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에서 함께 한 강호동과 유재석.

시상식에서 함께 한 강호동과 유재석. ⓒ mbc


유재석이 갔다. 그리고, 강호동이 뒤따랐다. 16일, 강호동과 나영석 PD의 재회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1박2일>의 콤비가 다시 뭉친다는 것만으로 두 거물의 재회는 분명 방송가의 특급 뉴스가 될 만 했다.

강호동은 JTBC행을 결정한 유재석에 이어 CJ E&M의 tvN을 선택했다. 유재석의 경우, 이날 FNC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 체결 소식을 전하며 5년 만에 소속사에 둥지를 틀었다. 여전히 투톱 '국민 MC'로 손꼽히는 유재석·강호동 두 거물 방송인이 연이어 신선한 행보를 연이어 내딛은 것이다.

방송가의 '지각변동'에서부터 과감한 '도전'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반응과 해석들이 쏟아지는 중이다. 특히나 두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신흥 예능 강자인 JTBC와 케이블계 드라마 예능 왕국인 tvN으로 이적하면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위상 강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라는 관측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런데, 그게 또 그럴만해 보인다.

유재석의 경우, JTBC 킬러 콘텐츠로 만들어 낼까?

 2015년 남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유재석.

2015년 남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유재석. ⓒ 이정민


지난 4일 유재석이 진행하는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에 FNC 엔터테인먼트 한정호 대표가 출연했다. 연예인을 지망하는 학생의 고민을 들어주고, 연예인으로서의 자질을 평가하기 위한 게스트 역할을 맡았다고는 하나, 기획사 대표로는 눈에 띄는 출연인 것만은 분명했다. 그리고 유재석은 그 한정호 대표의 소속사와 계약을 맺었다.

10년째 <무한도전>의 '유반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유재석은 2015년 남다른 행보로 잰걸음을 내딛는 중이다. 5년 만의 소속사 계약에 앞서 그의 JTBC 행은 이미 업계의 핫이슈로 떠오른 바 있다.

이미 KBS <해피투게더>에서 진행자와 PD로 만났던 유현준 JTBC CP와의 결합은 <무한도전> 가요제를 통해 친숙해진 유희열과의 투톱으로 이어졌다.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은 나오지 않았지만, 유재석과 유희열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투유 프로젝트'가 오는 8월 출격한다는 소식이다.  

변함없는 <무한도전>의 아성과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를 아우르게 된 <런닝맨>, 원투펀치가 굳건한 유재석은 그 외에도 장수프로그램 <해피 투게더>를 지키고 있다. 비록 시즌1로 마무리한 <나는 남자다>의 시즌2 소식은 감감 무소식이고, 토요일 저녁 시간대에 자리 잡은 <동상이몽>이 호평에도 시청률 면에서 미비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해도, 유재석은 여전히 유재석이다.

그런 유재석에게 누구도 '정체'나 '안주'를 거론하는 이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재석은 종편, 그 중에서도 JTBC행을 선택했다.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JTBC와 tvN이 예능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방송가 지형도의 변화상이 유재석의 '결단'을 이끌어 냈음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초점은 유재석의 '투유 프로젝트'가 과연 어떠한 파괴력을 발휘하느냐다. JTBC에서 tvN의  <삼시세끼>나 <꽃보다 할배>와 같은 시청률 경신 릴레이가 펼쳐진다면, 안 그래도 주말 예능을 제외하고 시청률의 하향 평균화 일로를 겪고 있는 지상파 예능의 몰락이 가속화되리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지상파 예능의 얼굴인 유재석이 그 선봉에 서는 장면, 꽤나 드라마틱할 것 같지 않은가.

강호동의 경우, 꽉 붙잡아야 할 나영석 PD의 구원의 손길

 <우리동네 예체능>의 강호동.

<우리동네 예체능>의 강호동. ⓒ 이정민


<무릎팍 도사>이후 폐지당한 프로그램만 4개. KBS에서는 <달빛 프린스>와 <투명인간>을, MBC에서는 <별바라기>를 소위 '말아 먹었다'. SBS <열창클럽 썸씽>은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정규로 편성되지 못했다. 안정적인 <스타킹>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우리동네 예체능>이 3년째 버티는 중이다.

