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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서효정(2년), 이준기(1년), 김세영(2년), 최희연(1년), 김예원(2년), 박정진(회장), 오준식(2년), 설훈(1년), 김연우(1년), 심우상(아름다운가게 매니저) 등이다.
▲ 단체사진 왼쪽부터 서효정(2년), 이준기(1년), 김세영(2년), 최희연(1년), 김예원(2년), 박정진(회장), 오준식(2년), 설훈(1년), 김연우(1년), 심우상(아름다운가게 매니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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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아름다운가게 안성점에서 만난 'EE있소(안법고 사회참여 동아리, 페이스북 페이지 'EE있소'). 말 그대로 "우리 사회에 이의 있다"는 뜻이라고 박정진군(안법고2년, 해당 동아리 회장)이 일러줬다. 'EE'가 뭔가 특별한 이니셜이라고 생각할 여지는 없었다.

중3때 사회참여동아리 만들어

'EE있소'를 먼저 제안해 만든 박군. 박군이 용인 용신 중학교 재학 시절(중3)에 'EE있소'를 만들었다. 당시 사회 교사로부터 영향을 받아 해당 동아리를 만들었다고 했다. 중3 때 친구들이 고스란히 용인 초당고등학교로 진학하는 바람에, 거기에도 'EE있소'가 활동하고 있다.

박군 홀로 안법고로 진학해 자신만 홀로 안성으로 왔지만, 여기에서 'EE있소'를 또 탄생시켰다. 현재 우리나라엔 'EE있소'가 용인에 한 곳, 안성에 한 곳, 도합 두 곳이다. 굳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가능하다면 여러 학교에 'EE있소'가 활동하기를 기대한다"고 박군이 말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 놀라기엔 아직 이르다. 이 동아리의 1학년 부장인 설훈(안법고 1년)군과 박군은 모두 정치인이 꿈이다. 왜 정치를 하려느냐고 물었다.

"우리나라의 큰 문제점은 '빈익빈 부익부'죠."

아름다운 가게에서 활동하는 동아리 멤버 청소년들. 이들은 이날 아름다운 하루를 열기 위해 사전에 물품을 학부모, 교사, 친구들로부터 모았다. 바로 전날까지 시험을 치는 바람에 두배로 바빴던 이들은 이날 수익금을 네팔지진구호성금으로 보낸다고 했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활동하는 동아리 멤버 청소년들. 이들은 이날 아름다운 하루를 열기 위해 사전에 물품을 학부모, 교사, 친구들로부터 모았다. 바로 전날까지 시험을 치는 바람에 두배로 바빴던 이들은 이날 수익금을 네팔지진구호성금으로 보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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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군은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익부 빈익빈'이다. 이 때문에 노인과 약자가 살기 힘든 사회다. 빈곤한 노인들의 복지와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가 시급하다고 본다. 이런 복지 사회 구현을 위해 지금부터 현장 경험도 하고, 배경 지식을 쌓아 정치의 뜻을 펼치고자 한다"고 야무지게 일러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복지가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뭐냐"고 내가 물었다. 설군은 바로 "세금 문제다. 우리나라는 세금의 낭비가 심하다. 뿐만 아니라 탈세 등이 심해서 세금이 정당하게 걷히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박군은 우리나라의 복지문제를 언급했다.

"우리나라가 복지 바람이 불어 복지 예산을 펑펑 쓰고 있지만, 앞으로 제대로 된 복지를 하기 위해 건강한 복지 구조를 만드는 데 주력하지 않고 복지 예산만 퍼붓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밝혔다.

그 말에 대해 설군이 거들었다.

"복지를 제대로 하려면 실제로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 행복을 포기할 게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국민 의식 수준이 이렇게 바뀌어야 제대로 된 복지를 할 수 있다."

"정치인은 조율하는 역할 해야"

왼쪽이 동아리 회장 박정진군, 오른쪽이 1학년 부장 설훈군 이들과 인터뷰 중이다. 이 두 사람은 모두 정치인이 되는 게 꿈이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에 대해 아주 야무지게 비판하는 두 학생이다.
 왼쪽이 동아리 회장 박정진군, 오른쪽이 1학년 부장 설훈군 이들과 인터뷰 중이다. 이 두 사람은 모두 정치인이 되는 게 꿈이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에 대해 아주 야무지게 비판하는 두 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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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바꿔서 박군에게 "우리나라 정치의 문제점이 뭐냐"고 물었다.

"정치를 싸잡아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자신이 뭔가를 하려고 하는 게 문제다. 자신이 깃발 꽂고 '돌격 앞으로'하는 게 정치인의 역할은 아니다. 이쪽과 저쪽을 다 만나 타협하고, 조율하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이다. 자신이 결론내리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바른 정치인이 아니다."

박군은 차근차근 자신의 논리를 폈다. 박군은 "조율하는 것이 정치"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요즘 정치인들이 배웠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한 가지 더 지적해달라고 하자, 설군이 나섰다.

"우리나라는 청소년 교육 문제가 심각하다. 성적 위주의 교육이 이제 한계점에 도달했다. 이런 교육을 바꾸려면 청소년도 투표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청소년들이 두려워서라도 청소년에게 맞는 교육이 실시될 것"이라고 설군은 말했다.

이어서 박군은 "우리 사회는 진정한 대화가 없다. 상대방의 의견에 경청할 귀가 부족하다. 이것은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에게도 마찬가지다. 한 사회서 진정한 대화란 시민이 참여하는 것이다. 나는 집단 지성이 발휘되는 사회를 대화가 있는 사회라고 본다"고 했다.

사회에 "이의 있다"고 말로만 하지 않고 실천 하다

이 학생들은 자신의 시각을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한겨레 21>과 <주간 조선>을 매주 보며 토론을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들이 속한 동아리의 학생들은 "고등학생이지만, 사회 참여에 대한 욕구가 많아 여기에 참여한다"고 했다.

이들은 그동안 안성 시내 문화재 실태를 조사 연구해서 보고서를 작성했고, 안전한 거리를 만들기 위해 거리에 나가 시설물들을 조사했고, 안성에 '실버존'을 만들기 위해 설문을 조사하고 현장을 조사했다. 또 이 보고서들을 안성시청과 정치인에게 전달해 몇몇 결과를 냈다. 

그들은 단순히 토론만 하는 게 아니라 사회 참여 활동을 하고 그 결과물을 정치인에게 전달해 사회가 변하는데 일조하고 있었다. 오늘은 아름다운 가게 안성점과 함께 '아름다운 하루'를 열어, 오늘의 수익금을 네팔 지진 구호 성금으로 보낸다고 했다.

사회에 이의가 있다고 해서 문제를 지적하는 줄만 알았더니, 실제로 발로 뛰어 이의 있는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가는걸 겸하는 동아리였다. 아무래도 장래에 일낼 청소년들일세. 당신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가.


태그:#청소년, #안법고등학교, #동아리, #아름다운 가게,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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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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