇게 운영하는 블로그가 200개가 넘다보니 억대 수입이 되는거고요. 그럼 하루종일 포스팅 한다고 정신 없으시겠네요?
"아니에요. 이제는 블로그들이 다 최적화 되어 있어서 쓰고 싶을 때 아무데나 써도 상위 노출 됩니다. 포스팅만 잘해도 돈되고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애드포스트'에서도 용돈은 들어오구요. 돈 벌이는 무궁무진합니다. 제가 아는 동생은 연간 4억 이상 버는 애도 있어요."

- 말로만 들었는데 정말 그런 분들이 계시는군요. 그런데 광고글 원고 받아서 블로그에 계속 올리면 저품질 블로그가 되어서 블로그를 망친다던데 그건 사실이 아닌가요?
"당연히 저품질 블로그가 되고요. 그렇지만 200개가 넘으니 일단 최적화된 블로그는 언제 포스팅을 해도 상위노출이 된다는 거예요. 신기하죠? 네이버 블로그는 힘들어요. 다음 블로그는 한 달만 써도 최적화가 됩니다. 블로그 포스팅도 다 최적화 되는 방법이 있어요. 네이버 블로그도 한 달 열심히 하면 최적화는 되는데 그 다음 관리가 힘들어요."

- 역시 쉬운일은 없군요. 제가 예전에 운영하던 블로그는 필요 없는 글을 몇 개 삭제했더니 네이버에서 저품질 블로그로 분류되어서 1페이지에 노출되던 글들이 10페이지 뒤로 밀려나 버렸던 적이 있습니다.
"삭제는 하시면 안 되요. 차라리 비공개를 하는 게 낫죠. 아깝네요. 어쨌든 블로그는 많이 가지고 있는 게 좋아요."

- 블로그가 여러개라해도 저 같은 경우엔 여러개 블로그 키울 만한 이야깃거리가 없어서라도 못 키우겠네요.
"저라고 무슨 꺼리가 매일 있겠습니까? 다 동생들 알바시키고 했죠. 방법은 많아요."

- 알바요? 완전 기업이군요.
"알바라는게 별 건 아니고 동생한테 월급주고 시키면 됩니다. 어떻게 제 일상을 백 개 넘게 혼자 쓰겠어요? 매일 포스팅 하고 검사받고 잘못하면 혼내키고요. 주위분들 블로그 최적화 때문에 알려주면 거의 다 나가 떨어집니다. 그러니 이 일도 열심히 하는 사람만 돈 벌게 되어 있죠. 누가보면 컴퓨터 앞에만 앉아서 쉽게 돈 번다고 하는데 분명히 쉬운 일은 아닙니다."

- 그렇네요. 저 같은 사람들은 하고 싶어도 못 할 것 같네요. 대단하십니다. 블로그를 그렇게 모두 최적화 시키려고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을지 상상이 됩니다.
"지금은 편하죠. 다 해놨으니 지금도 동생은 열심히 포스팅 하고 있습니다. 일 방문자가 1만5000명 아래로 떨어졌다며 눈에 불을 켜고 포스팅 중입니다."

- 저는 블로그 시작하고 어제가 방문자 2500명으로 최고기록이었는데 대체 만 명 단위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최적화가 되어야만 검색률이 높아져서 하루에 만 명 정도 들어와요. 최적화가 안 되면 특정 검색에서만 되니 방문수가 적을 수밖에 없죠."

- 최적화라는 게 검색하면 상위 노출 되는 거 말씀하시는거죠? 어떻게 하면 최적화가 잘 되나요?
"내 블로그에 글을 누군가가 스크랩을 해가면 제일 좋아요. 글이 얼마나 좋으면 스크랩을 해갈까? 하고 점수가 팍팍 올라가죠~ 그 외 댓글이 많이 달리거나 공감 많이 받는 것도 좋습니다. 일 방문자가 1000명이 넘으면 좋은 블로그라고 할 수 있어요."


태그:#블로그, #광고, #최적화, #바이럴마케팅, #저품질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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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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