2013년 복귀 이후 강호동은 달라진 위상을 절감하는 중이다. '다작왕' 김구라가 약진했고, '노장' 이경규가 굳건한 가운데 유재석을 제외하고 춘추전국시대에 가까운 것이 현재 예능인들의 현주소다. 차태현과 같은 배우가 <1박2일>의 안방마님을 차지한 것처럼, 배우도, 가수도, 심지어 셰프들도 예능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강호동이 절치부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 와중에, '스타' 나영석 PD가 구원의 손길을 보냈다. 과거 <1박2일> 멤버들의 동창회로 출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신서유기>(가제)가 강호동에게로 왔다. 이미 이승기를 비롯해 이수근, 은지원과 같은 '강호동의 아이들'이 <1박2일> 시즌1 제작진과 결합할 것이란 소식이 속속 전해지는 중이다.

야외 버라이어티에서 특유의 파이팅을 외치는 강호동의 장점과 <1박2일>로 스타가 된 과거 멤버들과의 재결합은 확실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멤버 개개인의 특성들을 120%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무엇보다, 과거와는 위상 자체가 달라진 '나영석'이란 이름값의 무게는 강호동에게는 천군만마와도 같을 것이다.

차승원을 '차줌마'로 등극시키고, 이서진을 '서지니 오빠'로 둔갑시키며, 할배들과 누나들에게 골고루 광고를 안겨주며 야외 예능의 새 역사를 개척하고 있는 나영석 PD이다. 강호동과의 재회는 역시 최고조의 타율을 자랑 중인 '나영석 사단'의 자신감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복귀 이후 호오가 뚜렷이 갈리고 있는 강호동마저도 능수능란한 편집과 자막, 음악을 자랑하는 나영석표 예능이라면 또 다른 감춰진 얼굴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강호동 역시 유재석과 마찬가지로 비지상파는 첫 출연이다. '유재석 VS 강호동' 대결구조가 고스란히 'JTBC VS tvN'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 구도는 우연이 아닌 필연에 가깝다 해야 할 것 같다.  

달라진 종편/케이블의 위상과 유재석, 강호동의 위치

종편의 약진은 이제 현실의 영역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몇 가지 수치들을 보자. 방송통신위원회가 16일 발표한 '2014년도 방송사업자 시청점유율 산정 결과'에서 종편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KBS 계열이 31%로 가장 높았지만, 종편 4사를 합산한 결과 27%를 웃돌았다.

의외로 JTBC만 주춤했을 뿐, TV조선, 채널A, MBN 모두 상승했다. 방송만 놓고 본 시청점유율은 KBS(28.425%), MBC(6.352%), SBS (5.958%), MBN(3.532%), TV조선(3.015%), 채널A(2.656%), JTBC(2.610%), YTN(1.609%), 연합뉴스TV(1.184%)순이었다. 또 다른 수치 역시 종편과 CJ 계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약진을 증명한다.

15일 TNMS가 발표한 '고정형 TV VOD 시청률'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JTBC <비정상회담>이나 <냉장고를 부탁해>, tvN <집밥 백선생> 등 종편·케이블의 킬러 콘텐츠들이 VOD 일일 시청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적어도 VOD를 비롯한 IPTV/디지털 플랫폼 시장에서 지상파와 비지상파 간의 격차가 현저히 줄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4년도 방송채널 시청점유율 조사' 역시, KBS1과 KBS2가 각각 14.95%와 13.47%로 1,2위를 차지했지만, 종편4사는 11.81%를 기록하면서 MBC(11.97%)에는 뒤쳐졌지만 SBS(11.29%)를 누르는 성과를 냈다. 주중 예능 프로그램이나 주간 시사보도프로그램 영역에서 체감되는 종편의 약진이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종편으로 가는 유재석에 이어 케이블 행 막차를 탄 강호동, 두 거물의 행보는 이러한 종편과 케이블의 위세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와 같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편특혜위원회'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만큼 종편 특혜 시비가 가시질 않는 상황에서도 스타 PD들은 킬러 콘텐츠를 만들고, 연기자들은 종편과 케이블로 몰려가며, 시청자들은 그 킬러 콘텐츠를 소비한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 연구원이 구체화 방안을 마련 중인 통합시청률이 제도화되는 순간, 적어도 예능이나 드라마 영역에 있어서만큼은 지상파와 종편/케이블의 경계는 사라질 것이 자명하다. 이제 그 중심에 유재석과 강호동이 서게 됐다. 개국한지 고작 4년, '격세지감'이라 넋두리하기엔 그 물결이 높고도 거세다. 한 번 건넌 강은 그렇게 돌아오기 힘든 법이다.

유재석 강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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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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