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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디스 공장 앞, 몸조끼의 행렬
 하이디스 공장 앞, 몸조끼의 행렬
ⓒ 하이디스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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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초 또 다시 대규모 경영상 해고가 발생하였다.

2009년 쌍용자동차 경영상 해고의 아픔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만 자본인 이잉크(E-ink)는 2015년 3월 31일 하이디스 노동자들 337명 중 271명에 대한 희망퇴직과 82명에 대한 경영상 해고를 실시하였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본다. 해고는 자유인가?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용자가 경영상 더 이상 고용 못 하니 그만 일하라는 것이 자유인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로 표현되는 사회의 토대가 형성된 이후, 초기에 해고는 자유로웠다. 고용하고 저임금·장시간 노동으로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아무 때고 해고하는 일이 자유로웠고 그것이 사적 자치라는 이름으로 허용되던 시기가 있었다. 그 결과 극심한 빈부격차와 사회불안과 계급대립이 격화되었고, 함께 살기 위해서 사적 자치를 수정한 사회국가원리,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에 기반한 여러 법적 규제가 입법화 되었다.

우리 헌법도 32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제33조 제1항에서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제119조 제2항에서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사회국가원리와 사회적 기본권으로서 노동기본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은 제24조에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사용자의 해고는 자유가 아니다. 사용자의 해고는 헌법상, 근로기준법상 제한되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상 위 해고 제한 조항은 역사적인 입법과정, 헌법상 사회국가 원리, 근로할 권리 등에 비추어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하이디스 '경영상 해고'의 문제점

2월 1차 원정투쟁
 2월 1차 원정투쟁
ⓒ 하이디스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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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디스의 경영상 해고는 헌법과 근로기준법상 위법하다고 생각된다.

대만자본인 이잉크(E-ink)는 2007년 하이디스의 대주주가 된 이후 한 번도 제대로 된 설비투자를 하지 않았고, 지난 7년간 투자한 연구개발비 총액이 1197억으로 2014년 한 해 기술료 수익인 1214억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즉, 기술료 수익만 벌어들이고, 생산을 위한 투자는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4조는 경영상 해고를 하려면 첫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둘째,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셋째, 합리적으로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하며, 넷째,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에 관하여 과반수 조직 노동조합(내지 근로자대표)에 해고를 하려는 날의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이디스가 향후 7년간 기술사용료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최소 6800억 원이라고 한다. 이 돈은 공장을 완전히 하나 새로 짓고도 남는 금액이다. 그런데, 회사는 노동자들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다고 해고하였다.

향후 예상되는 기술사용료 수익이 최소 6800억 원인 회사가 우린 이후 기술사용료로 이익만 볼 테니 당신들 삶은 알 바 아니라고 337명 중 271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82명에 대한 경영상 해고통보를 한 상황이,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다고, 해고회피 노력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음은 자명하다.

하이디스 대주주인 이잉크(E-ink), 대한민국 사법부는 이 사건을 다룰 때 다시 한 번 헌법을 떠올려야 한다. 경영상 해고의 제한이 왜 근로기준법상 규정되었는지, 해고가 자유로운 나라와 사회는 극단으로 치닫아 결국 이 사회의 붕괴를 가져올 거라는 역사적 경험과 교훈을 다시 한 번 떠올려야 한다.

외국자본에 대한 투쟁과 연대

하이디스 대주주는 대만 자본인 이잉크(E-ink)이다. 외국자본에 대한 투쟁이기 때문에 하이디스 노동자들은 어려움이 많다. 대만 원정투쟁을 가서 낮 기온 27~35도의 불볕더위에 대만자본에 경영상 해고와 공장폐쇄 철회를 요구하며 뜨겁게 투쟁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노동자들에게는 국경이 없다(工人無國界)고 외치며 자기 일처럼 하이디스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대만 노동자·시민·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맑스의 공산당선언 책 속에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문장을 심장으로, 발로 실천하고 있다.

하이디스 원청 투쟁단이 대만 정부의 불법 구금과 강제추방으로 대만을 떠나야 했을 때, 그들은 공항에서 마지막까지 이렇게 외쳤다.

"공장폐쇄 철회하고(撤回關廠), 해고 철회하라(撤回解雇)"
"하이디스 노동자들, 힘내라(Hydis工人, 加油)"

한국에서도, 대만에서도 하이디스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한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니, 하이디스 노동자들, 화이팅(加油, jiāyóu)!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조현주는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입니다.



태그:#하이디스, #이잉크먹튀, #대만원정투쟁, #영풍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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